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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Oct 24. 2017

인도네시아의  '꽃'

# 8월의 발리 -인도네시아의 꽃


인도네시아의  꽃   

 

인도네시아의 7월과 8월은 건기에 속하는 계절로 인도네시아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모든 것이 풍성한 이 계절에는 수많은 꽃들마저 이들의 국토를 수놓는다. 알고 보면 인도네시아인들의 삶 자체가 꽃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화려하거나 고혹적이거나 귀엽거나 소박한 많은 꽃들, 내게는 인도네시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인상 중의 하나이다.   

  

꽃으로 장식한 주택, 우붓에서
우붓 스파의 입구
우붓 아궁라이 미술관


발리의 꽃 Kamboja(플루메리아 Plumeria)    


자바 섬 끝자락 케타팡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발리의 길리마눅 항구로 들어온 날, 버스 창밖으로 펼쳐진 발리의 풍경은 노랑, 분홍, 흰색 꽃잎들이 푸른 바다와 하늘에 뿌려진 느낌이었다.


 하늘에 뿌려진 꽃 캄보자는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산책길에도 침대 맡에도 식탁 위에도 늘 내 곁에 있어주었다. 발리는 캄보자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발리의 매혹적인 인상이다.   

  

넓고 둥근 단아한 꽃잎 5장을 가지고 있는 프랜지 파니Frangi pani라고도 부르는 플루메리아를 인도네시아에서는 캄보자라고 부른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면 정원 곳곳에 예쁜 모양 그대로 떨어져 있는 캄보자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방 안으로 들고 들어온 꽃은 마치 플라스틱 꽃처럼 잘 시들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에는 은은한 향기로 존재감을 알려주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화려한 향기를 뿜어낸다. 뿌리칠 수 없는 향기는 수분을 위해 나방을 유인하기 위한 향기라고 하니 참으로 나방 신세가 늘어진 팔자이다. 발리의 캄보자 나무는 밝은 회색 줄기의 나무로 키가 큰 편이다. 대부분 지붕만큼 자라며 지붕보다 높이 자라기도 한다. 다양한 모양과 색깔들을 관찰할 수 있는데 모두 예쁘다.  

  

'캄보자', 발리 꾸따 호텔 정원에 떨어져 있던 꽃
우붓 호텔 카자네무아KajaNe Mua


Heliconia   


 우붓에서 호텔 카자네무아KajaNe Mua 체크인하는 날, 화려하지만 말쑥한 모습으로 로비(정원 안쪽에 위치)까지 도열해 있는 꽃을 보며 안내하는 집사에게 꽃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바나나 꽃Bunga Pisang이란다. 그때는 농담 같아 그냥 웃었는데 찾아보니 정말 바나나 꽃이다. 영어로는 Heliconia, 우붓에서 4일을 머물렀던 카자네 무아의 정원에 가득했다.    


트레킹 중에 가끔 만나는 정글에 피어있는 헬리코니아는 빨간색과 진한 녹색의 대비로 인해 매우 강렬하다. 넓적하거나 둥글게 감싸는 잎과 꽃 속에는 곤충들이 알을 낳거나 서식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멋진 자태를 뽐내기도 하지만 주변의 곤충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는 너그러운 식물이다. 늘어지는 것도 있고 바로 서서 피는 것도 있다. 늘어지는 헬리코니아는 랍스터 집게발처럼 생겨 ‘매달린 랍스터 집게(Hanging lobster claws)’라 불린다고 한다.  


'Heliconia', 정말 랍스터 집게발처럼 생겼다.
'Heliconia'
'Heliconia', 우붓 호텔 카자네무아KajaNe Mua 의 산책길

   

아마빌리스Phalaenopsis amabilis    


우아함과 고귀함을 갖춘 아마빌리스를 인도네시아에서는 Anggrek Bulan이라고 부른다. 인도네시아어로 Anggrek은 난초를, Bulan은 달이다. 달을 닮은 난초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니 진정 한 떨기 달과 같은 난초이다. 한국에서는 화분에 심어져 선물로 많이 주고받던 난이 인도네시아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화단의 한 귀퉁이에도, 오래된 나무줄기에도 터를 잡 피어있다.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이 서려있다.     


