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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May 31. 2024

모래시계

20240531/금/맑음

#모래시계

5월의 끝자락에 앉았다. 30분 뒤면 6월이다. 별다를 거 없는 내일일 테지만, 뭔가 또 새로운 시작이다. 빠르다. 시간은 꿀렁꿀렁 흘러가지만 결국 빠르게 지났다. 나이가 들수록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이전보다 빠르게 지난다고 한다. 한 작가는 이를 모래시계에 빗대어 설명했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모래시계 속의 모래 알갱이들이 아래로 떨어짐을 반복하면서 서로 부딪혀 닳고, 유리벽면도 마모시킨다는 거. 모래시계가 수십, 수백 번을 뒤집히면서 결국 모래 알갱이는 작아지고, 병목은 넓어지니 시간도 조금씩 빨라진다고.


이틀을 잘 쉬고, 잘 먹고, 무알콜 맥주도 한 캔 마시고 앉았는데 괜히 가슴이 허허롭다.

내 생애 마지막 2024년 5월이 간다. 6월은 조금 더 빨라질 거고, 난 순식간에 또 한 해의 마지막 자락에 서 있을지 모른다.

후배의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6월을 맞이하지 못했을까.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닌, 살고 못살고의 차원에서 오늘 하루 기적 같은 삶에 감사.

자고 나면 다시 새로워지겠지, 매일 일어나는 부활의 기적에 감사.

이 적막과 고독도 15분 후면 다 흘러내리겠지.

뒤집는 건 내일 하자. 또 하루, 또 한 달, 또 남은 한 해를 쫓아 바쁜 걸음을 걸어야겠지.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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