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2019
한국 배우로서 최초다. 지난 3월 6일 심은경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사월이와 <수상한 그녀>에서 오두리로 인식되는 연기자다. 친근한 분위기가 강점인 심은경이 냉철한 신문기자를 어떻게 그려냈을까. 재개봉하는 상영관을 찾아 그 이유를 만나봤다.
심은경이 상을 받게 된 영화는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신문기자>다. 도쿄신문 기자 모치스키 이소코가 아베 신조 총리 연루 사학 스캔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비정상적으로 대학을 설립하려는 정권의 움직임을 취재하는 토우토 신문기자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았다.
연기는 훌륭했다. 느린 전개로 자칫 약해질 수 있는 긴장감이 요시오카의 말과 표정으로 지켜졌다. 미국에서 자란 교포라는 배경에 어울리는 수준의 일본어를 구사했다. 신문사에서 본 기자들의 거북목을 따라 하는 그의 몸짓에서는 성실함과 현실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감명을 주진 못했다.
아무래도 일본 아카데미상 협회는 심은경이 아닌 요시오카 에리카에게 상을 주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영화는 제작 준비부터 차질을 빚었다. 프로듀서 가와무라 미쓰노부는 부정했지만 반정부 이미지로 인한 피해를 우려한 대형 기획사 소속 여배우들이 배역을 거절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장기 집권은 부패를 낳는다. 오랫동안 일본의 정권을 잡은 정당은 자민당이며, 그곳의 영수인 총리 아베 신조는 대표적인 극우 인물이다. 일본에는 그러한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언론사가 드물다. 야당은 힘을 쓰지 못한 지 오래다. 덕택에 정부는 투명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시민들의 움직임은 굳어버렸다.
제작을 추진한 프로듀서 가와무라는 여기에 돌을 던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86년생인 후지이 미치히토에게 감독을 제안한 것도 일본 사회의 변화를 시도하려는 의중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부정과 부패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많지 않았던가. 일본은 지금 그 시대를 걷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사적 영화는 사건에 집중한다. 그로 인해 개인의 내면을 놓친다. 감독은 제작 전부터 "사회에서 일어난 일보다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논리적 전개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순간순간의 상황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인간의 고통에 카메라를 모았다.
감독의 방향성은 영화 곳곳에서 확인된다.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라도 가정과 조직이라는 사슬에 묶이면 올바른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 회사와 상사는 현실을 이유로 끊임없이 회유하고 협박한다. 가야 할 곳보다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을 강조하는 수많은 목소리, 그것을 마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설득적으로 표현됐다.
영화는 불의에 맞서는 신문기자 요시오카 에리카와 좌절하는 내각정보조사실 직원 스기하라 타쿠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현실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아카데미상 협회는 그중 사회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존재, 요시오카에게 공감했다.
일본 아카데미상은 먼저 우수상을 주고 그 안에서 최우수상을 발표한다. 투표자인 영화 관계자 5,000여 명은 대부분 도호, 쇼치쿠, 도에이 등 3대 대형 배급사 회원들이다. 그들이 단지 심은경의 연기력에 표를 던졌을까. 왠지 그들의 선택에는 그 이상의 바람이 담겼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