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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ngs FORME 포미 Mar 07. 2018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

6년간의 방황에서 깨달은 점.

 나는 어릴 때부터 한결같이 통통한 체형이었다. 성장을 위해 복용했던 한약 때문에 갑자기 살이 쪘다거나, 공부 때문에 급격하게 체중이 불었다는 주변 친구들을 난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타고난 골격과 체형 때문에 어릴 때부터 건강한 이미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던 난 그 건강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느껴졌고 모델 같은 깡마른 몸매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내 체형을 탈피하기 위해 언제나 다이어트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정적으로 여겼던 선천적인 체형 덕분에 비교적 어린 나이에 건강한 식단과 운동 습관을 들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자발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된 때는 수능을 막 마친 고3 겨울로 기억한다.

또래 여자아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수험생 생활을 하며 찐 살을 빼겠다는 목적으로 친구와 함께 다이어트 댄스 수업을 신청했다. 열심히 흔들면 살이 빠질 줄 알았지만 운동 후 왕성한 식욕은 체중을 겨우 유지하는 정도였다.


그 후 대학을 들어가고 활동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체중은 어느 정도 줄었고, 본격적인 운동은 미국에서의 1년여간 생활을 마친 후 한국으로 귀국한 시점인 스물셋 정도였던 것 같다.

캘리포니아의 한 해변가에서 지냈던 나의 미국 생활은 운동을 삶의 일부로 여기는 그곳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게 만들었고, 귀국해서도 자연스럽게 헬스장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에게 운동이란 것은 단지 살을 빼기 위한 수단이었고, 대중 매체에서 날씬한 언니들이 나와서 특정부위 살 빼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나도 저런 몸매가 될 수 있을 거라 맹신하며 무작정 따라 했었다.

당연한 결과로 식단이 병행되지 않은 운동은 별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그 부위만 더 굵어지는 느낌에 '운동은 효과가 없다'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었다. (사실 특정부위 체중감량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식단이 8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15kg 감량에 성공한 독한 친구의 조언에 따라 일주일 단식을 시도하게 되었다.  5kg 정도를 감량했지만 정상적인 식단으로 돌아온 나의 몸무게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주일의 단식은 정말 미친 짓이었다. 그 당시엔 나이가 어렸고 신체가 건강했으니 다행이었지, 단식 막바지에는 근육이 다 빠져서 제 몸으로 걷기도 힘든 지경이 되었고 음식 섭취라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박탈당한 나의 몰골은 처참하기까지 했다.


그 후로도 혼자 해보겠다며 영상을 보며 흉내내기 식으로 웨이트를 하다가 무릎을 다쳐 강제로 운동을 쉬기도 했고, 요가, 필라테스, 등산, 자전거 라이딩,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 등 꾸준하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겠다며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뚜렷한 답은 얻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스물일곱이 되던 해에 우연히 접하게 된 복싱이 계기가 되었다.


동네 그리 크지 않은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우게 되었고 그곳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었던 터라 가벼운 강도의 크로스핏까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조그마한 개인 사업을 하고 있었던 나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복싱으로 풀기 위해 매일 체육관에 출석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알지 못했던 재능을 발견하게 되어 40분 HIIT(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후 복싱 훈련이라는 강도 높은 운동 루틴에 재미까지 느끼게 되었다.


꾸준히 하기를 6개월쯤,  몸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엄격한 식단을 병행하지는 않았지만 몸이 탄탄해지고 라인이 잡히는 게 육안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부위에 자극이 가야 하는지, 어느 부분에 힘을 줘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내 몸에 대해 탐구하고 정보를 얻으면서 공부를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마침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답은 '꾸준함'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수많은 운동을 해왔지만 사실 5개월 이상 꾸준히 지속적으로 수행한 운동은 없었다.

사람의 몸은 다 다르기 마련인데 다른 사람의 드라마틱한 전후 결과만 가지고 나도 막연히 저렇게 되겠지 하며 시도했다가 생각만큼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자 포기한 것이었다.

막상 내 몸에 대해서는 연구해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예시를 보며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려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현재는 내 몸의 특성, 체형과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된 운동 루틴을 나름대로 정립해 수행하고 있으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에 운동하는 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약 6년 동안의 방황에서 깨달은 점은

운동은 단기간에 목표를 이루고 끝을 내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평생 습관이다.

내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 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며 그로 인해 자신감 또한 상승한다.

운동하는 동안만큼은 오로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므로 잡념이 들지 않아 정신 건강에 좋다.


그 외에도 좋은 점들이 많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운동하는 데에 있어서 단점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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