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아직 한참 겨울이다.
창밖에는 눈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예쁘게 흩날린다.
아, 아니다 스노우볼이라고 하던가. 흔들면 눈 내리는 작은 장식품같이 눈이 오는 날이다.
날씨가 포근해서 쌓일 것 같지는 않지만 실내에서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면서 바라보는 눈은 꽤나 예쁘다.
집앞 창밖 바로 앞에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3층인 이곳과 키가 얼추 비슷한 꽤 큰 나무이다.
해마다 이맘때쯤 이 동네를 들르는 부부가 있는데, 바로 까치부부다.
제작년에는 왼쪽나무에 까치집을 짓고, 작년에는 오지 않더니 올해는 오른쪽 나무에 새집을 지었다.
나뭇가지 한두개 물어다가 엉망으로 쌓아놓는 것 같은데, 며칠안지나서 금방 집이 완성된다.
겉에서 보기에 엉성하기 짝이없는데,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무너지지 않는다는게 참 흥미롭다.
몇일동안 새집 짓는데 열중하던 까치는 오늘부터는 왼쪽나무에 있던 옛날집의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뭐가 달라지는건지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열심히 집어다 나르고 있다.
더욱 재밌는건 까치집 짓는건 수컷몫이라는거다. 암컷은 매일 오지도 않고, 잘되고 있는지 가끔씩 날아와서 주변을 살펴보고, 한번 앉아보고는 다시 어디론가 돌아간다. 까치네에도 여권신장이 많이 이루어진것 같다.
엉성하긴 해도 이제 집이 두채나 되는 까치부부에게 올해는 어떤 한해가 될까. 요란하게도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거보니 느낌상 암컷마음에 헌집 리모델링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어쩌면 우리 일상도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하루종일 열심히 무언가 하긴 하는데, 남들이 보기엔 혹은 모르는 이들이 보기엔 엉성한 나뭇가지 주워다 놓는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무언가 하는데 달라져보이지도 않고, 하루종일 해놓은것이 바람불면 날아가버릴 것처럼 위태로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남들보기에 엉성한 까치집이 만들어진다면, 보기와 달리 비가와도 눈이와도 무너지지 않는, 올해뿐만 아니라 몇해를 살아도 나 자신에게 포근한 집이 되어줄 것이다.
나뭇가지 몇개로 비가새지않는 집을 만들 수 없는 사람이 보기에 엉성할뿐, 까치외엔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니 남들이 보는 기준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것이다. 각자의 기준에 만족한다면 우리는 잘 살아내고 있는것이 아닐까.
몇해동안 아기소식이 없었는데, 올 봄에는 까치부부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