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것의 목록을 적어 봐

불안에 지지 않는 마음

by 춤추는바람





“겨울, 청어와 모래, 작은 북과 캐스터네츠,

빗방울과 앵두와……

길을 잃을 때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것의 목록을 적는다”

_‘물결의 말’ 장혜령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시를 외우며 설거지를 했던 저녁을 기억한다. 겨울, 청어와 모래, 작은북과… 하며 천천히 또박또박 소리 내어 말하는 사이 작고 초라한 주방은 눈 쌓인 벌판,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 작은 북을 연주했던 음악회가 되었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고 홀로 자유로울 수 없는 시간을 건널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 순간이 빛이었다. 입으로 시를 웅얼거리며 여기에 있으면서 저기에 있는 법을 터득했을 때. 초라한 부엌에서 가장 먼 곳을 상상하며 긴 줄을 던졌을 때. 길을 잃었다고 느꼈지만 반짝이는 것의 목록을 떠올리며 나아갈 수 있었다. 주문이 되는 문장과 시간이 있다. 미래로 닻을 던지는 찰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