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가는 산책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건 천문대의 밤이었다. 별마루 천문대에 가서 해 지는 풍경을 보고 별자리 강의를 듣고 망원경으로 별을 눈앞에서 보는 일. 지난여름 천문대에서 별을 보았던 일이 너무 좋아 아이도 한껏 들떠 있었고, 숙소에 있던 별자리 그림책으로 예습까지 했다. 그런데 천문대가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확인했다.
우리는 잠시 실망했지만 금세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지난밤 맨눈으로도 무수히 많은 별을 충분히 봐 두어서. 우리끼리 옥신각신하며 별자리를 헤아려 봤어서. 천문대가 열지 않더라도 천문대가 있는 산 꼭대기에 가서 별은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언제고 다시 올 테니 그때 천문대를 가보면 되니까. 가장 기대했던 걸 잃었지만 바라지 않았던 어떤 일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천문대는 문을 닫았지만 산 꼭대기에서 노을을 보고 하늘을 수놓은 별이라도 봐야겠어서 천문대를 향해 올라갔다.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순식간에 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뒤덮었다. 옅은 회색의 구름이 겹겹이 늘어선 사이, 좁은 틈새로 희미하게 저녁놀이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