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라고 부르지도 마
안데르센은 그 당시 제일 낮은 계급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열심히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스스로를 인정받는 것 외에는 새로운 인생을 살 방법이 없었다. 세상살이가 만만치도 않은데, 사랑마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안데르센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결혼이 싫어서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고 몇 번의 짝사랑과 몇 번의 고백 뒤에는 몇 번의 거절이 이어졌고 그것이 사랑의 패턴이 되었다.
소프라노 가수 제니 린드를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꾀꼬리라고 불리는 제니 린드에게 구애하는 남자는 한둘이 아니었으니 그 많은 라이벌을 뚫고 어떻게든 그녀 곁으로 가고 싶은 안데르센의 가슴은 얼마나 뜨거웠을까. 사생아로 태어난 구녀라면 상류층에게 무시받으면서 살았던 내 마음을 알아줄거라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대는 내 생각, 내 생명, 영원한 즐거움...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오.
사랑하오. 영원히 그대만을
돌려서 말할 것도 없이 사랑하는 마음을 원액 그대로 흠뻑 담은 편지도 보냈으니, 제니 린드 역시 그 남자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어느 날. 그녀의 초대를 받아서 파티에 가게 됐을 때 안데르센은 몹시 흥분했을 것이다. 그녀가 눈길을 던지며 사람들 앞에서 안데르센을 소개하려는 순간에는 심장이 터져 나갈 것처럼 쿵쾅거리고, 이제 드디어 공식적인 연인이 되는구나, 한껏 기대감에 들떠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꼭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이 분은, 덴마크 최고의 동화작가지요, 한스 크리스티앙 안데르센"
모든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스타 제니 린드가 드디어 사람들 앞에 안데르센을 세우며, 드디어 향긋한 미소를 가득 담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안데르센은, 저에게..."
"((그래. 어서 말해요. 우리가 연인이라고 말해요))"
"안데르센은 저에게- 형제 같은 사람이에요. 언제나 든든한 친오빠 같은 분이죠"
"((------------- 형제 같은 사람......?))"
"안데르센과 저의 형제애를 위하여, 다 같이 건배할까요! 짠!"
당신은 가족 같은 사람이지 연인이 아니라는 그 말. 안데르센은 알아들었을까. 당신이 좋긴 하지만 그게 사랑은 아니라는 그 말.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슬픈 그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앞에서 웃을 수 있었을까. 사랑하는 여자로부터 "우리의 형제애를 위해 건배!"라는 소리를 들었으면서도, 그 건배했던 잔을 오랫동안 간직했다는 남자, 안데르센..... 바보! 똥멍충이!!!
그대 사랑하오
말로 다 이 마음을 표현 못 하지만
난 사랑하오
그대가 이 마음을 허락해 준다면
이 세상 끝까지 함께하겠소
그대가 나를 모른다 해도
그러다 날 버린다 해도
바보처럼 그 자리에서… 사랑하오
/ 윤상. 김현철 "사랑하오"
* 남의 사랑, 한 줄 요약
: 안데르센은 짝사랑만 몇 번 하면서 평생 독신으로 살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