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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Sep 28. 2017

우붓 印象, 'Canang Sari'

# 8월의 발리 - 우붓

우붓Ubud 

   

롬복에서 오후 1시 05분발 비행기를 타고 발리 응우라 라이 공항으로 돌아왔다. 7박 8일 놀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덴파사르 응우라 라이 공항은 여전히 분주하지만 현지인처럼 유유히 호객꾼 들을 가르며, 짐을 끌고 가기에는 거리가 있는 블루버드 택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전에 레스토랑이 보인다. “ 여기서 밥 먹고 갈까?”, “아보카도 주스와 망고 주스요.” 이제는 습관처럼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과일주스를 먼저 주문한다. 생각만큼 주스 가격이 엄청 싸지는 않지만(특히 발리와 롬복은) 한국에서는 먹을 수 없는 양질의 주스는 여행자의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발리에서 늘 마셨던 과일주스

   

입국장에서 안보이던 블루버드 택시는 블루버드 주차장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택시는 사누르를 지나 우붓으로 간다. 우붓까지는 1시간 30분 가까이 꽤 많은 시간이 걸리며 요금은 280,000루피아(우리 돈 28,000원 정도)가 나왔다. 창밖의 풍경을 보며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되었던 나는 발리의 속살 같은 우붓에 들어오자마자 길고 좁은 길에 걸린 트래픽 잼에 지쳐버렸다. 그나마 공항에서 밥을 먹길 참 잘했다.   


  

우붓 인상, 차낭과 차루   

 

왕궁과 가까운 숙소 Taman Ayu Ubud 게스트 하우스는 다른 숙소 뒤에 숨어 있어서, 바로 앞에서도 찾기가 힘들다. 깨끗하고 위치가 좋은 데다 가성비가 좋은 이곳을 성수기에 예약하기 위해 서울에서 꽤나 공을 들였다. 들어가니 주인아주머니는 아, 미스 해오Heo! 하면서 바로 알아보고 반가워하신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내 이름이 해오Heo다. 주인집 딸이 나무와 풀, 이끼 등이 많아 다소 어두워 보이는 정원을 가로질러 안내를 하는데 말도 잘할뿐더러 장사도 잘한다. 돌아서며 차를 빌려서 투어를 할 예정이라면 자신의 아버지 차를 이용하라며 당부한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집안에는 여러 채의 단독 건물들이 정원을 따라서 이어진다. 아들이 결혼하면 울타리 안에 아들을 위한 집 한 채를 따로 지어서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발리의 전통적인 집 형태이다. 베란다가 발달한 집의 형태는 개방적인 동시에 매우 개인적이다. 덕분에 방을 이용하는 손님은 매우 프라이빗하다. 2층 베란다는 마을 지붕이 보이는 전망으로 아래를 보면 정원이 보인다.  


숙소  베란다와 정원의 문양 그리고 2층에서 보이는 마을풍경


게스트 하우스의 왼쪽에는 사원이, 앞쪽에도 제법 큰 사원이 있어 각종 공연까지 2층 내 방 베란다에서 보일 정도다. 아침이 되면 집안 정원에 모셔진 가네샤 목덜미 앞에는 차낭(제물)과 더불어 작은 향불이 타오르고, 입구나 계단 등 곳곳에 차낭이 놓인다. 집주인 아저씨는 자주 흰색 사제 복장을 입고 다니시는 것이 사원에 종사하는 ‘뻐망꾸’나 혹은 브라마나인 ‘뻐단다’일지도 모르겠다.


온갖 신들이 찾아오고 거주하며 돌아다니는 집에서 4일을 지냈다. 처음 이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지냈는데 3일 째부터는 밤이 되면 돌아다닐 것 같은 잡신들이 인식이 되면서 편안한 잠을 못 잤다. 4일째 밤을 자고 체크아웃을 할 때는 얼마나 후련했는지. 때론 강심장이면서 지극히 독립적인 나를 지향하면서, 이렇게 심신이 미약하다니 나는 아직도 멀었다.    



사원앞에 올린 차낭
족자카르타 믄듯 불교 사원의 불상 앞에 놓인 차낭(제물)
뿌리 루키산 박물관에서 여행자에게 차낭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완성된 차낭사리



종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발리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 삶 자체가 종교적 행위인 이들의 생활을 기웃거리게 된다. 산, 나무, 물, 바위, 길 등 정령을 숭배하는 토착신앙과 조상숭배를 바탕으로 인도에서 유래한 힌두교와 불교의 신들까지 발리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선신들과 악령들을 모시며, 특히 나쁜 신들을 부정적 요소로 간주하지 않는다. 발리사람들은 선신과 악신, 산과 바다, 오른쪽과 왼쪽 등 이분법은 상대적이며 선과 악의 균형을 추구한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갈라진 문 '찬디 븐타르' , 오른쪽은 '선'이며 왼쪽은 '악'이다. 하지만 돌아서 나올 때는 반대가 된다.


일상에서는 주술이 행해지며 심지어는 흑주술까지도 인정한다. 발리에서 샤먼은 대중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친구 주술사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2017년 9월 28일 현재 분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뉴스 일면을 장식하는 아궁 화산 Gunung Agung(해발 3,142m)은 발리의 전 주민으로부터 숭배되는 산신이며 삶의 기준이다. 발리의 방향은 아궁산을 중심으로 결정한다. 발리인들의 세계관은 산은 선이며 바다는 악으로 간주하며 신성한 산 쪽이 상위 방향이며 바다 쪽이 하위 방향이다. 그러므로 집안 사원의 제단이 아궁산을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많은 신과 정령에게 바쳐지는 제물인 차낭사리Canang Sari는 발리에서 제일 많이 마주치는 인상印象이다. 길을 걸을 때나 레스토랑, 심지어는 호텔에 들어갈 때도 어김없이 차낭은 눈에 보인다. 무심코 지나가다가 발에 차이거나 밟을 수도 있다.    


아침이 되면 발리의 여성들은 제물을 준비한다. 바나나 잎으로 네모난 접시를 만들어 쌀과 소금, 채소와 꽃 등으로 꾸미고 집안의 사원과 우물 곳간 등 집안 곳곳에 놓아둔다. 제물은 주로 아침과 저녁에 바치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시시때때로 바친다.     


제물을 가지고 사원으로 가는 여인들
정성을 다해 차낭을 만든다.
차낭을 장식할 꽃


엄밀히 말하면 제물에는 두 가지가 있다. 착한 신에게는 차낭을 바치며 악한 신에게는 차루를 바친다. 차낭은 제단 위에 올려놓으며 차루는 땅 위에 놓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길에서 만나는 제물은 정확하게 말해서 차루이다. 차낭은 아침에, 차루는 주로 저녁에 올리며 올리는 재료 또한 구분이 된다고 한다.  

   

인도양의 작은 섬 발리(제주도의 약 3배)에는 세상의 모든 신들과 정령, 남에게 못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요괴, 도깨비들이 더불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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