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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목/한때 비, 처서

by 정썰
#당당치킨 #마감할인

밤 열 시. 미술학원 앞 대형마트. 2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지하 2층으로 향하면서 톡을 남긴다. 홈플 지하 2층에서 보자.

입시미술학원 근처엔 내가 일하던 식당이 있었고, 길 건너엔 대형마트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있다. 그 당시 내 유일한 보람은 매일 밤 열 시가 조금 넘으면 끝나는 아들을 픽업하는 일이었다. 식당은 아홉 시 반에 마치니 가끔 시간을 때우러 마트에서 주전부리를 사곤 했다.

오늘은 보조강사님을 모시러 익숙한 시간에 익숙한 길을 달렸다. 치킨이 먹고 싶다는 아들과 치킨 코너에서 만났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마침 마감세일 시간이라 직원분이 스티커를 덧붙이고 계셨고, 수요를 잘 못 예측했는지, 치킨은 종류별로 많이 남았다. 두 마리 팩과 천 원짜리 캔맥주 두 개, 역시 할인당해버린 딸리우유 3개 묶음을 잽싸게 챙겨서 집으로.


밤 열 시, 옛날 통닭, 거듭 내린 가격표. 뜬금없는 감정이입. 내 나이, 내 몸 값. 나 완전히 닭 됐어.

그래도 당당하게 누군가의 가벼운 주머니를 배려하고, 주린 배를 기쁘게 채우며 살기. 그리고 오늘 밤 야식은 참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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