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문앞에서.
위기의 순간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한동안 감정의 동요가 완만하고 안정적이다 생각이 들던 참이었는데,
그러던 순간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아플때 열이 제일 무섭다더니.
감기로 삼주째 고생하던 탱글이가 90일경에 갑작스럽게 열이나며
대학병원 응급실엘 가게 됐다.
가는 내내 보채는 탱글을 달래며 ‘무슨 일이 더 생길까 더 아파지면 어쩌나.’
아직 100일도 안된 아기인데 응급실에 데려가려니 너무 걱정되고
그 안에서 벌어질 많은 상황들이 두려웠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정신없이 응급실 문 앞에 도착해버렸다.
“응급실엔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욥..어떻게 하지? 나 너무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어.”
그 순간 두려움에게 져버린 어멈은 욥과 탱글을 응급실로 보내고,
홀로 덩그러니 응급실 문이 닫히고서야 어멈은 깨달았다.
‘나는 엄마도 아니다.’
차가운 응급실에 엄마품만 찾는 아기를
내 두려움 때문에 떨어뜨려놓고 밖에서 기다리다니.
그제야 현실 파악이 된 어멈은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며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들어갔어야 되는데. 나 없으면 탱글이가 무서워서 울텐데..’
그 순간은 마치 당장이라도 미끄러질 것 만 같은
얼음 빙판에 홀로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거 같았다.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차가운 물속으로 첨벙 빠져버릴 것 같은.
그렇게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더니.
갑자기 문이 다시 열리며 욥의 얼굴이 보였다.
아기가 아직 어리니 엄마 아빠가 모두 들어와서 설명 들어야 한다는 말에 다짐을 하며 들어갔다.
‘용기를 내자. 내가 두려워하면 이 말도 못 하는 아이는 더 무서울게 분명해.
이것도 못 버티면 난 정말 엄마도 아니야.’
결국 탱글은 100일 미만 아기라 입원 치료를 해야 했고, 각종 검사를 피할 수 없었다.
그 후엔 응급실에서 24시간 정도를 대기해야 했는데,
그곳은 정말 두 번 다시 가고 싶지도 않고 가지도 말아야 할 곳이라는 걸 체험했다.
하루 만에 너무 많은 것을 경험한 탱글과 어멈.
그렇게 용기를 냈던 어멈과 작은 탱글은 일주일이나 병원생활을 했고,
백일이 되던 당일에 병원을 탈출할 수 있었다.
눈물과 한숨, 끈끈한 애정으로 버텨낸 일주일.
어멈과 탱글은 그렇게 또 한 발자국 성장했다.
우리 이제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