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한다.
잠시 휴학을 했던 스물 셋, 가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겠단 각오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이름도 멋진 '80일간의 세계일주' !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소설에서 따온 이름이 맞다. 이는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기획해 온 여행이었고, 대학에 들어와 3년간 그렇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유도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세계일주가 아닌 '유럽일주'.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여행 중 만났던 30대 초반의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서다. 말했다시피 당시 나는 스물 셋이었고, 가난한 대학생 신분에 장기 여행이었기에, 숙소는 가장 저렴해보이는 게스트하우스와 유스호스텔만 골라 예약해 둔 상황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것의 장점이라면, 당연 혼자 간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그것도 타지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달까. (물론 요즘은 에어비앤비가 있어,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찾기가 쉽지만, 10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만났던 한국인들과 함께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장기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하나는 '세상에는 정말 혼자 여행을 하는 배낭객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여행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났던 30대들이 얘기한 여행의 이유는 이상하게도 닮아 있었다. 그들의 얘기로는, 3~5년 정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나를 다시 찾고 싶어서 시작한 여행이란다. 사실 당시에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왜 안정적으로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아가야 하는 30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또 다시 방황하는 거지? 20대에 충분히 자아탐색을 안한거야? 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좁디 좁은 20대 대학생의 시각이었다. 마치 부모가 되어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내가 30대가 되기 전까지는 몰랐던 삶의 또 다른 방황이었달까.
내가 느끼기에 요즘 30대는 정말 '어른아이'다. (물론 나를 포함한 얘기다.) 60년 대에 태어난 우리 부모세대 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누렸고, 더 이상 결혼에 대한 의무감을 지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나'라는 자아가 강하다보니, 조직 생활에도 서툴다. 똑같은 걸 통일하는 것을 싫어하고, 내 취향을 존중받고 싶어한다. 아직까지도 어릴 때 보았던, '디즈니 만화동산'이 그립고, 알라딘과 라이온킹 개봉 소식에 몇 달 전부터 설레어 하며, 가끔씩 유튜브에서 어릴 때 보았던 만화나 영화들을 찾아볼 때도 있다.
아마 서른을 지나온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10-20대에 생각했던 '서른'은 분명 내 삶의 가치와 방향이 확고해져 열심히 일과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하는 나이였다. 하지만 이미 서른이라는 나이를 지나온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이립 而立)'는 공자의 말은 이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 말인 것 같다. 이유는, 공자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은, 그가 겪어보지 않았던 일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서른을 지나온 나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당시 '서른'이라는 나이를 찍고, 앞으로 내 삶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아나운서로서 몇 개의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던 나는 계속 아나운서로서의 일은 하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했던 것이 중국어. 중국어 공부를 하는 모임에 나갔고, 자연스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만난 인연들이 나에게 중국 왕홍(중국판 온라인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방송 촬영을 하며,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가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당시 깨달았던 것 중 하나, '몸을 계속 움직이고 새로운 것들을 찾다보면, 반드시 기회는 찾아온다.'
서른이 되고나서 사회생활을 4-5년쯤 하고 나니, 무언가 진짜 '내 것'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와 아이디어와 맞아떨어서, 가방 잡화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 당시 처음으로 사업자를 어떻게 내고, 세금계산서는 어떻게 발행하는 지를 배웠다. 다만, 사업이란 걸 너무 호락호락하게 보았던 나의 철없음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 일에 대한 내 열정이 부족해서 였는지, 어쨌든 그 일은 그리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이런 저런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서른이란 나이를 보냈었다.
돌아보니 좋은 결실을 맺었던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때 배웠던 것들이 분명 쓸모 없는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 서른 살 나의 끊임없는 고찰이 있었기에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잘 하지 못하는 지를 알게 되었고, 이후 유튜브 시작과 첫 책 출간, 그 외 새로운 일들도 시작 할 수 있었다.
이 짧은 글 안에 내가 지난 몇 년간 살아온 30대의 이야기를 모두 다 하기는 힘들겠지만, 요지는 이거다.
인생에 방황이 없는 시기는 없다.
스물 세 살의 어린 눈으로 보았을 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그 방황이, 10년 뒤 내가 그 나이가 되어 보니 정확히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이 되면 안정적인 삶을 살 것이라는 건 내 착각이었다는 것을. 분명 40,50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난 새로운 일을 만들고, 또 새로운 고민들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게 인생이며, 그렇기에 죽을 때까지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그러니 원래 '불안정 한 것이 인생이다'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으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힘든 시기를 '확대 해석'하지 않을 수가 있다. 아니, 오히려 거꾸고 예측 불가능하기에 재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내일이 대입 수능 시험 날이다. 어찌보면 10대 시절 가장 큰 인생의 관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대가 되어서는 그것이 '취업'으로 옮겨갔다. (물론 '창업'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든 20대는 자신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인생 또 다른 큰 문이다. 그리고 30대는.. 결혼? 이직? 아니면 또 다른 생계 문제의 해결? _ 30대, 40대 그리고 50대의 가장 큰 관문은 분명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분명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안다. 그리고 직업과 먹고 사는 문제에 관해서라면, 좀 더 폭넓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내 적성과 열정도 이에 맞춰 변할 수 있다. 한 직업만 가지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긴 인생이지 않은가. 그러니 어느 나이 때의 방황이든 가볍게 여기자. 우린 그저 삶 한 가운데 놓여져 있는 것 뿐이니까..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20대에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지 못했다거나, 사업이 잘못 됐다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다. 어떤 미래 직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른다. 박막례 할머니가 20대 시절, 자신이 유튜브 스타가 되리라 상상했겠는가? 그러니 그저 내가 관심이 있는 것과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겨라.
#유튜버 #크리에이터 #코스모지나 #외국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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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멋지게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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