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에게 선택이란 (with 도쿄리벤져스)
요즘 '도쿄리벤져스'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 26세의 보잘것없는 삶을 살고 있는 프리터족이 죽을 뻔한 상황에서 갑자기 타임리프를 경험하며 12년 전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꾼다는 이야기다.
타임리프. 얼마나 탐나는 능력인가?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내가 과거로 돌아가 전지전능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다!! 로또 번호를 기억하고 있을 수도, 비트코인이나 주식을 살수도, 10년 후 촉망받는 직업을 미리 고르고 있을 수도 있다! 과거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그때 그 선택을 한다면!! 지금의 내 삶은 너무나 달라져 있을 텐데!!!
그러나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과거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현실은 크게 달라져 있지 않으며, 미래를 알고 있지만 그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죽을만치 노력하고 별의별 수를 다 썼는데도 12년 후에 돌아왔는데 다시 똑같은 상황이라면?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들이 '리셋 버튼을 누르고 싶어요.' '과거에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일종의 회피이다.
인생은 패티스트리처럼 섬세하고 다양한 색깔의 끈으로 엮여 있다. 그중의 단 하나의 끈을 바꾼다고 해서 태피스트리의 문양이나 조직이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다. 정말로 한 번의 선택으로 우리의 인생이 엄청나게 달라져 있을까? 그 선택이 가져오는 또 다른 일면이 없었을까?
도쿄리벤져스는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주인공이 타케미치가 스스로를 어떻게 '바꿔나가는지'에 더 중점을 두고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주인공인 타케미치는 26살인 지금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시시해졌는지 깨닫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트라우마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썸네일의 저 장면이 결국 타케미치의 많은 것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타케미치의 행동의 변화는 곧 그의 많은 것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타케미치는 두려움을 회피하고, 이유도 모른 채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인생이 시시해졌다는 걸 깨닫고 두려움에서 도망가지도 않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바꾸고자 하는 미래는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너무나 명료하게 전달된다.
바꾸고 싶으면 바뀌어라.
이 작품의 주인공이 양키, 조폭, 한국으로 보면 겉멋 든 비행청소년이라 너무 시대착오적이고 오그리토그리해서 진입장벽이 있었지만, 볼수록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질지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된다. 미성숙하고 양아치 같던 주인공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고 단단해져서, 의지를 실제로 관철시켜 가는지를 보는 건 소년만화의 큰 즐거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