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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Oct 29.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이서.

우리만의 정원을 만드는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이 되었네요.



마음이 수시로 바뀐다.

'내가 어쩌자고 아이들을 둘이나 낳은 것인가!!'

정말 비극적인 생각이다. 봉봉과 탱글에겐.


정신없는 일 년이 지나고, 어느새 우리는 넷이서 지낸 지 500일이 다 되어간다.


이제 탱글의 돌이 지나서야 (갑작스러운 탱글이의 통잠 시작으로)

무언가 할 수 있겠다 하는 아주 작은 희망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봉봉이는 두 돌 지나서까지 통잠을 안 잤는데,

진짜 기특하게도 일찌감치 통잠이 찾아와 줬다.

아무래도 '엄마도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탱글이의 배려가 아닐까 싶은데.



마무리는 늘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그렇게 오늘도 봉봉네는 슬픔, 기쁨, 즐거움, 노여움, 분노, 파국, 행복 등이 뒤섞인,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특별한 일 없음에 감사하며.


일 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사실 탱글이와 한 몸일 때부터도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잘 모를 정도로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


둘째 탱글이가 태어나고서부터는 전쟁이었다.

기적 같은 50일을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고,

100일 되어서 언제 기적이 오나 싶다가, 150일까지도 역시나.

봉봉이 때도 때마다 기적을 기다렸지만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탱글이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지만 육아에도 몸이 기억하는 순간순간들이 있어 그런지

둘째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수월했고,

그러다 보면 갑자기 기적이 찾아오기도 했다.


아직 때가 안된 거 같은데 통잠을 잔다든지,

며칠간 이유식을 폭풍처럼 잘 먹는 다든지.

엄마를 알아보고 방긋방긋 웃는 것 같다든지 등등.

그러나 솔직히 육아에서 기적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그렇게 몰아치는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탱글이가 걷고 우리의 말을 이해하고 서로 감정을 교감하는 시기가 드디어 찾아왔다.


이제야 비로소, 우리셋과 함께 동등하게

직립 보행하며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아직은 약간 미숙하고, 심지어 밥을 많이 먹었을 땐

배가 무거워 앞으로 자꾸만 넘어지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사이, 우리는 서로를 너무 사랑하게 됐다.

물론 서로를 향해 "정말 사랑해! 사랑한다구!!" 하는 마음으로 지내지는 못했지만,

미움 한 스푼, 사랑 한 스푼, 행복 한 스푼, 질투 한 스푼 등 다양한 재료들이 섞여서 어느새

제법 그럴싸한 향을 내는 가족이 되고 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지치고 쓰러질 것 같던 날.

아이들에게 '혼'이 아닌,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 날.


아이들이 낮잠자는 사이에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을 시작했다.

천사처럼 누워 곤히 자는 아이들은 아기새들 같았다.

아기 냄새를 폴폴 내며 잠든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스르르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가 됐다.





'당장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보니,

봉봉과 탱글은 내 소유가 아니고 나랑 평생 함께할 친구구나.

지금은 좀 작은 친구. 나와 욥의 정원에 놀러온 엄청 작은 아기새.

내가 돌봐줘야 하며 손이 많이 가는 작은 친구들.

언젠가는 우리 정원에 작은집도 짓고 맛있는 열매도 따먹고,

예쁘게 같이 가꾸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되겠구나...'





당장 나보다 작은 아기라고 내가 내 마음대로 말하기보단,

아껴줘야 하고 잘 자랄 수 있게 사랑을 듬뿍 줘서 길러야 하는 아기새랑 같구나.

그 아기새가 어딘가에서 또 행복한 씨앗을 가져오고 정원을 가꿀테니까.

그로인해 우리의 정원은 더욱 행복해질테고, 그 행복을 함께 보고 살아갈테고.

더욱이 존중해야 하는 귀한 존재구나.


그런 생각이 든 시간으로부터도 한참을 지나왔다.

오늘도 우리넷은 우리만의 정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언젠가 우리의 마음을 한껏 풀어놓을 수 있는 우리만의 소중한 정원.


아기새들은 가끔 눈물이 날 것만큼 쓴 열매들을 가져오기도하고,

어느날엔 너무 달콤하고 부드러운 열매를 가져와 순식간에 쓰던 기억을 눈 녹듯 잊어버리게도 하고.

이런저런 추억의 열매들을 우리의 정원에 가져오고 자라게 하고있다.


비록 고되긴 하지만 이젠 네모가 된 정원을 더 가득 채워나가며

그곳에서 봉봉과 탱글이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매 순간 보람이고 행복이 된다.


우리는 둘이었고, 셋이었고, 지금은 넷이고.

종종 둘이서 연애하며 지내던 시간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서 하트일때도, 셋이서 삼각형일 때도, 넷이 되어 사각형일 때도

그 삶 만의 매력이 있고 행복을 찾아 봉봉네는 오늘도 분주하게

정원을 가꾸고 있다.


"너희들이 없었으면 어쩔뻔했니!! 이 귀엽고 예쁘고 힘들지만 사랑스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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