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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Sep 17. 2020

그리움과 목마름

  

그리움과 목마름을 모아놓으면,

멀고멀어 아득한 당신이지만 내 마음은 아늑해집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도 기대로 메워집니다. 때로는 아주 독한 향수병, 심한 상사병을 앓기도 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로 인해 <나>라는 사람의 정체를 보게 되고 당신이 있음도 더 분명히 알게 됩니다. 이런 사실이 이야기가 되면 꿈은 이야기에 가락을 붙여 매일 내게 노래 한 소절씩 가르칩니다.  

    

그리움과 목마름을 풀어놓으면, 

나아가는 방향이 다름을 보게 됩니다. 그리움은 내게서 벗어나 훨훨 하늘로, 우주로 갑니다. 목마름은 내 속으로 점점 더 깊이깊이 파고들어 중심에 이릅니다. 그리움은 당신을 불러내고는 당신 손을 끌어 내게로 옵니다. 목마름도 나를 불러내고는 내 손을 끌어 당신에게로 갑니다. 이 모두 내가 잊을 리 없는 당신,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는 당신 때문입니다.      


그 끝을 마음에 그려봅니다.

그리움이 이끌어 온 당신이 미소로 나를 바라볼 때 비로소 목마름은 끝납니다. 목마름이 이끌어간 곳에 있는 당신이 나의 눈동자 위에 또렷해질 때 비로소 그리움은 끝납니다. 그리고 둘은 우리에게 정답게 손을 흔들며 엔딩 크레딧과 함께 그곳에는 눈물이 없다는, 그 영원 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우리의 목적지에 조금 먼저 가서 기다려 주려는 거지요.           


*

‘그립다’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 ‘목마르다’는 말은 소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 오랜, 어쩌면 해묵은 믿음일지라도 당신 곁에서 떠난 적이 없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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