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루 Oct 04. 2017

Ubud, TelagaWaja & Ayung River

# 8월의 발리 - 우붓


창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아침햇살에 눈을 뜨면, 정원에서는 싹싹 귓불을 두드리는 경쾌한 빗자루 소리가 들린다. 시골 외할머니 댁에 누워 아침을 맞는 기분이 이럴까, 딸각거리며 베란다 테이블에 아침상 차리는 소리가 나면 방문을 열어  “슬라맛 빠기”, “빠기” 아침인사를 주고받는다. 문을 열고 나오면 커피에 함께 차린 조촐하지만 기분 좋은 아침밥이 기다린다. 단순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식탁은 ‘타만 아유 우붓’ 최고의 덕목이다.    


'타만 아유 우붓'의 식탁

 

우붓에서는 ‘Jalanjalan’    


숙소 Taman Ayu Ubud 주변에는 볼거리 먹을거리들이 많다. 대문 밖에는 시장을 비롯해 우붓 왕궁이 위치하며 환율이 좋은 환전소는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맛 집이 산재해 있다. 인기가 많은 짬뿌한Campuhan Ridge Walk 논길 트레킹을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하며 가까이에는 뿌리 루키산 미술관Museum Puri Lukisan과 블랑코 미술관The Blanco Renaissance Museum이 있다. 잘란잘란하기에 매우 적합한 위치이다. ‘잘란 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작은 길’이나 ‘보도’를 말하며 ‘잘란잘란 Jalanjalan’은 ‘산책’이나 ‘산책을 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자꾸 곱씹으면 즐거워지는 단어 중 하나이다.  



오전에는 그나마 좀 한가해 보이는 우붓 거리풍경
스타벅스와 카페 로투스 사이에 있는 사라스와티Saraswati 사원
짬뿌한 쪽 길에서 만났다. 

   

맛 집을 찾아갈 때도, 미술관에 다녀올 때도 오며 가며 들르는 시장은 매일 가는 단골 코스로 시장 입구에 있는 과일 노점에서는 지날 때마다 잘 익은 두리안(한 개에 50,000루피아) 한 개씩 깨 먹고 다녔다. 가방에 여유가 있다면 나무나 천연소재로 만들어진 식탁매트나 커트러리Cutlery 같은 생활에 필요한 선물을 구입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뭐든지 봤을 때 사야 하는 법, 4일이나 지나다니며 “내일 사자”고 미루다가 젓가락 한 개도 못 샀다. 시장 맞은편의 왕궁에서는 매일 저녁 종류가 다른 공연이 펼쳐진다. 왕궁 주변에서 공연 티켓을 파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뜰라가와자Telaga Waja River Rafting    


뿌리 루키산 미술관을 다녀오다가 래프팅을 알아보기 위해 맞은편에 있는 투어 에이전시 사무실에 들어갔다. 우붓에서 래프팅을 할 수 있는 강은 두 곳으로 뜰라가와자 Telaga Waja 강과 Ayung 강이다. 직원이 말하길 두 강의 차이점은 뜰라가와자 강은 익사이팅하며, 아융강은 익사이팅이 반, 경치가 반이라고 한다. 물어보나 마나 다이내믹한 뜰라가와자 래프팅을 선택했다. 발리에서는 최고 난도가 높은 코스로 래프팅 레벨도 3~4등급이라고 한다.


놀고, 먹고, 쉬자는 이번 여행의 취지답게 아침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찍 일어나느라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은 느긋한 오후 시간을 선택했다. 점심 포함하여 내일 오전 11시 30분에서 12시 사이에 숙소로 픽업을 온단다. 예쁘게 생긴 직원은 첫 손님이라면서 할인을 많이 해준다. 아, 이곳도 마수(하루의 첫 손님에게 좋은 가격에 물건을 파는 일)라는 것이 있구나.   

 



다음날 아침, 물놀이에 적당한 옷을 입고 방수가 되는 드라이 색에 갈아입을 옷과 간단한 소지품만 넣으면 준비 완료다. 11시 30분 정각에 투어사 직원이 베란다 아래서 부른다. 부지런도 하시지, 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내려가니 독일인 커플이 차에 타고 있다. 4명을 태운 차는 동쪽을 향해 달린다. 아융 강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Telaga Waja강은 발리 동쪽에 위치한 바뚜르 호수 아래쪽 킨타마니 지역에서 시작하여 램봉안Lembongan 섬이 있는 발리 동남부 Klungkung지역의 바다로 빠져나간다.    

