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페르시아 18화

정원사아저씨의 물줄기가 그대를 깨울까

# 테헤란, 근대역사의 중심지 골레스탄 팰리스

by 그루

쉬라즈에서 테헤란으로


쉬라즈에서 테헤란 공항까지는 약 1시간, 기내에서 제공되는 간식봉투를 뜯기도 전에 도착했다.

이란으로 들어오던 날의 낯설었던 공항 풍경이 스치듯 지나가면서 오래된 차들이 뿜어내는 메케한 매연은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여유가 느껴진다. 도시에서 오는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많은 여자들의 로망인 대도시를 떠나 작은 마당이 보이는 창이 넓은 주택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 중의 하나인데 소원은 소원일 뿐이고, 아마도 나는 뼛속까지 도시의 시스템에 물들어 있는 거다.


넓은 테헤란에서 묵은 호텔은 도심의 남쪽도 북쪽은 아닌 테헤란의 중간쯤이다. 호텔 주변에는 레스토랑도, 카페도, 호프집도, 피자집도 있고 길만 건너면 환전소도 있는 거리에서 레벨도 중간쯤 되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처음 만난 테헤란 시내


월요일이다. 금요일이 안식일인 이란에서는 목적지를 정하면 인터넷이나 가이드북에서 개관일과 시간을 꼭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어떤 사람은 수요일에, 겨울에는 스키장으로도 유명한 약 4000m에 가까운 토찰산에 케이블카를 타려고 갔다가 그 먼 길을 공을 치고 되돌아와야만 했었다.


다행히도 테헤란 중심부와 남쪽의 오늘 가야 할 곳은 모두 오픈이다. 골레스탄 팰리스를 중심으로 한 내셔널 뮤지엄, 보석박물관 등을 돌아볼 것이다. 테헤란은 지하철이 있지만 노선이 많지 않아 지하철과 택시를 병행해서 다니는 것이 좋다. 워낙 넓고 이면도로도 많아서 다니다 보면 어차피 많이 걷게 된다.


테헤란 남쪽의 하루에 돌아다녔던 골레스탄궁을 비롯한 박물관 맵


골레스탄 팰리스와 말렉뮤지엄


골레스탄 팰리스는 테헤란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지로 Golestan이 꽃을 의미하며 Roseland Palace라고도 한다. 카자르 왕조시대보다는 축소되었지만 지금도 도심 속의 성채인 골레스탄 팰리스는 사파비왕조의 Tahmasp I세(1524-1576) 때 성채로 만들어졌으며 잔드왕조의 Karim Khan(1750-1779)에 의해 궁전으로 만들었다. 근대 왕조인 카자르 왕조의 Agha Mohammad Khan(1742–1797)은 테헤란을 수도로 정한 후 이 곳은 카자르 왕조의 정궁으로 만들었다.


니여바런궁을 정궁으로 사용한 Pahlavi왕조(1925–1979) 시절 이 곳은 공식적인 연회 장소였으며 레자 샤 Reza Shah와 레자 팔레비 Mohammad Reza Pahlavi의 즉위식이 있었던 곳이기도 한다. 이란의 근. 현대를 아우르는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카자르 왕조 시절에 건축된 17개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골레스탄은 입구에서 어디에 들어갈지를 결정하고 표를 구입해야 한다. 가보지 못한 곳의 볼 것들을 결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표를 구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티켓 비용이 저렴한 편이어서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입구까지 다시 나올 일 이 없도록 여유 있게 티켓팅을 하였다. 쉬엄쉬엄 시계방향으로 돌다 보면 어느덧 한나절이 지나가겠다.


페르시아풍의 간결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궁전, 뒤에는 마치 한 건물로 보이는 현대식 건물이 서 있다.


The Marble Throne은 야즈드에서 가져온 노란색 대리석으로 만든 왕좌가 있는 곳으로 카자르 왕조와 팔레비 왕조의 왕들의 즉위식을 거행하던 곳이다. 복도를 따라 들어간 작은 방에는 당시 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볼 수가 있다.


