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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것에 대하여

20240915/일/맑음

by 정썰
#休 #쉴휴 #아낌없이_주는_나무 #잘_쉬고_갑니다

休. 쉴 휴.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는 모습.



쉬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을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는 상태를 쉰다고 한다.

이루려는 건 경력과 명성이고 적절한 대가는 대부분 돈이다. 돈이 되지 않는 활동은 일이 아니다. 손흥민의 축구는 일이고, 내가 하는 축구는 쉼이다. 김영하의 글쓰기는 일이고, 내가 글을 쓰는 건 쉬는 거다. ‘거의 없다’의 영화감상은 일이고, 내가 보는 영화는 쉴 거리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기댈 나무가 없다. 어느새 내가 나무로 버티고 섰는데 그네를 매달아 놀아 준 게 다였다. 풍성한 열매가 필요한 시기를 메말라 지낸다. 가지와 줄기를 잘라 줄 각오와 그루터기로 남기로 다짐하기엔 너무 이기적이다. 명절이랍시고 서울 부모님을 만나고 오는 일이 즐겁지 않은 건 언재부터였을까.


보름 씩 놀아도 되는 삶도 살아봤고, 두 달씩 쉬는 게 얼마나 불안하고 불편한지도 겪어봤다.

그래서 긴 연휴 앞자락에 평소초럼 쉬는 게 아무렇지 않다.


며칠 전

검찰총장 한 분은 2년 동안 쉬다 나가시면서도 거창한 퇴임사와 함께 이력에 한 줄을 더했다.

당선 이후 쭈욱 쉬던 몇몇 의원님들은 명절 떡값을 4백만 원 넘게 챙기셨다.

분발해서 열심히 살아야지.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연휴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쉬는 것에 대하여~


모처럼 주말, 휴일 이틀 잘 쉬고 갑니다. 꾸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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