 

1시간 30분가량 깊은 숲길을 달리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지도를 보니 브사끼 사원 아래쪽이 래프팅이 시작되는 강의 상류로 곳곳에 투어 사무실이 있다. 래프팅 시작점 근처의 아름다운 라이스 테라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처음 만난 독일인 커플과 마주 보며 어색한 겸상을 했다.  

   

옷을 갈아입고 헬멧과 조끼를 입고 패들을 들면 준비 완료, 핸드폰을 넣을 수 있는 방수 팩은 망설이다가 10만 루피아(약 만원)에 구입해 목에 맸지만 사진을 찍을 기회는 없었다. 레스토랑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시작점이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짧은 구간의 짚 라인을 타고 온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     


뜰라가와자 강 래프팅 시작점이다.


고무보트를 타기 전, 인스트럭터는 강이 급류가 많다면서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말해준다. 계곡물은 얼마나 바쁘게 콸콸 내려가는지 타자마자 우당탕탕 몰아치는 급류는 엉덩이가 고무보트에 닿아있을 틈이 없다. 미끄러지고, 눕게 만들고, 계곡 벽에 부딪치며 보트는 튕겨지고 뒤돌아서며 잠시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뒤에 앉을 경우는 앞사람이 뒤로 튕겨질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몸이 큰 독일 아저씨가 내 앞에 앉았는데 뒤로 자주 튕겨서 “안녕하세요!” 하고 돌아본다. “Welcome!” 하며 받아주지만 다리가 삐끗할 정도로 몸의 하중이 다리를 짓누른 경우도 생긴다. 4명은 보트에서 몸이 서로 부대끼면서 이미 친해져 버렸다.   

  

친해진 사이에 얼굴 붉히지 않도록 대비도 해야 하고, 강 옆으로 펼쳐진 정글 구경도 하고 싶은데 빠른 물살은 그럴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당시를 생각 만해도 짜릿한 스릴 만점의 뜰라가와자 강 래프팅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바위에 부딪칠 경우 나뭇가지에 손이나 눈이 찔릴 수도 있으니 보호하는 차원에서 선글라스는 필수이다. 반동으로 선글라스가 튕겨져 나가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용을 안 하지만 이곳에서는 장갑도 필요했다.

     

뜰라가와자 강 래프팅은 전 구간이 급류이다. 4명이 노는 젓고 있지만 중요한 턴이나 방향은 인스트럭터가 지시해가면서 조정을 한다. 잠시 쉬어가는 폭포는 배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3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우디아라비아 가족도, 말레이시아 여행객도 서로 통성명을 하며 음료수 한 잔 사마시는 휴게소이다.  “조심”, “앞으로”, “뒤로” 하면서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른 인스트럭터에게 건네는 음료 한 잔은 나누는 기쁨이다.    

 

폭포지점에서 모두 쉬어간다.
뜰라가와자의 휴게소 포인트인 폭포


마지막 포인트가 가까워질 때 나타나는 4m 폭포에서 거의 90도 각도로 떨어질 때는 보트에 본드 붙인 듯 딱 붙어 누워야 한다. 이곳을 내려가는 것이 단연 클라이맥스지만 전구간이 워낙 다이내믹하다 보니 압도적으로 인상적인 구간은 아니었다. 2시간가량 몸이 좀 지칠 즈음 마지막 구간에 도착한다. 래프팅을 마치고 계단으로 올라가면 샤워장으로 안내를 한다. 위험할 수도 있는 구간을 인스트럭터 덕분에 안전하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 손님이 주는 팁으로만 생활을 한다는 이야기를 가이드 책 론니플래닛에서 봤던 터라 독일인 친구들과 같이 1인당 5만 루피아씩 20만 루피아(약 2만 원)를 팁으로 주었다.


끝나고 나니 간단한 요깃거리를 내준다.


샤워를 하고 나니 저녁은 포함사항이 아님에도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뜰라가와자가 만들어준 인연인 독일인 커플들과는 맥주 한 잔 마시면서 건배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4명 전부 지친 몸이어서 곯아떨어질 줄 알았는데 래프팅의 즐거움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 차 안에는 하하 호호 웃음이 가실 줄 모른다.   

