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소중한 시간은 한 없이 천천히 갔으면.
봉봉과 탱글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해는 뉘엿뉘엿 거의 사라질 즈음이라 하늘은 거의 어두워져 가고 있었고,
차 안에서는 봉봉과 탱글이 좋아하는 동요가 가득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탱글은 동요를 틀어주면 그래도 비교적 점잖게 카시트를 버틴다.)
봉봉은 탱글이 어떻건 상관없이 음악만 나오면 그 음악에 따라 분위기를 타는 편이라
여지없이 동요를 따라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하도 많이 들어서 동요가 좀 지겨워지려던 차에 봉봉에게 물었다.
"봉봉아 탱글이 자니?"
"네~자요, 엄마."
"그럼 엄마 좋아하는 음악 좀 들어도 될까?"
"좋아요! 12시!?"
"오늘은 그거 말고 다른 거~!"
그렇게 차가 신호대기 중일 때 얼른 최신곡 목록을 보니
장범준의 신곡이 나왔다.
<당신과는 천천히>라는 잔잔한 곡.
플레이 리스트를 바로 재생, 음악 시작.
음악이 시작하고 전주로 들어서자마자, 봉봉이가.
"엄마 이 음악이 너무 멋져요."
"봉봉이도 그렇게 들리니?"
"네 엄마. 배철수 아저씨 거예요?"
(봉봉에게 엄마아빠 음악을 같이 듣는 시간은 거의 배철수의 음악캠프 시간이라서 하는 말)
"아니야- 이건 장범준 아저씨 노래야."
"그 아저씨한테 전해줘요. 멋지다고."
그 말을 듣는데, 같은 음악으로 봉봉과 어멈의 마음이 함께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멋지다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봉봉 참 많이 컸구나. 그 순간 느꼈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사실 전투적인 두 달여의 겨울방학을 마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버려
나는 누구인지 어디로 이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는지 멍해져 있었는데.
봉봉이 어멈의 흐릿한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이런 예쁜 생각을 하는 아이와, 잘 지내고 있구나, 지금의 나.'
그 순간 참을 수 없이 봉봉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봉봉아 너무 고맙고 사랑해."
"엄마 봉봉이도 엄마 사랑해요."
이만하면 됐다 싶다.
이만하면 충분히 행복한 거였다.
육아로 지친 요즘을 의심하고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당신과는 천천히>라는 노래처럼, 이 순간이 너희들과 천천히 흘렀으면.
물론, 또 전쟁 같은 시간이 다가오면 어멈이 불의 화신이 되더라도 말이다.
장범준씨, 좋은 노래 만들어 주셔서 봉봉이랑 힐링했네요. 감사합니다.
제 딸 봉봉이가 꼭 전해달라고 하네요.
"아저씨 노래 정말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