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가 부쩍 크면서 행동도 활발해지고 힘도 더욱 세졌다. 특히 가장 오래 붙어 있는 내게 드세진 힘을 발휘(?)하곤 하는데 당연히 아이가 어떤 악의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특별히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심지어 애정표현인 게 더 많다.) 그래도 가끔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플 때가 있다. 한 번은 소파에 누워있다가 아이가 했던 행동 중에서 어떤 게 가장 아팠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무 의미도, 쓸모도 없는 기록지만 그냥 재미삼아 써보려한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내 몸을 하나의 장애물로 삼고 즈려밟으며 지나가는 것이다. 아직 이족보행이 불가능해서 그리 아픈건 아니지만 문제는 주로 내 목 위로 지나간다는 것... 지렛대 삼은 내 얼굴을 손으로 살포시 비벼주며 목 위를 배와 무릎으로 있는 힘껏 누르며 넘어간다. 희한하게 진짜 얼굴과 목 위로만 올라가려고 한다. 가끔 목을 잘못 눌러서 켁켁 거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뭐,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나중에 걷게 되어 진짜 두 발로 밟고 지나가면 좀 아플 것 같긴하다.
머리카락도 자주 잡아당긴다. 특히 내가 누워있을 때, 저 멀리서 아주 환하게 웃으며 반가운 표정으로 달려와 머리카락을 당긴다. 내 생각엔... 애정표현 중 하나인 것 같다.(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여기서 또 문제는 뒷머리를 잡아당기면 괜찮은데 주로 앞머리나 구레나룻에 있는 머리카락을 당긴다는 것이다. 구레나룻 잡아 당기는 그 아찔한 느낌, 다들 한 번쯤 겪어봤으리라 생각된다. 눈물이 핑하고 돈다. 가끔 아이 손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붙들려 있으면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소중해지는 나이라 다시 심고 싶은 심정이다.
이것 역시 애정표현 중 하나인데 나를 보며 반갑다고 내 얼굴을 만지곤 한다. 아직 손놀림이 서툰 탓에 가끔 얼굴을 만지는 것인지 혹은 내 뺨을 때리는 것(a.k.a 싸다구...)인지 모를 때가 있다. 느낌이 묘하다. 뺨을 맞는 것은 정말 아픈 것이구나 새삼 느낀다. 여기서 더 반가우면 얼굴을 할퀴기도 한다. 피가 난 적도 있다. 남편은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상처가 남아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다가도 아이의 애정표현이라 생각하며 그리고 손톱을 더 바짝 자르지 않은 나를 탓하며 넘어간다.
지금까진 다 그러려니 하는데 여전히 당할 때마다 아프고 찌릿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살을 꼬집는 것. 아이가 무언가를 잡는 능력이 더 발달하면서 옷자락을 잡을 때 가끔 내 살도 같이 잡을 때가 있다. 또는 옷 대신 내 살을 잡곤 한다. 아이는 그게 옷인지 내 살인지 모르니까 그냥 잡히는 대로 잡는 것일테지. 하지만 그래도 너무 아프다. 특히 겨드랑이살. 구레나룻 뽑히는 것을 능가하는 느낌이다. 이럴 때도 잡힐 정도로 많은 내 살을 탓하곤 한다.(그치만 겨드랑이살은 뺄 자신도 없고 빠지긴 하는건가 싶다.)
이외에도 몇 개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쓰려니 기억이 안나네.
한 번은 너무 아파서 아이 앞에서 우는 시늉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는 그게 노는 건줄 알고 깔깔깔 웃었다. 아니 왜 또 이렇게 예쁘게 웃는 것이냐! 그래서 나도 그냥 웃어버렸다. 아직 사리분별도 못하는 아이에게 훈육을 할 수도 없고 아프다고 하소연 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으니. 물고 뜯기고 가끔 피까지 보지만 그래도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에 더 감사한 요즘이다. 그래도 나중에 커서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을 때가 되면 한 번은 생색내야지.
이상, 의미없고 나중에 쓸모도 없는 기록이지만 써보고 싶었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