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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May 17. 2021

쓸모없는 기록

요즘 아이가 부쩍 크면서 행동도 활발해지고 힘도 더욱 세졌다. 특히 가장 오래 붙어 있는 내게 드세진 힘을 발휘(?)하곤 하는데 당연히 아이가 어떤 악의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특별히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심지어 애정표현인 게 더 많다.) 그래도 가끔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플 때가 있다. 한 번은 소파에 누워있다가 아이가 했던 행동 중에서 어떤 게 가장 아팠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무 의미도, 쓸모도 없는 기록지만 그냥 재미삼아 써보려한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내 몸을 하나의 장애물로 삼고 즈려밟으며 지나가는 것이다. 아직 이족보행이 불가능해서 그리 아픈건 아니지만 문제는 주로 내 목 위로 지나간다는 것... 지렛대 삼은 내 얼굴을 손으로 살포시 비벼주며 목 위를 배와 무릎으로 있는 힘껏 누르며 넘어간다. 희한하게 진짜 얼굴과 목 위로만 올라가려고 한다. 가끔 목을 잘못 눌러서 켁켁 거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뭐,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나중에 걷게 되어 진짜 두 발로 밟고 지나가면 좀 아플 것 같긴하다.


머리카락도 자주 잡아당긴다. 특히 내가 누워있을 때, 저 멀리서 아주 환하게 웃으며 반가운 표정으로 달려와 머리카락을 당긴다. 내 생각엔... 애정표현 중 하나인 것 같다.(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여기서 또 문제는 뒷머리를 잡아당기면 괜찮은데 주로 앞머리나 구레나룻에 있는 머리카락을 당긴다는 것이다. 구레나룻 잡아 당기는 그 아찔한 느낌, 다들 한 번쯤 겪어봤으리라 생각된다. 눈물이 핑하고 돈다. 가끔 아이 손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붙들려 있으면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소중해지는 나이라 다시 심고 싶은 심정이다.


이것 역시 애정표현 중 하나인데 나를 보며 반갑다고 내 얼굴을 만지곤 한다. 아직 손놀림이 서툰 탓에 가끔 얼굴을 만지는 것인지 혹은 내 뺨을 때리는 것(a.k.a 싸다구...)인지 모를 때가 있다. 느낌이 묘하다. 뺨을 맞는 것은 정말 아픈 것이구나 새삼 느낀다. 여기서 더 반가우면 얼굴을 할퀴기도 한다. 피가 난 적도 있다. 남편은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상처가 남아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다가도 아이의 애정표현이라 생각하며 그리고 손톱을 더 바짝 자르지 않은 나를 탓하며 넘어간다.


지금까진 다 그러려니 하는데 여전히 당할 때마다 아프고 찌릿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살을 꼬집는 것. 아이가 무언가를 잡는 능력이 더 발달하면서 옷자락을 잡을 때 가끔 내 살도 같이 잡을 때가 있다. 또는 옷 대신 내 살을 잡곤 한다. 아이는 그게 옷인지 내 살인지 모르니까 그냥 잡히는 대로 잡는 것일테지. 하지만 그래도 너무 아프다. 특히 겨드랑이살. 구레나룻 뽑히는 것을 능가하는 느낌이다. 이럴 때도 잡힐 정도로 많은 내 살을 탓하곤 한다.(그치만 겨드랑이살은 뺄 자신도 없고 빠지긴 하는건가 싶다.)


이외에도 몇 개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쓰려니 기억이 안나네. 

한 번은 너무 아파서 아이 앞에서 우는 시늉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는 그게 노는 건줄 알고 깔깔깔 웃었다. 아니 왜 또 이렇게 예쁘게 웃는 것이냐! 그래서 나도 그냥 웃어버렸다. 아직 사리분별도 못하는 아이에게 훈육을 할 수도 없고 아프다고 하소연 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으니. 물고 뜯기고 가끔 피까지 보지만 그래도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에 더 감사한 요즘이다. 그래도 나중에 커서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을 때가 되면 한 번은 생색내야지. 

이상, 의미없고 나중에 쓸모도 없는 기록이지만 써보고 싶었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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