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한 약속.

봉봉과 어멈 에피소드/ “봉봉아 미안했어.”

by 봉봉어멈


2년 전쯤 탱글이를 낳으러 조리원에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봉봉에게

글씨로 편지를 써서 선물했다.


말복이 지났지만 한창 더운 공기가 골목골목

가득했던 어느 밤, 일찍 퇴근한 욥과 함께

봉봉이가 차를 타고 면회를 왔었다.


다행히도 병원에서 친정이 가까운 덕에

봉봉이를 매일 10분씩이라도 만날 수 있었고,

그것은 봉봉에게도 나에게도 큰 위안이었다.


그렇게 애틋한 마음을 차곡차곡 담아

봉봉이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었는데,

그때 한 가지 꼭 지키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 있었다.


정말 많이 안아주기.

탱글이보다 더 많이 안아주기.

탱글이가 울어서 당장 못 안아주면

나중에라도 더 많이 안아주기.


결론은 싱겁게도, 기억에 남을 만큼 제대로 지켜준 날이 있나 싶다. 안아주는 것도 짧은 시간뿐.

그게 갑자기 떠올라 너무 사무치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밤이다.


오늘 낮엔 봉봉이 와 탱글이가 블럭놀이를 하며 잘 놀다가 작은 다툼이 있었는데, 탱글이가 누나를 방해한 것도 모르고 싸운다고 둘 다 혼내버렸다.

상황을 알고 보니 탱글이 잘못이 컸고, 그때 봉봉은 울지 않았지만 붉은 눈시울을 하고 있었다.

딱히 울음을 터트리지도 않고. 속상했을 텐데.


그때 안아서 달래줄걸. 네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볼만 쓰다듬어 주고 말았는데,

그게 뭐라고 이제 와서 이 밤에 이렇게 속이 상하다.


봉봉이가 이제 제법 큰 누나가 되어서였는지,

봉봉이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를 갖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로 정신없는 하루들을 보내는 와중에

더욱이 안아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얼마나 서운했을까?

엄마가 분명 약속했었는데 말이다.


그때 그날, 아직 글씨를 모르는 너에게 한 단어

한 단어를 꼭꼭 기억하도록 읽어주며 약속했었는데.

대견하게도 그 편지를 읽으며 알 수 없는 오묘한 표정이었지만, 나를 꼭 안아주던 작은 손.

그 손과 온기가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나는데

그걸 까먹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잠든 밤, 갑자기 봉봉에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을 먹어서였는지

하고 싶은 말들이 술술 써 내려가 졌고, 다 쓴 편지의 뒷면은 봉봉이가 좋아할 그림과 스티커 보석으로

예쁘게 꾸몄다. 봉봉이가 좋아해야 할 텐데.


그보다는 내일 하루만이라도 꼭!!!! 10번 이상 안아줘야겠다. 미안해 봉봉, 사랑해 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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