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뒷모습을 보며.
언젠가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아기를 낳으면, 최대한 많이 안아주라고.
어른들은 손탄다고 하시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아기를 실컷 내 품에 안아줄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를 늘 생각하며,
우는 봉봉 웃는 봉봉을 지금까지 실컷 안아주고 있다.
처음엔 팔도 아프고 힘들고 무겁고 지치고 그럴 때면
'봉봉 언제 걸어 다니나..'하고 생각할 때가 있었는데
봉봉이 잠들고 나면 잊었던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지금 마음껏 안아줄 때가 행복한 것 같다고.
아니나 다를까, 요새는 처음에 비해 안아달라는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
혼자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안아줄 때면 엉덩이를 쭉~빼고
마치 자벌레를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빠져나가곤 한다.
(자벌레의 생김새가 닮은게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의사 표현을 하고, 소통을 하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제 점점 더 봉봉을 안아줄 시간이 줄어들겠구나.'
어제저녁, 봉봉이 세 번 연속 먹튀(봉봉은 아직 모유수유 중)를 하고 난 뒤
지침과 약간의 스트레스로 쓰러져있는 어멈을 보고는 욥이 봉봉을 안고
재워보겠다며 밖으로 안고 데리고 나갔다.
그사이 어멈은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갔다가 이상하게 바로 씻어지지 않고
이것저것 화장실 정리를 하고 있는데 5분도 안돼서 인기척이 들려 보니
눈이 말똥 한 봉봉과 욥이 현관에 서있었다.
그 길로 어멈 투입.
함께 밖을 걷기로 했다.
욥이 안고 조금 걷다가 안 되겠다 싶어 어멈에게 패스.
봉봉은 옮겨 안아준지 30초도 되지 않아서 마법처럼 잠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은 엄마품이 최고인가 보다.
아니, 엄마품은 평생 최고일 수 있겠지?
욥과 함께 봉봉을 재우고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했다.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분명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그리울 거라고.
그럴 것 같다. 아직은 어멈의 손이 많이 필요한 아이이지만
어느 순간 저 사진 속의 봉봉처럼 척척 자기의 길을 걸어가야 할 테니.
지금 많이 안아줘야지.
뽀뽀도 하루에 200번 해야지.
잘 자 봉봉.
<미래에서 과거에게>
-2025년 10월 25일-
타임머신은 아니고,
시간이 흘러 이리로 왔다.
정확히 오늘은 2025년 10월 25일.
대략 10년쯤, 어쩌면 정확히 10년쯤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10년 후의 미래가 된 봉봉은 열심히 자기의 길을향해 가고있다.
언제 그 시간이 오나 했던 시간들은,
기쁨과 슬픔, 사랑과 눈물, 놀람과 경이로움으로
내 마음속 다른 페이지들을 그득그득 채워놨다.
뽀뽀도 하루에 200번 해야겠다고 했던 다짐은,
10분의 1 가량으로 줄었고.
(그나마 며칠에 한번이 아닌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많이 많이 안아주겠다던 다짐은 서로의 바쁜 일상속에
의식적 세레모니가 되어버렸다.
사진속 1미터도 채 되지 않았던 미니미 봉봉은
이제 내 키와의 차이가 8센치 밖에 되지 않는다.
몸무게는…이제 숙녀라 비밀로 해야한다.
그렇다. 봉봉은 이제 숙녀가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잠들때면 엄마품을 찾아들어오는
우리집 골든 리트리버.
(덩치는 큰데 사랑이 많다.)
신기한건, 아기때랑 똑같이 잠들때 여전히 먹튀를 한다.ㅎㅎㅎ
잠들기 전 우유까지 한잔 마시고 야무지게 잠을 청하지만
그녀는 토닥여 주면 금방 잘거라고 해놓고 여러번 잠튀(?)라고 해야하나..
그런걸 한다. 휴…
탱글이 와도 비교해 보면 잠버릇은 쉽게 바뀌지 않는 듯.
그래도 잠들기전에 밖에 나가서 안고 재워야 잠들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긴하다.
지금으로부터 또 10년 뒤, 우린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땐 내가 재워준다 해도 손사래 치겠지…?
10년후엔 어떤 이야기를 또 남기게 될까.
다시봐도 반가운 아가봉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