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페르시아 16화

진리는, 장미처럼 가시 돋친 가지 위에 꽃을 피우도다

# 쉬라즈 - 에람정원과 하페즈

by 그루

에람정원과 하페즈


차를 빌려 파사르가다에와 키루스의 무덤, 페르세폴리스와 낙쉐로스탐, 낙쉐라잡까지 보고 쉬라즈 Shiraz 시내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길 에람정원을 보자고 하니 기사는 좋다고 한다. 퇴근시간에 맞물려서 에람가든으로 가는 길이 교통체증이 심하다.


에람정원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평일인데도 찾는 이들이 제법 많다. 입구부터 시원하게 위로 뻗어있는 짙은 녹색의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긴 그림자처럼 도열 해 있다.


에람정원


대추야자나무가 궁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린다. 페르시아의 정원답게 궁 앞 중심에는 사각형의 물이 넘치는 분수와 연못이 있고 수로는 정원을 돌면서 물을 나르고 자연스럽게 정화가 된다. 전통적인 페르시아의 정원에는 각종 꽃과 석류, 귤, 감 등이 수로의 방향에 따라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각종 꽃들이 만발한 정원에도 가장 많은 꽃들은 역시 장미다. 이란에 들어오면서 숱하게 보아왔던 장미는 이곳에도 여전하다.


장미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평소 장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란 어디를 가나 나지막이 피어있어 우아한 향기와 빛을 내는 장미들에게 나도 모르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야생의 식물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에 이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란의 장미는 말끔하게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린 것 같은 내가 알고 있는 장미가 아니었다. 알고 보니 이란은 장미의 원산지이며 변종시키지 않은 원래 장미의 원종이다.


다음날 바킬바자르에서 보았던 말린 장미들

이란에는 수많은 장미종이 있지만 유럽에 퍼져 널리 알려진 장미로는 향이 좋은 다마스크(또는 다마스쿠스) 장미이다. 십자군 전쟁의 영향으로 유럽과 장미거래가 이루어졌던 지역의 이름을 따서 다마스쿠스장미라 불리게 된 것이다. 1239년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나바르의 티보 4세(1201~1253)는 십자군 전쟁에서 돌아온 후인 1250년 경 다마스쿠스에서 가져온 장미를 이식하여 프랑스 프로뱅지방에 큰 부를 안겨준다. 당시 유럽에서 장미는 비싼 약재와 향료로 쓰였다.


이란은 5가지의 기후대를 가지고 있다. 즉 5번의 장미 개화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이란을 여행한 시기가 장미가 가장 많이 피는 5월이었지만 다른 계절에 왔어도 많은 장미가 피어있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카스피해에 접한 도시나 페르시아만에 접한 항구도시 정도를 제외하고 이란 대부분의 도시는 북쪽에는 엘브로즈, 서쪽에서 남쪽으로는 자그로스 산맥이 만들어낸 해발 1,500m 이상 고원에 위치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란하면 황량한 사막만을 생각하지만 높은 산에는 눈이 많이 내리며 그들도 우리처럼 겨울에는 스키리조트에서 그것도 자연설의 슬로프에서 스키를 즐긴다.


강수량이 적은 페르시아에서는 BC 6세기 이전부터 높은 산에서 눈이 녹아 땅 밑으로 흐르는 물이 증발되지 않도록 카나트 qanat라는 지하수로를 만들어 많은 농산물들을 경작해왔다. 필요에 따라서 수십Km까지 뻗어있다. 지하수로가 지나가는 길목에는 입구로 여겨지는 작은 구멍이 있다. 공사를 위해 뚫은 구멍은 완성 후에는 수리와 통풍과 냉방시설로 이용하며 수로가 지표면으로 나오는 곳에서는 오아시스 도시가 형성되기도 한다.


거대 제국을 형성했던 페르시아 덕분에 카나트는 중아아시아는 물론 북아프리카와 인도까지 영향을 끼쳤고, 중국의 신장자치구에 속한 건조한 사막지대인 둔황과 투루판까지 전해져 화염산이 있는 투루판은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을 지하수로인 카레즈 Karez를 이용해 질이 좋은 최상의 포도를 생산해 낸다.


게다가 이란은 매우 더운 여름이 길고 고원지대여서 습도가 낮고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커서 해충들의 피해도 적다. 알고 보니 석류도 쉬라즈가 위치한 자그로스 산맥의 남서부가 원산지이다. 이란의 여자들에게는 없는 갱년기가 석류 때문이라고 해서 한 때 한국에도 다량 수입되었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농산물을 수출하는 나라라더니 풍부한 과일들과 살구씨, 피스타치오, 사프란, 석류 등을 비롯한 농산물과 이란의 많은 꽃들을 보니 이해가 간다. 쉬라즈는 이슬람 이전에는 와인도 생산했던 포도의 고향이기도 하다. 호주는 쉬라즈 포도의 묘목을 이곳에서 가져다가 맛 좋은 쉬라즈 와인을 성공시켜 지금은 호주의 대표적인 와인 품목으로 생산해 내고 있다. 그래서 가끔 호주산 쉬라즈를 마실 때마다 이란의 쉬라즈가 떠오른다.


사랑의 도시 쉬라즈


호텔로 돌아오는 길, 과일가게에 들러 욕심껏 과일을 샀다. 과일을 보는 순간 모든 피곤은 사라지고 먹기도 전에 다시 생기가 돈다. 대부분 이름을 알지만 낯선 과일도 보인다. 아쉽게도 체리는 아직 철이 아닌지 알들이 작다. 조금 더 있어야 굵어진단다.


하페즈의 묘당


쉬라즈는 시와 문학의 도시이다. 대표적인 시인 하페즈사디가 태어난 도시로 쉬라즈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느낀다. 저녁을 먹고 저녁나절 호텔과 가까운 하페즈 1320~1389 묘에 산책을 나갔다. 묘역의 조명이 화려한데 모여든 사람들 역시 묘역에 피어있는 수많은 꽃들처럼 조명에 빛난다. 다정한 눈빛, 미소를 머금은 얼굴들, 그들은 이곳에서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고 가나보다. 그림자처럼 검은 루사리를 걸친 젊은 여인, 하페즈의 관 옆에서 시를 낭송한다. 이제 보니 쉬라즈는 사랑의 도시인 것이다.


"진리는, 장미처럼 가시 돋친 가지 위에 꽃을 피우도다"


사랑은 달콤하면서도 차가운 것, 하페즈 공원의 찻집엔 하페즈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하페즈묘당옆 카페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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