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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Sep 30. 2020

계속되는 이중생활...

코트와 코트를 오가는 아슬아슬 줄타기

미국 나이로 36세. 본업은 개업 변호사고 부업은 테니스 강사다. 처음에는 취미로, 재미로 시작한 테니스 레슨이 이제 거의 본업을 위협(?)할 정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마침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야외 활동 특히 테니스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서 그런지 순식간에 레슨자가 늘어나 지금은 10명 가까이 됐다. 레슨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본업이 있기 때문에 현재는 이 정도 이상 수를 늘리지 않고 있다.


어제(월요일) 같은 경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약 3시간의 재판을 마치고, 부랴부랴 집에 도착해서 옷 갈아 입고, 점심 먹고 잠시 쉬다가 오후 3시부터 6시 30분까지 세 타임의 레슨을 했다. 게다가 첫 레슨은 집 근처 공원 코트, 나머지 두 레슨은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이라 중간에 이동 시간 30분이 빠듯했다.


레슨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운전해서 오는 길이 참 뿌듯했다. 오전엔 법원(court)에서 마스크 쓰고 재판 치르며 증인 신문하고 판사 앞에서 변론하느라 셔츠가 땀으로 다 젖을 만큼 진땀 빼며 3시간을 떠들었고, 오후에는 테니스 코트(court)에서 레슨을 하느라 땡볕에서 얼굴이 벌게지도록 3시간을 떠들어 하루에 총 6시간을 얘기한 셈이다. 예전에 로스쿨 유학 오기 전, 집 근처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했었는데, 하루에 4번 정규 수업 들어가고 2번의 방과 후 수업을 해서 총 6교시를 들어갔다가 녹초가 된 적이 있는데, 왠지 그 느낌과 비슷했다. 이래나 저래나 나는 말하는 걸로 먹고살아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그때와 다른 점은, 내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순전히 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돈 벌기는 변호사가 훨씬 쉽긴 하다. 내 경우, 변호사로서의 시간당 요율은 테니스 강사로서의 시간당 요율의 5배가 넘기 때문이다. 즉, 변호사로 1시간 일하면 테니스 레슨 5시간 한 것만큼의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저한테 테니스 레슨 예약하고 법률 상담하는 분이 없기를...) 물론 사건 수임의 어려움, 변호사 업무의 난이도 및 책임감, 테니스 가르침의 즐거움과 기쁨 등을 모두 돈으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나는 변호사 업무도, 레슨도 모두 즐기고 있다.


이제 날씨가 조금씩 서늘해지고, 해도 짧아지는 가을이 지나 곧 겨울이 오면(Winter is coming!) 레슨이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아마 당분간은 이러한 이중생활(!)이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이 자리를 빌려 변호사/테니스 코치로 먹고살 수 있도록 내 유학 생활을 서포트해주시고, 어린 시절 테니스 레슨비를 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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