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 등원거부 에피소드-1 | 코피가 무서워요.
그 날 우린 너무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여느 날처럼 저녁을 먹고 있었어.
탱글이가 먼저 식사를 마쳐서 마무리를 해주고 있는데, 네가 사색이 된 얼굴로 나에게 갑자기 달려와 안기며 말했어.
“봉봉아, 어디 아파? 무슨 일 있어??”
“엄마......,”
“왜 그래 속이 안 좋아? 토할 거 같아?”
“그게 아니고.. 내일 유치원 안 가면 안돼요?”
여기까진 6살이고 아직 어린아이인 너에게 충분히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네 입에서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가 나왔어.
"봉봉아 왜 그래? 왜 안 가려고 하는 거야?"
“코피가 무서워서 유치원에 못 가겠어요.”
“왜? 코피? 코피가 왜??”
“친구가 코피 흘리는 게 무서워요...”
“에이~. 내일은 안 흘릴 거야. 그리고 내일은 엄마도 유치원에 같이 가는 날이잖아. 괜찮을 거야~!”
그 대화가 오간 다음날은 학부모 참관수업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때까진 평범한 대화라 여기고
너를 어르고 달래서 다음날 유치원엘 갔어.
엄마가 교실에 들어가니 너는 맨 뒷줄에 앉아 교실 뒷문 쪽을 두리번거리며 울먹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어.
엄마도 그랬던 거 같아.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가 학교에 참관수업을 하러 오셔서 맨 뒤에서 나를 보고 있으면 뭔가 뭉클함이 들어서 인지 눈물이 날 것도 같고 당장 엄마한테 달려가고 싶기도 하고. 그런 마음에 약간 눈물이 글썽였던 것도 같아. 어쩌면 그런 나를 쏙 빼닮아 그런가 보다 했어.
교실에 들어갔을 때 친구들은 제각각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이는 신나서 엄마한테 뛰어가고 어떤 아이는 엄마가 아직 안 왔는지 울먹이고, 또 어떤 아이는 이미 엄마 무릎에 가서 앉아있고.
그 와중에 넌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 신나면서도 울음을 꾹 참는 것 같아 보였어. 엄마가 보기에 마치 넌 그 작은 얼굴 안에 울음이 보일까 봐 꾹꾹 밀어 넣는 것 같았지.
엄마를 바라보는 너의 표정이 너무 애처로워 당장이라도 가서 안아줘버리고 싶었지만, 네가 그렇게 꾹 참고 있는데 엄마가 가서 안아줘 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엄마도 조금 기다렸어. 게다가 탱글이도 몸 앞에 묵직하게 매달려 있어서 쉽지 않았지.
그렇게 시작된 학부모 참관수업은 아이들이 한 달 동안 배운 '고구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OX퀴즈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였어. 고사리 손으로 작은 칠판에 OX를 귀엽게 적어내는 봉봉이 와 친구들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지. 그렇지만 봉봉이 너와 엄마 사이엔 고구마를 급히 먹어 물이 갑자기 필요할 때처럼 목부터 가슴을 지나 명치끝에 닿을 때까지 답답한 느낌이 들었어. 왠지.
참관 수업이 끝이 나고. 친구들과 너는 교실 앞에 옹기종이 모여 부모님들이 사진 찍을 수 있도록 서있었어. 맨 뒷줄 제일 가장자리 쪽에 서있었던 너는 엄마 쪽을 선뜻 바라보지 못하는 눈치였어. 중간중간 몸을 돌려 눈물을 훔치면서도 엄마를 바라볼 때는 애써 웃는 표정이더라.
‘엄마, 나 괜찮아요. 울지 않았어요. 봐바요.’ 하듯이.
그 모습을 보며 엄마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지만 그 와중에 엄마도 함께 울 수는 없어서 꾹 참았어.
왜 그렇게까지 네가 엄마를 보고 눈물이 났을까?
그렇게 돌아서는 엄마를 보며 너는 끝내 울음이 터졌고, 엄마도 그 길로 너를 데리고 하원 할까 고민했지만 보통은 그런 경우에 아이들은 엄마가 돌아가고 나면 다시 잘 적응하고 나머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엄마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너를 두고 왔어.
그 보통의 규칙, 그 깟거 깨버리고 올걸.
하지만, 그땐 몰랐어. 그 후에 일어날 일들을.
참 밝고 순수하고 따듯하고 여린, 우리 봉봉이와 엄마 사이에 일어날 일들을 말야.
내 마음은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제일 믿는 존재가 “괜찮을 거야.”라고만 위로하는 건, 그 감정을 회피하고 무시하는 게 된다고. 어디선가 본 글에서 그랬다.
어쩌면, 그때까지 나는 그냥 그녀의 감정을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일이 지난 뒤 생각해보니, 앞으로 “괜찮다.” 혹은 “괜찮을 거야.”라는 말은 봉봉에게 자주 꺼내게 되지 않을 말의 리스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