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불안해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그 시절
긴장되는 날이다. 합격/불합격 소식과 마주해야 하는 날. 온라인에서 클릭 하나로 가볍게 확인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확인하려고 하는 손동작이 괜히 더 꼬물거린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긴장감. 대학시험을 거쳐온, 취업준비를 거쳐 온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 법한 감정이다.
지상파 3사 중 한 곳의 4차 면접 발표가 있었던 날. 이상하게 확인하기도 전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그 불길한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담담했다. 지금껏 수도 없이 반복했던 일이어서 였을까? 아니면, 예전부터 내심 회사에 들어가서 살지 못할 것 같다는 내면 깊숙한 외침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나는 또 다른 구직 정보들을 찾아나섰다.
당시 나는 스물 일곱 살의 가을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그 해 여름부터 모 방송사에서 리포터로 일을 시작했지만, 방송사의 문턱은 쉽게 넘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1차에서 1만 명이 넘게 지원하는데, 단 두 명을 뽑는 곳 아니었던가. '그래, 그 중에 200명 이내에 뽑힌 것만으로도 잘 한 일이야.'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담담했다고는 했지만 또 한 편으론 그렇지 않았나보다.
그 당시 즈음이었던 것 같다.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프리랜서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던 때가. 스무 살 때부터 가르치는 일을 하며,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했던터라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막연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두려웠다. 지금 신입으로 회사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나에게 더 이상 기회는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도 원했던 '방송인'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스물 다섯부터 시작된 나의 첫 3년 간의 프리랜서 생활은 정말이지 녹록치 않았다. 한 달에 2-3번은 면접을 보러 다녔고, 간간이 아르바이트도 해야 어떻게든 혼자 자취하는 서울살이를 유지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과외도, 모델일도, 내래이션 녹음도, 내가 가진 내외형적 모든 기술들을 이용해서 살았던 때였다. 돌이켜보면, 지금 조금이나마 편하게 살 수 있게 된 것도 그 당시 구르며 생긴 맷집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시작하며 불안을 이기는 방법은, '부지런해 지는 것'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들 보다 더 부지런해 지는 것'! 아침 7시면 집 근처 별다방을 나가 랩탑을 열었다. 새로운 구직 정보, 이메일 확인과 더불어 필요한 공부들을 하는 일, 그게 내 아침의 시작이었다. (물론 늘 똑같이 잘 되진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갑갑한 마음에 인터넷 서핑만 하던 때도 있었으니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보니 문득 떠오른, 그 시절 두유라떼 한 잔으로 하루 종일 커피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던 나의 모습이 조금은 짠하기도 하다.
그 후 거의 8년이 지나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영어 한 문장이 떠오른다.
I'm proud of myself.
아마 현재 나의 '짠한' 그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20대들이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들이 꼭 이 글을 보았으면 한다. 만약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수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리포터에서 아나운서, 그리고 쇼호스트까지 경험해 봤던 내 방송경력과, 영어와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계속 공부해 왔던 것, 그리고 1인 방송을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혼자 편집하는 것들을 배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일, 작년에 첫 책을 출간하게 된 일까지. 이 많은 일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내 '커리어'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나운서, MC, 작가이자, 유튜버, 그리고 외국어 강사이면서 모델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각 챕터에서 지금껏 경험해 본 직업들의 리얼한 스토리와 현재 내가 N잡러로 살아가면서 겪은 이야기들, 그리고 앞으로 세대들이 생각해 봐야할 문제인 '미래직업'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번 브런치 북을 통해 전달해보겠다.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질문을 반영 해서 글 속에 녹여보겠습니다 :)
#유튜버 #크리에이터 #코스모지나 #외국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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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멋지게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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