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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Oct 17. 2015

엄마한테 삐쳤어.

봉봉이의 속마음.




봉봉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열감기.

요 며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감기 걸리면 같이 놀러 나가지도 못하니 꽁꽁 싸매야지!' 하는 마음에 패딩점퍼를

꺼내 입히는 열정으로 손님(감기) 방문을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며칠 전 봉봉을 데리고 장 보러 나가서 실컷 걷게 해 준 게 화근이었던 건지.





장을 보고 들어와 봉봉이 좋아하는 치즈와 요구르트도 먹고 신나게 놀다가

설거지를 하는 어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거다.

'나 지금 자러 가고 싶어요. 어서 그 손으로 나를 안아줘요!' 하는 표정이어서,

늘 그렇듯  어멈은 "조금만 기다려~다했어. 진짜 끝!" 이라며 희망고문 속에 설거지를 이어갔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주방 수납장 문에 이마를 기대서  찡찡거리는 것이 아닌가.

뭔가 이상해서 봉봉을 들어 안아보니 정말 놀랍게 열이 갑자기 펄펄 끓는 것이다.

일단. 열을 재보니 38.6.

봉봉 출생이래 처음 보는 수치였다.

 

열이 잘 오르지 않는 아이였어서 당황했지만 발 빠르게 해열제를 먹이고,

그러고서도 안돼서 소아과에 급히 안고 다녀왔다.

 


대부분의 소아과 방문 후 과정이 그렇듯

어멈과 봉봉은 이제부터 물약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엔 욥의 능숙한 시음 연기로 봉봉은 오렌지주스를 먹듯 너무 쉽게 약을 먹게 됐다.

그 뒤로 몇 차례 욥의 도움을 받아 봉봉과 전쟁 없이 약 먹는 시간을 잘 넘겼는데.


그러다 어젯밤.


약을 못 먹고 잠이 들었던 봉봉이 갑자기 잠에서 깼고, 이때다 싶어 어멈은 약을 준비했다.

일어나서 비몽사몽 중이던 봉봉에게 급히 약을 먹이려고 하자

봉봉은 기겁을 하고 자벌레 x27 정도의 강도로 어멈에게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다.


27 jbl/s (초당 봉봉 자벌레 강도)



딱하기도 했지만 열이 잘 안 내려가고 있던 터라 억지로 먹이려 했더니 봉봉의 울음은 점점 커졌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약 먹이는 걸 중단했는데

놀란 봉봉은 당혹감이 가시지 않는지 점점 강도 높게 울어나갔다.


열도 나고 독하게 약을 먹이려는 어멈에게 배신감도 들고 눈물도 너무 나서 헐떡 거려 지고.



봉봉은 너무 슬프게 울었다.

한참을 여운이 남도록 울다가 조금 달래진 봉봉과 함께 방에 앉았다.

평소였다면 어멈의 품에 쏙 들어와 봉봉의 안식처를 찾았겠지만

어멈에게 단단히 삐친 봉봉은 안기지도 않고 심지어는 등을 보이고 어멈 앞에 돌아앉아서는

남은 울음의 여운을 삭히고 있었다.


작은 봉봉이 땀을 뻘뻘 흘리며 울음을 그쳐 가는 그 모습이 딱하기도 미안하기도 했던 어멈은

조용히 뒤로 가서, 어멈의 두 손으로 봉봉의 두 손을 잡아주었다.

다행히 뿌리치지 않고 손잡기 성공.

한동안 앉아서 손잡고 있던 어멈은 조용히 봉봉에게 기댔다.

 




그 작은 어깨에 어멈의 얼굴을 기대니 봉봉도 화가 좀 풀리는지

티 안 나게 어멈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살짝 닿게 힘을 빼는 것이다. 그 순간. 뭐랄까.

처음으로 봉봉을 낳고 느끼는 복잡한 마음들이 들었다.


귀여운데 안쓰럽고 이상하게 작은데 큰 것 같은 느낌? 참 묘한 기분.

조금 후에 발이 찬 것 같아 발을 만져주려고 한 손을 뗐더니

냉큼 제 손을 어멈 손 안쪽으로 다시 밀어 넣는다.

마치 원래 잡고 있었던 그 느낌을 유지하라는 듯.


봉봉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미워. 근데 손은 놓지 마.'


짠한데 너무 귀엽고 미안하고.

빨리 낫자! 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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