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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Aug 08. 2023

노을 원정대!

밥먹다가 뛰어나간 어느날의 이야기 입니다.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좀 이른 저녁이었어요.


아직 밤이 되기 전, 여름이 한창이라 아직 해도 완전히 지지 않은 그런 시간.

욥은 일 때문에 늦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저녁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달걀, 된장국, 햄등 간단한 반찬에 밥을 차려놓고,

"자~! 앉자~! 밥 먹자!!" 하던 순간!


갑자기 주방 쪽으로 난 쪼끄만 창문으로 밖을 보던 탱글이가 소리쳤어요.

"저기 봐요!! 엄마~~~!! 하늘이 핑크색이에요~~ 엄청!!"

창문을 동시에 바라본 우리는 진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그 창문은 멀리 산의 언덕이 보이는 창인데, 세상에.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너무 예쁜 색깔의 하늘이 산 꼭대기 언덕을 감싸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는 그때 밥을 한 숟갈 정도 먹은 상태였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평소엔 "응~그래~! 밥 먹자." 정도로 마무리할 텐데 하늘이 너무 예뻐

갑자기 마음이 들썩들썩 움직이더라고요.


"우리, 나갈까? 하늘 보러?"







그 길로 잠옷바람의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고 숟가락 젓가락을 '탁!' 놓은 채

현관을 향해 달려갔어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샌들을 야무지게 끼워신고.

마음이 급해서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에도 빨리 뛰어가자고 약속을 하며.

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근처 호수 방향을 향해 달려갔어요.





"와. 저기 좀 봐...."


하늘은 온통 핑크, 오렌지, 웜레드가 뒤섞여 마치 레인보우 샤베트를 하늘에 뿌려놓은 것 같았어요.

우리는 해가 뉘엿뉘엿 다 저버리기 전에 보려고 호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어요.

다정하게 손도 잡고 뛰었다가, 엎치락뒤치락 먼저 간다고 경쟁도 하다가.

도착한 호수, 그리고 하늘.


사진으로 담아지지 않는 호수의 모습은, 진짜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답니다.

어떻게 그런 색깔이 있을 수 있는지.

열심히 사진으로 담아보려고 했지만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은 아무래도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더라고요.

너무너무 예쁜 저녁노을이었어요.


평소 같았으면 앉아서 밥 먹으라고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길 엄마가

밥을 먹다 말고 잠옷바람으로 같이 뛰어나왔다는 게 신기한지, 아이들은 계속 이야기했어요.


"엄마 우리 저녁 먹다가 말고 잠옷바람으로 뛰어나왔죠?"

"어떻게 우리가 밥도 안 먹고 나왔을까요?"

"이런 하늘은 자주 볼 수 없잖아. 너희랑 함께 지금 아니면 볼 수 없잖아. 그래서 나왔지!"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평소 같았으면 빨리 먹이고 빨리 씻기고, 빨리 재우고의 루틴으로 진행되야 하니

그 일정이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게 싫었는데, 그날은 정말 뛰어나가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된 그날.

지금도 머릿속에 그날은 레인보우 샤베트가 예쁜 하트그릇에 담겨있는 느낌이랍니다.


그런 일상이, 생각지도 않게 내 의도와는 다르게 쉽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일상이 어그러지기 전에는 구태여 그날을 감사하게 생각하지 못하다가,

어그러지는 순간이면 그때 그 순간을 그리워하고 속상해하게 되죠.


얼마 전 아이들을 잠깐 며칠 동안 못 보는 개인사정이 있었는데,

그때 잠깐이지만 늘 붙어있던 아이들. 일상의 예쁜 것들을 함께하던 아이들을 못 본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요.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당장 눈앞의 일들에 정신이 없어서 그 순간의 감사함을

더더욱 느끼지 못했고, 바삐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 하늘의 노을을 보니 그때가 떠오르며,

일상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 싶어지는 저녁입니다.

오늘도 하늘이 참 예쁘더라고요.



아무래도 태풍이 오기 전 선물처럼 보내준 노을 같은데,

독자분들도 오늘 예쁜 하늘을 보셨기를.

그리고 그 노을을 보며 더위에도 많이 지치고 피곤했던 하루를 잊어버리셨기를 바라봅니다.

모처럼 잔잔하게 인사드려요.

이제 잘 지내고 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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