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이 그립다
나물반찬
장진석
동그란 양은 밥상에
동그란 스텐 밥그릇에
까만 줄 보리밥 위에
파란 하늘이 내려앉고
성난 햇살이 벌건 얼굴을 들이대면
아이의 투정이 일고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엄마, 우린 언제 고기 먹어?
-녀석아, 고기가 어디 있어?
-시장에 가서 좀 사면 안돼?
-돼지고기 한 근이면 쌀이 얼만데?
-맨날 나물 반찬만 먹어야 돼?
-이거라도 없어서 못 먹는 애도 있는데?
-그래도 돼지국 한 그릇 먹으면 좋겠다.
-그래, 엄마도 돼지 국 한 그릇 끓여주면 좋겠다.
나물 밥상이 오른 양은 밥상 앞에서 엄마와의 씨름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동시 한 편 같이 먹어요
장진석
아이고, 나이가 몇 살인데 동시란 말이고?
아이참, 나이가 몇 살인데 동시가 싫어요?
내가 열한 살이면 엄마도 아빠도 열한 살
내가 일곱 살이면 엄마도 아빠도 일곱 살
우리 집엔 동갑내기 친구가 둘이나 있답니다.
아이들 마음을 담아서 동시가 아니랍니다.
아이들 마음처럼 살아가라 동시라 부른답니다.
엄마, 아빠, 오늘은 동시 한편 같이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