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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말 주워 담으면 생기는 일

부모의 말이 재탄생하다

by 이종미

1탄 "아이디어 선생님"


엄마, 미술 시간에 같은 걸 그리는 걸 안 했으면 좋겠어!

예를 들어 자신이 생각하는 달을 그리세요~!

배경도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랬으면 좋겠어!

다 똑같으면 재미도 없고 아이디어가 안 들어가잖아~

나는 선생님이 도와주시는 것보다 혼자 만들어가는 게 좋더라고!


그런데..

엄마, 아이디어선생님?
그런 직업도 있어?


초등입학 이후 자신을 이야기하는 아이와의 대화를 여전히 어딘가에는 꼭 기록한다. 하루의 마침표와 같다.

사실 나는 감정일기도 틈나는 대로 적는데 매일 꼭 쓰려고 하기보다는 하루를 돌아보는 정도이다.

어느새 엄마는 자신의 말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생각해서일지 말하고 적는 일이 놀이가 되어간다. 스스로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대화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머물게 되면 그 속에서 아이가 어떤 사고를 하는지 확장되는 대화를 제법 나눌 수 있다. 아이의 말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서서히 감정은 묻어 나오게 된다. 억지로 알고 싶은 정보를 캐내는 부모가 아니라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순간들은 그 아이 그 자체이자 전부다.

꿈이야기를 하며 아이디어 선생님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을 보니 꽤나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보인다.

아이 자신이 미술이든 그 어떤 것을 대할 때 어떤 방식에서 어느 온도에서 행복감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아이의 말이 베이스가 되고 부모가 이어주면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 여정 속에서 주워 담을 주옥같은 순간들을 함께하는 것이 부모-자녀간의 유산이자 특권이다.


어른이<부모>의 말

엄마도 시키는 건 꼭 하기 싫더라!

내 마음대로 할 때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

아이디어 선생님 까이꺼 우리가 돼 보지 뭐!


2탄 "말조심책"

"엄마, 이건 바로 말조심책이야!"

"엄마 VS 아빠는 이제 대결을 시작해!"

"누가 동그라미 많은 지 볼거야!"


좋은 말과 안 좋은 말, 표현하는 말에 플러스 요리? 까지 곁들였다.

엄마 아빠의 말을 체크해서 그때그때 동그라미를 하고 싶다고 한다.

이 발상을 기록하며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대로 멈추어 본다.

이 와중에 진지한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말을 잘 채울까를 고민한다.


"엄마는 이렇게 하면
신경 쓰여서 말을 잘 못할 것 같아!"
"엄마,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돼!
한번 해보자는 거지!"


그렇지! 살던 대로 살면 되지! 한번 시도해 보는 거지! 뭘 그리 부담을 가지냔 말이다. 아이의 시선과 부모의 시선은 하늘과 땅일 때가 있다. 사람이 한순간에 변할 수 없지만 이렇게 해놓으니 의식하게 되면서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을 느꼈다. 말 빨리하기, 말 잘하 기는 자신 있는데 말조심하며 좋은 말, 나쁜 말과 표현이라는 것에 좀 더 경각심이 세워지는 순간이다.

남편은 표현하기를 빼고 싶다고 하고, 나는 요리하기를 빼고 싶다고 한다.

갑자기 점수판이 그어지니 마음에도 부담이 올라온 것이다. 왠지 달리기에 지기 싫어서 악물고 연습하면 체력이라도 좋아지련만 말 달리기는 처음이다.

엄마가 너희의 말을 매일 적는 것은 곧잘 습관이 되어가는데 나 말도 적어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주변 부모교육 도서를 보다 보면 부모의 말을 주제로 한 책이 참 많이 있다. 요즘은 필사책도 많이 나온다. 왠지 자화자찬 겪이지만 그 두 가지의 콜라보를 이미 하고 있다. 유명인의 말도 좋지만 아이의 말을 필사하고 주워 담아 부모의 말로 바통터치를 하는 것도 충분히 좋지 아니한가?

아이의 말이 자양분이 되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말을 쓰면서 부모의 말을 연습해 보자는 것이다.


말조심책을 보고 나니 갑자기 승부욕이 발동해서 동그라미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지금의 나를 억지로 바꾸려고는 하지 말고 말을 소중하게 여기자는 마음으로 들린다.

거세게 몰아치게 되는 나쁜 말들이 있다면 몇 번이나 나오는지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어른이<부모>의 말

말조심책을 보니 좋은 말과 나쁜 말을 적어볼 생각에 두려웠어!

이제부터 말조심책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 하나, 둘을 세어볼 거야!

말 달리기 시합에서 아빠한테 만큼은 이기고 싶단말이지!

동그라미 꽉꽉 채우기 도전해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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