Talar e Salam(Salam Hall)의 미러 홀은 천정과 벽은 회반죽으로 바른 다음 정교하고 세련된 유리로 장식되어 있다. Nasser al Din Shah 시절에 이 곳은 귀중한 보석들과 유럽에서 들여온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Salam Hall의 입구, 양쪽에 사자가 보인다.



Shams ol Emareh(Edifice of the Sun)은 골레스탄의 건축물 중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나세르 알 딘 샤의 명령으로 건축된 이 건물은 페르시아양식과 유럽 양식을 융합한 건물로 새로운 것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인 페르시아의 전통과 닿아있다. 지금은 세계 각지의 사신들로부터 받은 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외벽은 마치 회랑처럼 반복되는 아치와 복잡한 문양의 채색 타일로 꾸며져 있으며 창문은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지붕에는 올라가면 전망대 역할을 할 것 같은 똑 같은 모양의 타워형 건물이 두 개 올려 있다.


Edifice of the Sun의 내부


Emarat e Badgir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푸른빛의 경쾌한 4개의 바람 탑(바드기르)이 밖에서만 봐도 좋다. 그러므로 골레스탄의 지하에는 분명히 맑은 물이 지나가는 우물이나 카나트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이란 어디에서나 있었던 Badgir는 보기만 해도 반갑다.


하늘색 타일의 바드기르가 보인다.


Talar e Almas(Diamond Hall) 골레스탄 팰리스의 남쪽 바드기르 옆에 있다. 매우 아름다운 유리 장식이 있는 곳으로 나세르 알 딘 샤는 유럽에서 수입된 벽지를 사용하게 했다고 한다. 열강들의 야욕 속에서 부단히 헤어나려고 노력했던 샤가 서양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흔적은 왕궁의 이곳저곳에서 쉽게 나타난다.

당시에는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의 등살에 힘든 외교를 펼쳤다. 러시아와의 첫 번째 전쟁으로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지역과 카프카스 지역을, 두 번째 전쟁으로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을 러시아에 양도(1828년) 해야 했다. 굴욕적인 당시의 상황이 반대로 표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이유로 이란인들은 자신들의 역사 중에 카자르 왕조를 가장 싫어한다.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이란의 근대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그림과 사진 그리고 당시의 생활상까지 여유를 갖고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화려한 실내가 피곤하다면 아름다운 정원의 그늘에서 잠깐 오수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가도 좋다. 정원사아저씨의 물줄기가 그대를 깨울까.


골레스탄 궁의 건축구조는, 간결한 구조를 하고 있는 건물들이 페르시아식 정원을 둘러싸고 있다. 건물의 외벽은 우리나라의 단청무늬와 조선시대의 채색화를 연상시키는 화조화와 사방대칭형의 식물 문양 등의 채색 타일로 장식되어 있어 건물의 벽을 감상하면서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19세기 유럽의 아르누보운동에 영향을 끼쳐 사방 대칭형의 아르누보벽지를 만들어냈던 그들의 수준 있은 전통문양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유리공예가 발달하여 실내 인테리어에 적극적으로 차용되었다. 특히 카자르 왕조 때는 극단적으로 화려하며 정교한 유리를 이용한 장식이 주류를 이룬다. 지나치게 화려하여 비슷해보이지만 각 건물마다 유리의 색깔과 문양이 다르다.


정원과 정원사
궁의 아름다운 외벽

말렉뮤지엄은 Malek National Museum and Library은 국립도서관 및 뮤지엄으로 현관은 전형적인 푸른색의 페르시아 아치를 갖춘 우아한 이슬람 양식이다. 외벽은 골레스탄 궁의 외벽처럼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채색 타일로 되어있다. Hossein Malek의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은 진기한 캘리그래피, 근대 이란의 각종 공예품들과 이란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게다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부유한 최초의 은행국가였던 귀중한 리디아의 동전들이 전시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가까이에는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도 있다.


골레스탄 팰리스 주변은 박물관도 많지만 이란 정치의 핵심인 곳으로 관청들도 많다. 거리는 건물들의 석주며 외벽의 부조 등이 페르시아 아케메니아식으로 장식된 건물들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마치 이슬람 이전 페르시아의 영광을 추억하듯이.


말렉뮤지엄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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