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발리, 울루와뚜
“내일도 2시에 뵐 수 있을까요?”
“울루와뚜와 빠당빠당 비치, 블루 포인트 비치, 짐바란 쪽을 보고 싶어요.”
태양을 피하고 싶은 오후 2시, 오늘도 어제처럼 뇨만Nyoman을 만났다. 울루와뚜에서 공연하는 께짝댄스를 볼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6시 공연이 있다고 한다. 빠당빠당 비치와 블루포인트 비치를 보고 울루와뚜 사원을 가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날씨 탓일까, 공항을 지나고 짐바란 지역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다음에 오면 이쪽에서 묵어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이는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Padang Padang Beach
울루와뚜 사원 가까이 가면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배경이 되었던 빠당빠당 비치가 나온다. 좁은 바위틈을 지나면 극장의 막이 열리듯 작지만 매우 고운, 그림처럼 아름다운 비치가 있다. 이곳은 영화의 후반부, 줄리아 로버츠가 브라질 남자(하비에르 바르뎀 분)와의 마지막 씬이 나오는 곳으로 영화에서는 이처럼 아름다운 비치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가는 길에 순례하듯이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기대를 안 하고 봐서 그런지 더욱 감동이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비치가 있다니, 아! 이곳은 헐벗은 사람들의 천국이구나”, 어제와는 달리 구름 한 점 귀한 하늘에 햇볕은 자신의 힘을 과시라도 하듯이 내리꽂는데 바위로 인해 그늘도 적당히 있어 더위를 피하기 안성맞춤이다.
다음에 짐바란이나 울루와뚜 근방에 와서 머문다면 하루쯤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지내고 싶은 곳이다. 언젠가 “발리에 못 간 사람은 있어도 발리에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발리에 있으면서 다시 발리를 꿈꾼다.
Pura Luhur Uluwatu와 Kecak Dance
울루와뚜Uluwatu는 발리의 남부 서쪽 끝에 11세기에 세워진 사원으로 거센 파도가 부딪치는 70m의 절벽이 장관이다. 입구부터 넓고 사람이 많아 순간 혼란스러웠지만 생각해보니 오늘이 8월 12일 토요일이다. 뇨만과 만나기로 한 주차장 장소를 잘 기억해야 할 것 같아 콕 집어 “이곳에서 만나요” 했더니 고개를 저으며 앞장서서 들어간다.
사원 입구에서 짧은 치마나 짧은 바지를 입은 사람은 보라색 사롱 Sarong을 입히고 긴바지나 치마를 입은 사람들은 긴 허리띠 모양의 주황색 슬른당Selendang을 허리에 묶어준다. 사롱은 사원에 예의를 표하는 차원에서 입어야 하지만, 이후에도 사원을 다녀보니 더운 기후에 여러 사람이 했던 것이니 심한 냄새가 나는 것도 있었다. 사원을 갈 때는 긴 바지 또는 긴치마를 입거나 아래에 두르는 것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도 좋다.
들어가면서 보니 이곳저곳으로 갈림길이 있어 안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뇨만이 같이 들어온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뷰 포인트를 다 돌아다닌 후에 께짝Kecak댄스 공연장 매표소를 가보니 어디가 매표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겹겹이 싸인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어디가 줄인지도 모르겠다.
뇨만이 티켓 값을 달라고 하면서 표를 구하러 간 사이, 티켓을 기다리면서 멍 때리고 앉아있던 옆지기는 선글라스를 원숭이에게 뺏겨 원숭이와 현지인 아주머니와의 사이에서 얼굴이 벌개져서 흥정 중이다. 2만 루피아(약 2천원 정도)를 아주머니에게 주고서야 온전한 선글라스를 찾아왔다. 그나마 빠지직 빠지직~ 작살을 내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뇨만이 티켓과 함께 건네준 것은 한글로 된 설명서이다. 잘 보고 주차장에서 만나자면서 바이~ 하고 돌아서는 그에게 “사람이 많으니 조금 일찍 나갈게요!”를 외쳤다. 어쩌면 뇨만은 우리에게 한글로 된 설명서를 주고 싶어서 따라온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시작 20분 전에 입장했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사람들도 많다. 시작 전까지 객석은 통로까지 빈틈없이 빼곡하다.
사제가 제물을 바치면서 한 시간 동안 진행하는 께짝댄스는 원래는 상향이라고 하는 힌두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있었던 최면 상태의 의례 때 하던 남성합창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연극적인 요소인 ‘라마야나’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라마’나 ‘시타’ 등의 등장인물들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끊임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외치는 약 70여 명으로 구성된 남자댄서들의 에너지와 리듬감이 들어있는 그들의 합창소리이다.
원숭이 군단의 역할인 남자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강한 주술적인 에너지가 들어있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께짝 께짝...하는 모습은 순간 전율이 오기도 한다.
Kecak Dance 공연을 보고 나오는 인파에 꼬리가 잡힐까, 꽁지가 빠지게 짐바란 쪽으로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