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것만 보여!
가장 흔한 장면과 말들이 언제부터인가 제일 날카로운 화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원 주변을 배회하다 보면 익숙한 대화의 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다.
이제 막 학원 문밖을 나오는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 밝은 표정으로 묻는다.
"5x7은? 오늘 배운 단어 말해보자! 시ㄷ작!"
아이가 틀리기 무섭게 말한다.
"이것도 몰라?"
어디 그뿐이랴?
학교에서 처음 받아온 시험지에 비가 가득하다.
"이것도 몰라?" 이것밖에 안 맞았어?"
MBTI강의를 하면서 학습에 대한 사례를 들어 설명을 드리다가 유독 몇몇 유형분들은 눈을 유난히 더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신다. 낮은 점수받은 아이에게 도저히 한마디 위로나 좋은 소리는 어렵다고 한다. 일단 소리를 버럭 지르게 되고 유난히 예민해진다고 한다. 유형별로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부모라면 면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법한 상황이다. 한마디면 된다.
"야!!!!!!!!!!!!!"
우리는 언제부터 틀린 것만 눈에 보였을까?
진짜 앎이란 글자가 무색할만큼 매일 알아지는 것들로 가득한데 말이다.
아이가 뭐가 어려운지를 바라볼 새도 없이 뭐가 틀렸는지를 계산하는 속도는 참 빠르다.
수학이든 영어든 단어든 공식이든 정답을 향해 가야하는 법을 물려주느라 바쁘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가 신발 끈을 묶으려는 아이의 발목마저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봤다.
사실상 나조차도 의식하지 않으면 이것도 몰라?라는 말이 시시때때로 나온다.
그건 비단 학습뿐만이 아니다. 대화의 맥락 속에서 불쑥불쑥 나올 때가 있다.
그러다 뒷통수도 맞아봤다.
아이는 알고 나는 모르는 상황이 되면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엄마, 이것도 몰라?
지브리 사진 만들어 달라는데 모른다고 했다가 된통 당했다.
GPT를 쓰긴 하지만 관심을 갖지 않은 지라 몰라라는 말부터 나왔다.
아이말론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핫하다며 이 유행을 안따라갈 수 없다며 재촉한다.
둘이 머리 맞대고 가족사진을 찾는데 이렇게도 넷이 찍은 사진이 없었냐며 새삼 자주 찍잔다.
그동안 사진이라면 질색팔색 하던 아이도 변하게 하는 AI 세상이 새삼 반갑다.
자신의 초상권을 보호 해야 하는데 진짜 사진이 아니니 올려 도 된다고 허락도 해주었다.
자신도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도 되냐며 가족들에게 재차 동의를 구한다.
뭔가 둘째 딸은 아들처럼 나오고 남편은 세상 늙게 나오고 결과적으로 첫째딸과 나만 만족했다. 이게 뭐라고 이것도 몰라? 에서 이것도 알아가 1초도 안걸렸다.
아이에게 이것도 모르냐는 말을 들어보니 세상 기분이 좋지 않다. 말이 그게 뭐냐며 다시 되받기를 하면서 뒤를 돌아 생각해본다.
"아.. 내가 들으니 여간 기분 나쁘네~~! 그리고는 아이가 말한 정보를 조심스레 네이버에 쳐본 것이다(^^;;ㅋㅋㅋ)"
나의 행동에도 변화가 있었던 계기가 있다.
처음엔 아이가 푼 문제집 채점한답시고 신나게 동그라미건 빗금이건 내려쳤다가 아이는 눈물 바다가 되버렸다.
제발 틀린 문제에는 빗금을 긋지 말고 그냥 비워놓으면 안 되냐면서 말이다.
자기 눈으로 틀린 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괴로웠던 아이들을 보며 이까지께 대수냐? 싶어 그때부턴 틀린 문제에는 표시를 하지 않게 되었다.
점수 이야기가 나오니 망정이니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있다.
학교 수업시간에 60점을 맞다가 80점을 맞은 아이에게 나름 숨을 참고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말했다.
오~ 잘했네! 점수도 올랐구나! 열심히 한 결과네~!
그러나 아이는 말한다.
"엄마, 이게 왜 잘한 거야? 100점이 아니잖아! 이건 잘했다고 하는 게 아니야!"
이것도 몰라?보단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대답했지만 이 역시도 빗나갔다.
무조건적인 칭찬이 좋지 않다고 해서 과정마저 구체적으로 언급해주려고 했건만 이것 마저 물거품이 된 느낌이다.
다만, 그 시행착오덕에 다시 제대로 알았다. 이제 칭찬보다는 그대로 수용하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깨우치는 것이다.
이것도 몰라? 가 나오려고 할 때마다
" 이건 이렇게 되는 거야!"라고 한 번 더 설명해 주기로 했다.
그것 또한 어려울 때 넌지시 이렇게 말해본다.
"차근차근 알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