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우라 고리유 Jan 05. 2020

2002_서울 사이버 대학을 다니고…(1)

"서울 사이버 대학을 다니고, 나를 찾는 회사 많아졌다"


 12월이라는 특색에 맞춰 우울함 또한 더해진다. 빨리 지는 해와 차가운 공기는 행복감을 말살시켜버렸다.

걱정은 많은데 용기가 없는 A는  점점 차가워지는 12월이 싫었다.


'서울 사이버 대학을 다니고, 나를 찾는 회사 많아졌다. 서울 사이버 대학을 다니고 나의 성공시대 시작됐다.'

오후 5시 20분 91.9 mhz에선 서울  사이버 대학 광고가 항상 반복된다. 


 A는 마치 실성한 듯 항상 이 광고를 듣고선 미소 짓는다. 그래서일까. 그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이 시간에 택시를 타는 것이었다.


 오늘도 용산에서 상암으로 가는  강변도로 택시를 타던 중이었다. 시간은 5시 정각.


"사장님, 죄송한데 91.9 좀 틀어주실 수 있을까요?"


 A는 '서울 사이버 대학' 광고를 듣기 위해, 택시 운전사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어이 형씨. 내가 무슨 그쪽 따까리도 아닌데 왜 그런 부탁을 들어야 해?"


 성격이 불같았던 운전기사는 뒷좌석에 앉아있던 A 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긴 딱 봐도 정신 똑바른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 대낮부터 선글라스에 붉은 부츠를 신은 남자라니. 왠지 불길했다.


 택시 기사의 촉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은 옷매무새를 갖고서 손님의 취향을 따진다. 근데 A 같은 경우는 10여 년의 경력자인 기사에게도 파악 불능이다. 예술인이라는 부류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뭐, 피부가 좀 하얗니까 음악 같은 걸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상암까지 간다니, 방송하러 가는가?'




 이날 아침 A는 자살을 결심했다. 더 이상 추운 겨울을 날 수 없어서였다. 어차피 큰 목적의식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A는 '서울 사이버대학'광고를 한 번만 더 듣고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것이 그에게 있어 유일한 행복이었다. '서울 사이버 대학'광고는 그런 점에서 매우 독특하게 A에게 다가왔다. 광고가 주는 명랑함이 너무 이색적이었던 것이다. 또한 광고 문구 또한 독보적이었다. '성공신화'와 '찾는 회사' 

따위가 동요 비슷한 리듬에 맞아떨어졌으니까. 웃음이란 이런 이색적인 부분에서 발생하나 보다. 


 어쩌면 A는 자살을 결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매일 죽고 싶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하루가 일상인 그에겐 자극 점이 없었기에 그러한 생각이 떠올랐을 거다. 예전 어릴 적 모두의 꿈이었던 '대통령', 'UN사무총장' 같은 거창한 것들처럼 말이다.


"뭐 방송하시나 봐요?"


 택시기사는 조금은 뻘쭘했던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건넸다. 그래도 운전은 속 편하게 하고 싶어서다. 


"네, 뭐 그렇죠."

 

 A는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아뇨, 서울 사이버 대학 광고 듣고 싶어서요'라고 말하면 정말 미친 사람 취급받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겨서다. 또한 거짓말 좀 하면 어떠한가. 어차피 이 사람을 다시 볼 사람도 아니고 한번 보고 끝날 사람인데 말이다. 


 5시 10분. 강변도로는 참으로 아름답다. 만원 남짓에 이런 경치를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미천한 지하철 뚜벅이 지만 서도 말이다.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차들 사이에서 햇빛이 A를 자극한다. 추운 겨울만큼 해 질 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날씨 또한 없을 것이다. 


 "아 그럼 연예인인가요?

 "네. 개그맨이에요. 잘 모르시죠?"


 A에게 발동이 걸렸다. 행복은 흥분을 만들고 흥분은 역치를 올리고 역치는 또 다른 자극을 기대하게 만드니 거짓말이 필요했다.



위 내용의 저작권은 저자  '동지호' 에게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불법 배포하지 마시고, 원작자에게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2001_비 오는 날, 홀로 생각하는 어떤 것(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