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비대면 수업

by 에스텔라





실수는 나의 기본값


그 무렵 A도서관은 공사 중이었다. 그래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고, 우연히 공고문을 발견한 나는 용기를 내어 이력서와 강의계획서를 보냈다. 강사 선정 소식을 들은 날부터 나는 10회 차로 늘어난 강의 원고를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식으로 강의료를 받고 누군가에게 글을 가르쳤야 했다. 그 책임감은 내 말투도 준비한 원고도 낯설게 만들었다. 또한 비대면 수업은 처음이라 정해진 매뉴얼도 없었고 수강생과의 교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엄마로서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해질 즈음, 다시 시작된 나의 '처음'에 덜컥 겁이 났다. 마치 우는 아이를 안고 밥을 먹여야 할지, 재워야 할지, 아픈 건 아닌지 허둥대던 그때처럼.


드디어 첫 수업 날, 숨을 고르고 화면을 켰다. 수강생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도 나도 긴장된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내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따뜻한 표정들, 어딘가 모르게 친숙한 얼굴들에 마음이 스르르 풀어졌다. 이 수업을 잘 이끌어야겠다는 의무감보다는 좋은 문장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점점 더 커졌다. 한 명씩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취업을 준비하는 20대부터 일상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50대까지, 전보다 연령대가 다양했다. 그러나 그중에는 “화면을 끄고 음성으로만 참여하겠다”, “채팅으로 발표하겠다”, “이동이 많아 청강만 하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비대면이라는 상황은 예상한 변수였지만 그 안에서의 예의와 집중에 대해 나는 조심스럽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마지막이었다. 수업의 마무리로 글쓰기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될 만한 영상을 틀었다. 그런데 영상이 끊기기 시작했고, 채팅창에는 "소리가 안 나요.", "영상이 안 보여요."라는 메시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수업을 시작할 때 비대면은 처음이라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막상 일이 터지자 그들보다 내가 더 당황했다. 손이 떨리고 말문이 막혔다. 결국 영상은 멈췄고, 수업은 흐트러진 채 마무리됐다. 참관하던 담당자는 "처음이라 그럴 수 있다."며 나를 위로했다. 나는 "다음 수업 때는 이런 일이 없도록 준비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파니 브레이트_창 밖을 보는 소녀 2





기진맥진한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첫 수업을 망쳤다는 생각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예상했던 염려가 현실이 되어버린 순간, 초보 강사의 실수는 고스란히 창피함으로 남았다. 결국 힘겹게 몸을 일으켜 주방 선반을 열었다. 컵라면을 꺼내고 물을 올렸다. 물이 끓는 동안 TV를 켜고 예능 프로그램을 골라 볼륨을 높였다. 내가 나를 꾸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볼륨을 한 칸씩, 또 한 칸씩 더 높였다.


웃으며 꺼낼 기억


열어 놓은 창문으로 차가운 초봄의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창턱에 턱을 괴고 얼굴로 스며드는 서늘한 바람을 느꼈다. 매일이 실수투성이였던 이십 대도, 호기롭게 다시 시작한 마흔도… 나의 ‘처음’은 왜 늘 이 모양일까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오늘의 실수도 언젠가 웃으며 꺼낼 수 있는 기억이 되겠지?’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이자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밥솥을 열고 라면 용기에 밥을 한 주걱 퍼 담았다. 김치도 더 꺼내 거실 테이블에 앉아 2차 점심을 시작했다.


‘이거 먹고 힘내서 영상이 왜 끊겼는지부터 제대로 알아봐야겠어.’


나는 어느새 실수쯤이야 밥 한 끼로 넘길 수 있을 만큼 단단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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