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그 아련한 이름…

20240626/수/맑음

by 정썰
#골_때리는_그녀들 #FC스트리밍파이터 #히밥 #FC월드클래스 #엘로디

후반 5분을 남겨두고 FC월드클래스(이하 월클)는 패색이 짙었다. 복수의 칼을 갈고 나온 FC스트리밍파이터(이하 스밍파)는 전반 깡미의 선제골을 후반 내내 지키고 있었다. 경기가 이대로 끝나나 싶었다. 그 때다. 월클의 수비수 엘로디가 꽤 먼 거리에서 감아 찬 골이 스밍파의 골키퍼 일주어터의 키를 넘어 골망을 갈랐다. 일주어터는 공이 골대 위로 넘어갈 거라 생각한 거 같았다. 적극적인 동작을 하지 않고 뒤를 돌아보다 망연자실하는 폼이 그랬다. 구기운동은 기세싸움이다. 이 시간에 동점골이 터졌으니 전세는 뒤집힐 거다. 남은 시간 동안 월클이 역전골을 넣어 경기를 끝내거나, 동점으로 경기를 마치고 연장전으로 돌입. 기세를 이어 월클이 우승할 확률이 높다고 봤다.

경기 종료 1분 전. 히밥이 코너 근처, 말도 안 되는 각도에서 찬 공이, 골때녀 탑 티어 골키퍼인 캐시의 오른쪽으로 빠져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헐.

딱히 이유 없이 월클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래도 실망보다는 감탄이 컸다. 경기가 끝나면 일기를 쓰려고 엘로디 이미지를 찾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히밥. 오늘의 히로인.

축구를 좋아한다. 좋아하면 자주 하게 되고, 자주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체력이 반 이상이다. 또래보다 잘 달렸다. 재미있었다. 새벽에 과천까지 달려가 두 시간씩 공을 차기도 했다. 골을 넣으면 물론이고, 괜찮은 어시스트도 만족감과 성취감을 주었고, 땀을 쏟아내며 숨이 가빠올 때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2년 넘게 공 찰 일이 없었다. 직접 할 수 없으니 남들이 공 차는 장면에 스며들었다. 골때녀는 원년 애청자인데, 축알못들이 멋진 플레이어로 변해가는 모습과 팀마다 독특한 컬러도 보는 맛을 더했다.


엘로디가 환상적인 킥으로 동점골을 넣을 때만 해도 ‘오늘 밤 엘로디는 잠이 안 오겠다’ 생각했다. 잠 못 이룰 친구가 하나 늘었다. 히밥은 며칠 동안, 아니 적어도 몇 주 동안은 오늘 결승골의 장면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닐 거다. 그 느낌이 부럽다. 그런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다시 축구를 풋살을 할 수 있을까? 해야겠다. 느껴야겠다. 작은 성취와 자뻑이 삶의 부스터가 된다. 열두 시 십 분 전. 작은 성취 하나 추가요.


히밥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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