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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Aug 05. 2020

신비한 탱글어-1

탱글 에피소드/  아다다텨 보대오~ (알아맞혀 보세요~)

앵무새처럼 말 따라쟁이 탱글앵무. 자기 맘대로 따라 한다는 게 특징.


봉봉에게 <봉봉어>가 있었다면, 탱글에게도 분명 <탱글어>가 있을터.

지금이 딱 그 시기가 왔다. 봉봉과 탱글이네 집에 새로운 언어가 탄생하는 순간!


어느 날, 자기 마음대로 따라 하는 특이한 앵무새가 나타났고.

탱글이이자 앵무새 같기도 한 탱글앵무는 엉뚱한 말들을 하기도, 꽃잎 같은 입술로

옴작옴작 우리가 하는 말들을 따라 하는 것 보면 너무 귀엽고 예쁘고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


점점 많아져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참 어렵지만,

최근에 기록해두고 싶었던 탱글앵무의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이렇다.





[탱글어 에피소드 1. "은나 유쳔 가쪄요."]


봉봉이는 코로나로 주 1회 유치원을 등원하는데 그 시간이면 탱글인 아쉽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는 눈치다. 그래도 매일 붙어있던 누나가 옆에 없으니 놀다가도 문뜩문뜩 누나를 찾곤 한다.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느는데, 누나가 유치원을 가던 날 갑작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탱글 : "은나 유쳔 가쪄요."

[여기서 "은나"는 탱글이가 누나(봉봉)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멈 : "그럼 아빠는? 아빠는 어디 갔어?" 했더니,


탱글 : "아빠 유쳔 가쪄요."


갑작스레 회사에서 유치원엘 가버린 아빠.

순간 너무 웃음이 나오고 귀여워서 몇 번을 거듭 시켰는지 모른다.

그러다 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탱글아, 아빠야. 아빠 어디 갔어?"하고 욥이 직접 물었는데도

그의 대답은 확실했다.


탱글 : "아빠 유쳔 가쪄요."


우리는 너무 웃음이 나와 한참을 따라 했는데, 그 뒤로도 탱글이에게 물으면

할머니며 할아버지, 삼촌, 고모 여지없이 모두 유치원 행이었다.




[탱글어 에피소드 2. "대대 자자떠."]



아침에 탱글이가 일어나 눈이 마주치면,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때만큼은 하루 중 제일 사랑스러운 순간이다.


어멈 : "잘 잤어? 탱글이 잘 잤어??"

탱글 : "자자 떠"


처음엔 배시시 웃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 저렇게 대화가 되고 보니 매일 아침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그 배시시 웃으며 "자자 떠"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몇 번이고 쓰다듬고 물어보곤 했다.

그러던 중, 탱글에게 "자자 떠"로는 부족해서 좀 더 어려운 질문을 해봤다.


어멈 : "잘 잤어? 탱글이 잘 잤어?"

탱글 : "자자 떠."

어멈 : "탱글이 그냥 잘 잤어, 되게 잘 자써?"

탱글 : "대대 자자 떠."


그 와중에 "되게 잘 잤어"를 선택했다는 게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하마터면 탱글이를 깨물 뻔했다.

그리고 그 개운한 표정이 정말 되-게 잘 잔 느낌이라 덩달아 어멈까지 아침이 개운해졌다.




[탱글어 에피소드 3. "든, 하디 마~"]



다 같이 잠이 드는 침실, 탱글은 제일 벽 쪽이며 어멈 옆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꼭 자려고 누우면 탱글, 봉봉은 어멈을 사이에 두고 엎치락뒤치락. 장난치기 바쁘다.

상황을 정리하려고 으름장을 놓으려 둘에게 한 마디씩 건네는데,

특히 말이 아직 서툰 탱글에겐 더 장난을 치게 된다.


잘 때 탱글인 마치 자석처럼 어멈의 팔베개에 쏙 들어오는데, 탱글이 자리에서 한 바퀴 반 돌면 딱 어멈 오른팔

겨드랑이까지 등이 밀착된다. 그게 꿈나라에 가 기직 전 세리머니 같은 건데, 아마 탱글이도

그 순간이 좋은지 어멈이 팔이라도 접고 있으면 "파배배"한다. 발음도 아직 잘 안되면서.


그럴 때, 탱글에게 조금 더 장난을 치려면, 등을 일단 돌리려는 모습을 보이며.


어멈 : "엄마 등 돌린다! 얼른 자리로 가. 엄마 봐~지금 등 돌리려고 한다~~!"

탱글 : "든, 하디 마~"

어멈 : "든, 하디 마???"

탱글 : "든, 하디 마~"


탱글에겐 등을 하지 말라는 게, 등을 돌리지 말라는 말이었다.

등을 돌린다는 말은 잘 모르겠고, 엄마가 등 보이는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그 대답을 하는 게 재밌어서 자는 시간이 아닐 때도 시도 때도 없이 "엄마 등 돌린다~!" 하고 장난을 쳤더니,

이젠 배시시 웃으며 "든, 하디 마~"한다.

매번 깨물고 싶어 진다. 너무 귀여워서.




오늘 밤에도 잠들며 자장가를 불러주는데,

"잘 자라~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하고 부르면,

앵무탱글은 "자자야~내아기~내돈내돈~!".

내돈내돈이라니, 자장가에서 돈이 나올 줄이야. 어떤 부분이 그렇게 들렸을까?

엉뚱한 앵무탱글이.


글로 남기고 나니 사랑스러운 탱글의 에피소드 이지만,

실상은 집안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탱글이도 점점 고집이 생겨서 서로 힘들기는 해도,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 지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탱글이의 점점 정확해지는 발음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도 그의 매력은 똑같이 따라 하지 않는다는 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얼굴 한번 가득 쓰다듬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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