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팬심
"영웅이 목소리는 뭔가 달라. 울림의 깊이가 다른 가수 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다니까.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다 있니. 너어무 좋다."
임영웅이라는 가수가 있는 줄도, 옥섭 씨가 누군가를 이토록 좋아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작년 추석이었다. 충주 집에 들어가니 티브이에서는 한창 트로트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옥섭 씨는 "우리 딸 왔구나" 짧게 안아주고는, 곧바로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가 누구인지, 어디 출신인지 설명을 시작했다. 잠시 후 다른 가수가 나오면서 정보의 범위는 더 넓어졌다. 지난 회차에서 누가 더 잘했더라(또는 못했더라), 누구는 사생활이 어떠해서 노래를 잘해도 힘들 거다..., 줄줄이었다. 옥섭 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대중음악 팬이었나, 깜짝 놀랐다. 트로트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충주 집에서는 효녀 코스프레를 해야 한다는 각오가 늘 서있는 나로서는 마다하지 않고 경청했다. 트로트 프로그램을 본 적도, 최근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옥섭 씨의 명쾌한 설명으로 지난 일이 년 간 우리나라 트로트 역사가 완벽히 정리됐다.
여러 가수 중에서도 옥섭 씨의 원픽은 단연 영웅 씨였다. 그녀가 임영웅에 대한 갖은 수식어와 묘사를 덧붙이며 얘기할 때, 열띤 흥분이 느껴졌다. 흡사 나 어린 시절 신승훈에 푹 빠져있을 때 같았다.
엊그제 영웅 씨가 신곡을 발표했다. <My Starry Night>. 옥섭 씨가 생각났다. 내 방에 장착된 좋은 모니터 스터에 볼륨을 높이고 정성을 들여 저녁 내내 들었다. 옥섭 씨 설명대로 발성에 노련한 면모가 보였다. 울림과 슬픔이 어린 목소리였다. 어쩐지 영화 <화양연화>가 떠올라서 기쁘고 울컥했다.
옥섭 씨에게 카톡으로 임영웅의 뮤직비디오 URL을 보냈다.
나: "엄마, 임영웅 신곡 나왔네."
옥섭 : "응, 새 노래 좋더라. 엄마 생각했어?"
나 : "그럼, 요즘 매일 엄마 생각해."
나의 승훈 오라버니는 통기타를 치면서 Don McLeand의 <Vincent( Starry, Starry Night)>를 자주 불렀다. 반 고흐가 그리고 신승훈이 부른 별이 빛나는 밤과 임영웅이 부른 별빛 같은 사랑은 다르지만 노스탤지어를 불러내는 그림은 같다. 그 스타들이 옥섭 씨와 나를 연결한다. 순수한 팬심이 이렇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