        


Ayung River Rafting    


뜰라가와자 강 래프팅을 하고 나서 두 말할 것 없이 아융 강 래프팅도 하기로 했다. 다른 곳을 가다가도 아융 강 래프팅을 알아보기 위해 투어 사무실을 기웃거렸다.   

  

아융 강 래프팅은 발리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대표적인 래프팅이다. 협곡의 경치가 빼어나며 가족들과 즐길 수 있을 만큼 안전하고 시작점이 우붓에서 약 30분 이내로 매우 가깝다. 이 강은 발리에서 가장 긴 강으로 Bangli, Badung, Gianyar 지방과 주도인 Denpasar 지역을 지나가 사누르 쪽으로 빠져나간다. 강의 흐름을 찾아보느라 지도를 보니 얼마나 물 관리를 철저히 하는지 발리 지도에는 강의 지류가 인체의 핏줄처럼 퍼져있다.  

   

한국에서 예약을 하고 가면 훨씬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액티비티는 당시 몸의 상태가 가장 중요한데 싸다고 무조건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와서 보니 정말로 한국에서 프로모션 하는 소백 래프팅 상품 예약을 하고 오면 50% 이상 저렴하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을 믿고 생활하는 나는, 비싼 소백 아융강 상품을 이용하려고 디스카운트를 시도했지만 약 30%(원래1인 가격은 백 만루피아, 디스카운트한 가격은 70만 루피아)밖에 깎지 못했다.     


반면에 소백을 비롯한 한 두 업체를 제외하고 다른 업체들의 아융강 상품은 많이 싸다. 뜰라가와자 래프팅 했던 터라 투어 사무실 직원과 친해져서 물어봤다. 왜 가격차이가 나느냐고 물었더니 보험이나 강사 등은 다 비슷한데 ‘밥’이라고 했다. 래프팅을 끝내고 먹는 음식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먹는 것이라면 문제 삼을 것이 아니어서 상위에 속하는 업체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다음 날 우리를 숙소에서 픽업한 차량은 잠깐 서쪽 우붓 교외로 나가나 했더니 금방 도착이다. 사무실에는 대형버스를 타고 온 중국 단체 여행객들로 정신이 없다. 헬멧과 패들을 받아 들고 논길을 지나 한참이나 경사가 깊은 계곡으로 내려간다. 먼저 개발된 곳이어서 체계적이며 상술이 한 수 위다. 보트를 배정하는데 개인으로 온 사람들인 우리 보트에도 6명씩 단체 여행객을 태운다.     


밀려나 우리 보트에 앉은 3명의 중국 사람들에게 인사하면서 웃어주자 광저우에서 왔다고 하면서 경직된 표정의 얼굴들이 좀 펴진다. 뜰라가와자 강 래프팅만큼 익사이팅의 강도는 덜하지만 여유가 있어 다른 즐거움이 비집고 들어온다. 물살이 얌전한 곳에서는 가끔 하늘도 바라보며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도 있다. 강에는 사람이 많으니 보트가 부딪치기도 하면서 물세례를 주고받는 재미도 쏠쏠하다.


래프팅 전에 방수팩에 든 휴대폰을 걷는다. 내려가면서 보니 카메라가 래프팅 하는 모습을 찍어준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로비에서 값이 꽤나 비싼 사진 값을 지불하면 구입할 수 있다.


래프팅이 끝나고 문제가 생겼다. 같은 시간대에 강을 타고 내려온 손님들은 중국인 단체 손님들이었다. 단체 손님들은 그냥 내리면 끝이었다. 다행히 개인으로 온 한 분에게 말해서 우리 3명분의 팁은 준비해서 주었지만, 6명씩을 태우고 온 힘을 다해 강을 내려온 다른 인스트럭터들의 얼굴은 잿빛이다. 샤워하고 나오니 기다렸는지 우리 배의 강사는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온몸으로 일하면서도 팁으로 살아간다는 강사들의 처우 개선은 내가 생각할 것이 아니건만 미안하고 안쓰럽고 답답한 많은 감정이 순식간에 교차해 지나간다.   

    

점심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니 뜰라가와자 래프팅에서 먹던 점심과는 달리 정말 조촐하다. 래프팅의 가격 차이는 ‘밥’ 이라던 투어사 직원의 말이 떠오른다. 조촐하면 조촐한 대로 뱃속이 가벼우니 이 또한 좋다.   

이전 08화 우붓 印象, 'Canang Sar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