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뮤니티랩│새로운 이웃의 실험
피플쉐이크 1기 첫 번째 모임이 지난 10월 9일 한글날, 압구정 인근에서 열렸습니다. '새로운 이웃의 실험'이라는 별명이 붙은 피플쉐이크 커뮤니티는 '다양성'과 '지속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러나 시작은 제가 했어도 이 모임을 만들어가는 진짜 주인공은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구성원(크루)들입니다.
저는 어떤 모임을 운영하든 거기서 각자의 자유도를 가능한 높이고,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기를 권장하는데요. 그 이유는 다른 사람(대체로 리더)의 의견이나 정해진 룰을 따라가는 것보다,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며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더 재밌기 때문입니다.(저만 이런 거 아니죠^^) 저는 이런 자유가 민주주의의 방식이고, 커뮤니티의 주권(주인의 권리)을 구성원 모두가 누리며, 기회와 가능성을 고루 가질 수 있는 조건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똑같은 물건이라도 내 손을 탄 물건이 더 정겨운 것처럼, 자신이 만들어가는 모임과 커뮤니티라면 크루들도 더 애정이 가겠죠?
첫 모임 장소에 크루들이 하나둘 모입니다. 오늘의 참가자는 새로운 사업의 준비를 위해 유럽 출장을 갔다가 어제 돌아온 지인, 열흘 전쯤 진행했던 명상 행사에서 저의 발표를 듣고 피플쉐이크에 들어오신 두 분, 이런저런 곳에서 인연이 닿아 자주 보게 된 지인, 같은 동호회에 소속되어 종종 만나는 유쾌한 지인(동생) 둘, 오늘 처음 만나는 블로그 이웃 한 분(사실, 만나기 전까지 성별조차 몰랐다는^^), 그리고 저까지 8명입니다.
동생의 결혼식 등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못 온 크루가 셋이라 모두 더하면 11명, 새로운 커뮤니티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인원이네요. 사실 최대 모집인원은 36명이었지만, 이 정도의 인원이 한 번에 모였다면 조금 정신이 없었겠어요. 참고로 피플쉐이크 1기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4개월간 유지되고, 그 사이 기존 그룹에 더하여 새로운 크루들을 수시로 모집합니다. 이런 모집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커뮤니티의 문이 닫혀서 고인 물이 되기보다는 느린 속도라도 흐르는 물처럼 늘 새로워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쁜 시기에는 잠시 커뮤니티 카톡방을 나갔다가 언제든 다시 들어올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 커뮤니티 멤버들이 각자의 속도로 살면서 멀리 함께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첫 모임을 시작하고 30분쯤 지나 모든 크루가 도착하였습니다. 자기 소개나 커뮤니티에 대한 안내를 먼저 시작해버리면 늦게 도착한 멤버가 다른 멤버들을 충분히 알기 어려워서 약간은 소외될까봐, 1분이 10분처럼 느껴지는 어색한 정적을 몇 번인가 맞이했지만 도착 예정 시간을 물어보며 기다렸습니다.(만약 10~20분쯤 더 늦는다고 했으면 정적을 못 견디고 먼저 대화를 시작했을지도요^^)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기는 한데, 서로 서먹한 사이일 때 생기는 이런 정적을 저는 너무 무리해서 깨려고 노력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 불편하고 어찌할지 모를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이 시간을 피하기 위해 애써 할 말을 찾다보면 앞으로 맺게 되는 관계의 거리나 깊이가 더 멀어지고 얕아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멀게 느껴지는 관계의 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가까워지는 관계를 저는 선호합니다.
'피플쉐이크'라는 이름이 (제가 지었지만�) 참 마음에 듭니다. 사람들이 섞인다는 뜻, 살면서 전혀 만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만나고, 나와 매우 다른 분야에서 일하거나 다른 지역(지방 혹은 해외), 다른 시대(길게는 20년 정도의 차이)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곳에서 오고 갑니다. 이로부터 새로운 정보나 기회,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도 있고, 다양한 주제의 모임들을 기획할 수 있어요. 지난 모임에서 나왔던 앞으로의 모임 or 번개 주제로는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요리 배우기&먹기(요리전문가 크루가 있어요)(공유주방을 빌려서 다음 달 모임으로 해볼 생각 중!)
일상에 유용한 법 이야기(8년차 변호사 크루가 있어요)
박물관 가기(역사 공부도 함께~)
각종 전시회/박람회 가기(새로운 분야 보고듣기)
영화/뮤지컬 관람(무서운 영화 낮에 같이 보기)
혼자 읽기 어려운 책 함께 읽기(총균쇠, 유발하라리 시리즈 등)
산행(등산을 좋아하는 크루가 있어요)(등산이 싫은 사람들은 산 아래에서 놀고 있기로^^)
운동 같이 하기(탁구를 좋아하는 크루가 있어요)
보드게임 하기(이건 제가 좋아합니다)
우리 모임에 각자의 지인 초대하기
자신의 모임에 다른 크루와 함께 가기
공식 모임 기간인 4개월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는데요. 모임 기간이 끝나도 피플쉐이크 1기는 계속 유지됩니다. 2기가 생기면 나중에는 1기와 2기가 함께하는 모임도 할 거구요. 이렇게 2~3년이 지나면 100~200명쯤 되는 피플쉐이크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겠네요. 저는 이런 다양하고 새로운 관계를 통해 아주 많은 일들을 시도하고 경험해 볼 수 있다 생각하고, 이 연결의 힘과 가치가 크루 모두의 행복과 성장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첫 모임에서 피플쉐이크 크루들은 1차로 저녁 식사를 하며 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자신에 대한 소개를 나누었고, 2차로 옮겨간 자리에서는 '라이프쉐어 카드'라는 질문툴로 관계, 가치, 일상, 미래, 여행 등 여러 주제의 질문들(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무엇을 할 건가요, 여행을 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덕분에 서로의 삶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었구요. 이렇게 피플쉐이크 1기, 새로운 이웃의 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선택의 자유를 높여 참여에 대한 부담은 줄이고 흥미는 높이고, 지속성을 보장하여 안정을 높이고 관계의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것이 제가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의 방향성입니다. 외로운 시대, 홀로 살아가는 날들이 많아지는 시대에 보다 더 친근하게 이어지고, 언제든 부담 없이 교류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가 맺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잡은 저의 북극성이랄까요. 아주 먼 얘기지만, 10년, 20년, 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이 관계들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어 더 즐겁고 행복한 인생이 크루들에게 펼쳐지고, 이런 분위기와 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더 퍼지는 것이 저의 꿈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갈 피플쉐이크, 소셜커뮤니티랩과 함께할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p.s. 피플쉐이크에 대한 소개, 그리고 소셜커뮤니티랩에 대한 지난 이야기들을 링크로 드립니다.
> 피플쉐이크 1기 참가 안내(2019.10.~2020.1. 수시 모집)
> [피플쉐이크 크루 미팅 #1] 20년 만에 만난 친구, 전대일 변호사
> 새로운 이웃의 실험 - 피플쉐이크 PeopleShake(피플쉐이크의 2가지 키워드)
> [커뮤니티의 미래 #1] 우리는 다 외롭다 - 소셜커뮤니티랩을 시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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