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미국 1년 살기, 하원 후에 경험하는 또 다른 놀이 '학원'
미국에서의 일반적인 풀타임 유치원 정규 교육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 이전 까지다.
필요에 따라 연장반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자유 놀이나 바깥 놀이(오전 1회/ 오후 1회)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하원 후 아이가 보다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여기서도 아이들이 학원에 간다. 그런데 내가 익히 알던 그런 학원이 아니었다.
주변 입소문과 구글링 등으로 정보를 열심히 조사한 결과 이곳은 정말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구나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학원도 일종의 서비스 업종이고 이곳은 인건비가 무지하게 비싼 나라라 Lesson의 개념이 들어가면 일주일에 30분 수업이면 얼마, 45분 수업이면 얼마, 1시간 수업이면 얼마 등 정말 촘촘하게 비용을 책정했다. 그리고 어디에나 '등록비'라는 개념이 있는 것이 놀라웠고 어떤 곳은 학원비를 결제할 때도 팁을 내겠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 또한 나에게는 문화 충격이었다...
한국에서 보낸 육아 휴직 기간에는 미술도 시켜볼까 발레도 시켜볼까 그런 고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지만, 복직하고 워킹맘+주말부부의 신분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은 바로 '태권도'학원이었다.
한국 나이로 5세 겨울쯤부터 시작했는데 다른 학원들이 많으면 주 2회인 반면 태권도는 일주일에 3회 이상도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고 단순히 태권도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보육'의 느낌을 더한, 뭐랄까. 종합 운동&생활 보육센터 같은 느낌이랄까...
원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내가 아이를 보낸 곳은 관장님과 사범님들이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느낌이었다. 아이들 픽업을 도맡아 하기도 하며 캠프 같은 이벤트도 운영하는데 세상 어디 그런 시스템이 있을까 싶다. 미국에서도 한국 방식으로 운영하는 태권도 학원들이 있다고 들었는데(물론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국 엄마들에게 그렇게 인기라는 것을 보면 만국 공통 엄마들을 감동시키는 시스템임에 분명하다.
한국의 학원이 부모의 보육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면 미국의 학원은 부모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라이딩하는 것이 일과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스쿨버스를 운영하지만 취학 전 아동의 경우 꼭 부모가 라이딩하고, 방과 후 활동을 추가하면 그곳까지 라이딩한 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의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에 굉장히 신중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효율성 대신 안전이라는 느낌이다. 대신 맞벌이 부부의 경우 직장의 노동환경이 유연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
학원이라고 하지만 사실 한국처럼 교과 과정에 관련한 학원은 거의 보지 못했고, 대부분 스포츠 관련된 시설이 많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 Gymnastics가 대표적.
미국에는 Gymnastic을 많이 시키는데 여기가 우리나라 태권도와 굉장히 유사하게 보인다. 수업도 하고 가끔 parent's night out day event로 마치 키즈카페처럼 아이들을 맡아주기도 한다.
수업은 연령에 따라, 수준에 따라, 성별에 따라 다양한 반으로 구성하는데 아이들이 몸으로 놀면서 내 몸의 가능성에 도전해 보고 성취감을 느끼는 스포츠다. 어떤 아이가 처음으로 동작을 성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해냈을 때 체육관 전체에 종을 울려주는데 이런 부분들이 아이들의 성취 욕구를 자극한다.
한국에서 유치원에 다닐 때도 하원 후에 아이들이 미술학원, 사고력 수학, 태권도 등 많은 학원들을 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여기도 엄마들이 숙제처럼 느끼는 방과 후 시간은 이런 시설들이 메워준다.
그러나 부모가 책임지고 동행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땅덩이 큰 나라라 그런지 모든 규모가 크고 아이들이 부대끼지 않고 마음껏 신나게 몸으로 놀 수 있는 학원이 많다는 것을 가장 다른 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아이를 Gymnastic에 보내려고 결심한 장소는 바로 놀이터였다.
아이가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데 또래 여자아이들이 monkey bar(구름사다리)에 매달려서 오로지 팔 근력과 몸의 탄력을 이용해 뙇! 뙇!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아이가 하나, 둘이었으면 그냥 저 아이가 운동신경이 좋구나... 했겠지만, 많은 또래 여자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게 건너가는 것이다.
아이는 저도 한 번 해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버티는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팔 근력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는 다섯, 여섯 살 여자 아이들이 이렇게 노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등하원길에 한쪽 골반에 아기를 턱 걸치고 한 팔로 감싼 후 한쪽으로는 큰 아이 손을 잡고 등원시키는 엄마들을 많이 봤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타고난 신체 조건의 차이도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근력을 기르는 운동과 놀이를 많이 하면 나중에도 이렇게 체력 짱짱한 엄마가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했었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는 체조를 시작하게 되었다. 무척 즐겁게 다녀주어 나도 기쁘다. 몸 전체를 쓰는 운동은 가능한 한 꾸준히 시켜 볼 생각이다.
나중에 커서, 건강하고 강한 여성으로 자라기를 바란 엄마의 마음을 언젠가 한 번 생각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