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2/수/비
vintage : 낡고 오래된 것. 또는 그러한 느낌이 나는 것.
구제(舊製 : 옛적에 만듦. 또는 그런 물건)라는 말이 내겐 더 친숙하다.
양가적 느낌. 남이 입던 오래되고 더러운 물건, 또는 오래 지나도 값어치를 하는 또 다른 의미의 사치.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동남아 여행하며 빈티지샵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아들 녀석이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똥멋이 들면서부터 종묘는 쇼윈도 쇼핑과 득템의 성지가 되었다.
쉬는 날 오후. 청주 외곽에 자리한 두 곳의 창고형 빈티지 샵을 돌았다. 첫 번째 숍에서, 내가 고른 스포츠 점퍼는 3만 원이면 살까 했는데 4만 원이라 내려놓았고, 아내가 만지작거린 스카프는 두를 일이 얼마나 있겠나 싶어 두고 왔다. 결국 근처 빵공장에서 소금빵 하나씩 사서 차에 오른다. 크고 세련된 공간을 젊은 직원들과 어르신 손님들이 같은 비율로 채우고 있었다. 아내의 고찰에 따르면 도시 외곽에 위치한 대형 베이커리 겸 카페의 공통된 특징이란다.
본래 목적지였던 두 번째 숍에 들러 스케이트보드 모형이 달린 키체인 두 개를 6천 원에 사서 빠르게 돌아왔다.
3시간의 여행. 돌아오는 차 안아서 오래된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나도 점점 오래된 사람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어쩌면 벌써 이동이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은 어쩔 수 없고, 부디 잘 낡은 구제로, 빈티지로, 쌔삥으로 나이 들었으면…. 빈티나지 않게…^^
*쌔삥 : 물건의 상태를 두고 쓰이는 말로, 새것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흔히 새것처럼 상태가 좋은 중고인 물품을 가리켜 쓰이는 말이라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