'아마빌리스', 호텔 카자네무아KajaNe Mua 에서


 Hibiscus(Bunga Kembang Sepatu)   


열대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히비스커스는 우리나라의 꽃인 무궁화Hibiscus syriacus L. 와 같은 히비스커스 속에 속한다. 말레이시아 국화로 지정된 히비스커스 빨간색 무궁화hibiscus rosa-sinensis는 이 나라 지폐에도 등장한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국장에도 들어있는 무궁화는 국회에 여러 번 안건이 올라간 바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 인식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대한민국 국화로 지정된 일이 없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Kembang sepatu’라고 하는데 뜻은 ‘Shoe flower’이다. 예쁜 꽃잎을 신발의 광택제로 사용한단다. 현재의 한국에서는 미용과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히비스커스 차가 유행이다.    

 

'히비스커스', 다른 예쁜 꽃들이 너무 많아 이 꽃에는 내가 관심이 없어 사진이 거의 없다. 우붓 타만 야윤 사원에서


Bougainvillea


흔히 부겐베리아라고도 부르는 부겐빌레아는 생육에 필요한 최저온도가 13℃ 이상으로 그렇게 낮은 온도는 아니건만, 겨울날의 몰타와 튀니지의 바닷가 마을에서도 진분홍빛의 부겐베리아가 지붕과 담장과 고목을 감싸며 피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중해가 따뜻하긴 한가보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한 부겐빌레아는 열대의 땅에서는 흐드러지다 못해 자연이 주는 햇빛의 에너지를 주체를 못하고 발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꽃 중의 하나이다. 진한 분홍빛 외에도 다양한 색깔이 있으며 작은 꽃을 감싸는 반투명한 포엽이 얇은 종잇장 같아서 paper flower라고도 부르는 낭만적인 꽃나무이다.


바닷속 산호가 물고기들의 서식처이듯이 부겐베리아의 꽃을 감싸는 화려한 포엽은 각종 곤충들의 서식하는 터전이다. 이처럼 식물과 곤충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부겐빌레아의 꽃말은 열정이다. 꽃말처럼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것 같다.


'부겐빌레아', 길리 트라왕안 숙소의 정원
'부겐빌레아', 울루와뚜에서
'부겐빌레아', 수마트라 마닌자우 호수
'부겐빌레아', 수마트라  미낭까바우
'부겐빌레아', 수마트라섬에서


바우히니아(Bauhinia purpurea)


 중국의 구이린에서 많이 봤던 꽃인데 나비처럼 우아하게 생긴 꽃이 인도네시아에 오니 지천이다. 난처럼 가볍고 날렵해 보여서일까, Orchid tree라고도 부른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가볍게 띄워주는 꽃이다.


바우히니아(자줏빛 소심화)는 홍콩의 꽃으로, 새로 지정한 홍콩 특별 행정구의 기를 보면 예쁜 바우히니아 문양이 들어가 있다. 1997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이, 1997년 7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에 반환하면서 사용되었다.


'Bauhinia purpurea', 나무인데 덩굴식물처럼 자란다.
'Bauhinia purpurea', 롬복에서
바우히니아가 들어가 있는 홍콩을 상징하는 '기'


클레로덴드롬 스페키오숨Clerodendrum speciosum


누리장나무 속에 속한다. 귀엽고 깜찍하며 때론 요염하기까지 한 이 꽃은 미낭카바우 지역에 많다. 수마트라에서 보고 한참만에 우붓 카자네무아의 정원에서 발견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종류도 다양한 데다 생소한 이름이어서 자꾸 되뇌어야만 한다.  

   

'Clerodendrum speciosum', 우붓 '카자네무아'
'Clerodendrum speciosum', 수마트라
'Clerodendrum speciosum', 수마트라
'Clerodendrum speciosum', 우붓 '카자네무아'
'Clerodendrum speciosum', 수마트라


클레로덴드롬 C. splendens


수마트라 섬 미낭카바우 지역을 여행할 때 자주 봤던 꽃으로 멀리서 보면 마치 불꽃처럼 보인다. 다가갈 수밖에 없는 진한 주황색을 지니고 있으며 탑처럼 보인다고 해서 Pagoda Flower라고 부른단다. 자세히 보면 깜찍하면서도 우아하다.


'C. splendens' , 수마트라 섬 미낭까바우 왕궁 근처
'스플렌덴스C. splendens'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부키팅기' 근처
'아데니움'은 정원보다 화분에 많이 키우고 있었다.  쿠따에서
뭐든지 생육이 왕성한 땅, 메뚜기도 정말 크다
 Maninjau호숫가에 무리로 피어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다. 나비들이 무더기로 모여 팔랑거리는 느낌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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