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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카루스 Sep 02. 2019

WRAP, 햄릿 증후군을 한방에 날려버릴 만능 처방전

할까 말까 5분 이상 고민 될 때 꺼내 보세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굳이 햄릿의 대사를 꺼낼 필요도 없다. 알다시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할까? 말까?” 고민 앞에 선다. 간식을 먹을까 말까,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같은 일상적인 결정에서부터 이직이나 이사, 사업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100퍼센트 확신이 있다면야 뭐 이런 고민 없이 바로 결정하고 행동해 버리면 그만일테지만, 무언가 '망설임'이 생겼다면 이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택의 순간'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직행동 전문가인 칩 히스댄 히스 형제(이하 '히스 형제')가 쓴 책 <자신있게 결정하라(원제: Decisive: How to make better choices in life and work)>는 이런 우리의 선택과 결정의 문제를 다룬다. '할까? 말까?' 또는 'A가 좋을까? B가 좋을까?' 하는 선택의 순간에 우리가 따르면 좋을 방법을 소개한다.


여기서 잠깐! 세상에 그런 방법이 있을까? 어차피 결정이라고 하는 건 '정답'이 없지 않은가? 내가 지금 내린 결정이 정말로 옳은 결정이었는지는 나중에 가봐야 아는 거고 또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건데, 그걸 어떻게 일률적으로 정해 '방법'으로 만들 수 있을까? 설사 방법으로 만든다 해도 그게 과연 유용할까? 모든 결정의 순간에 써먹을 수 있는 온전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안고 책 속에 들어 가면 히스 형제가 쳐 놓은 '사다리'와 만나게 된다. 그 사다리의 이름은 '랩(WRAP)'. 우리말로 '둘러싸다'라는 의미인데 의미 보다는 두문자어(頭文字語)에 가깝다.


WRAP 사다리 — 이 때 '사다리'는 저자들이 쓴 용어는 아니고 설명과 기억의 편의를 위해 내가 임의로 붙인 이름임을 밝힌다 — 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때 통상적으로 거치는 과정, 즉 선택에 직면하고, 선택지를 따져 보고, 선택하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을 밀고 나가는 과정을  4단계로 나누고 그 각각의 단계별로 고려해야 할 판단의 기준을 나열해 놓은 것이다.


WRAP: 선택의 4단계 프로세스


물론 단순히 판단 기준만 나열한 건 아니고, 각 단계별로 저지르기 쉬운 실수(편형)와 그 실수를 극복하는 여러 방법들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단계(선택 직면)에서는, 우리의 시야가 좁아서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좁은 선택지에 갖혀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이른바 '범위한정오류'에 빠질 수 있고, 이럴 때는 기회비용을 명시하거나 일명 '선택안 없애기 테스트'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편협한 판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한다.


2단계(선택안 분석)에서는 그 유명한 '확증편향'을 문제 삼아, 선택안을 분석하는 단계에서 생길 수 밖에 없는 확증편향과 그를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들 — 일테면 기회비용 상기시키기, 멀티트래킹, 플레이리스트 활용하기 같은 — 을 사례와 함께 제시하는 식이다.


3단계, 4단계도 마찬가지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궁금한 분들은 바로 책으로 가시라!!)


하지만 히스 형제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방법 보다는 프로세스다. 저자들은 좋은 선택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나 다양한 팁과 노하우 보다는 따르기 쉬운 하나의 프로세스를 갖고 매번 결정을 할 때마다 그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훌륭한 결정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결정은 절대 완벽해질 수는 없지만 나아질 수는 있다. 더 담대하게 더 현명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올바른 프로세스를 활용하기만 하면 우리 모두 보다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다. — 책 <자신있게 결정하라> 中


사실 저자의 이런 생각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앞서도 언급했지만 선택이라고 하는 게 '정답'이 있을 수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그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아무도 해 줄 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복불복' 아니면 '마음 가는 대로' 식으로 접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뭐라도 '기준'이 있는 건 분명 도움이 될 일이다.


그래서일까? 저자들이 힘주어 말하는 "프로세스는 자신감"이라는 문장이 내겐 특히 인상 깊었다. 프로세스는 결정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프로세스를 사용한다고 해서 앞으로 모든 결정이 수월해진다거나 그 결과가 언제나 성공적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로세스 그 자체는 우리에게 크나큰 감정적 선물, 바로 자신감을 안겨준다. 한쪽에 치우친 정보를 모으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무시하는 데서 오는 오만한 과신이 아니라 자신이 최고의 결정을 했음을 아는 데서 오는 자신감 말이다.  — 책 <자신있게 결정하라> 中




얼마 전 모 대학교수의 인생교훈이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다. SNS에 워낙 많이 회자되어 왠만하면 한번 쯤은 들어 봤을 말.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간단하면서도 비교적 마음에 잘 와닿는 기준이었기에 한번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무언가 결정의 순간이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종종 이 구절이 머릿 속에 떠오르곤 할 때가 있다. 그래!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라고 했지? 응?? (그러면서도 결국 사고야 마는 슬픈 현실 ㅠㅠ)


지금 소개한 히스 형제의 책도 그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할까 말까 5분 이상 고민이 될 때면 언제나 떠올릴 수 있는 책. 책을 집어 들어 하나라도 넘겨 보면 조금 더 나은 결정으로 나를 이끌어 줄 책.


물론 일상의 모든 결정들을 전부 이런 식으로 '멈춰' 판단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적어도 언제일지 몰라도 반드시 한두 번은 마주하게 될 인생의 중요한 '결정적 순간'에서라도 한번 꺼내 써먹을수만 있다면 책값은 너끈히 건지고도 남을 것이다.


이제 내 도구 상자에 새로운 도구를 하나 추가하자! 보다 나은 선택과 결정을 도와줄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처방전! 'WRAP 사다리'라는 생각 도구를.


행운은 우리의 권한 밖이지만 선택 방식은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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