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젠 정말 빼박이다...

출산예정일 D-30

by 마흐니 Mar 26. 2025

임신을 해서 배가 막 불러오고 후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정말 겁이 덜컥 났다. 태동은 점점 세지면서 정말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뱃속에 심장이 뛰는 생명이 있다니!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무거워진 몸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 또한 점점 커진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산통의 무서움보다 막연히 이 작은 생명을 멀쩡한 인간으로 잘 키워낼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짓누른다. 놀아주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훈육은? 아이가 아플 땐? 생활 루틴? 나도 그런 거 없는 거 같은데...? 부모는 아이의 거울? 거울이 좀.. 상했는데? 자꾸 작아만 진다. 


배가 막 불러서 혼자 뒤뚱뒤뚱 카페에 가서 푸짐하게 딸기가 얹어진 케이크를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높이 올라간 오피스텔 건물을 보며 '가벼운 몸으로 저 오피스텔에 자유롭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아'라는 생각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서글퍼졌다. 그럼 나 지금 불행하다고 느끼나? 아기를 가진 것을, 결혼한 것을 후회하나? 결혼과 육아로 어떻게 변할지 모를 내 인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엄마가 되는 설렘을 가린다. 


혼자 사는 것도 좋겠다는 무서운 생각을 무심코 한 뒤로 자꾸 남편의 실수들, 부족함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서는 버거운데, 파트너가 잘해줘야 하는데 저리도 내가 챙길 것이 많은 사람이라니... 남편을 등 지고 누워서 눈물을 막 쏟아냈다. 나 이대로 괜찮은지, 다 큰 사람과 커갈 사람을 책임지느라 시간을 다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 게 내가 원한 삶이었는지. 남편은 남편대로 나를 챙기고 있고,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나는 또 나대로 부족한 것이 있다는 걸 늘 알면서도 이렇게 가정에서의 역할에 부담을 느낄 때면 남편 탓을 하는 내가 답답하기도 했다. 


울면 울수록 아기가 막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보고 그만 울라고 하는 건지, 이제 울어봤자 소용없다고 하는 것인지 아기가 움직일수록 걱정으로 가득 찬 내가 자꾸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아서 눈물이 더 왈칵 쏟아졌다. '나 이제 어떡하지? 바보같이 울기만 하는 내가 움직이는 애를 키워야 한다니' 그렇게 며칠밤 울었다. 우는 나를 달래느라 남편은 진을 다 뺐다. 아기를 나 혼자 키우는 게 아닌데 세상 짐을 혼자 다 짊어진 것처럼 남편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며칠밤 격한 감정을 다 쏟아내니 우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것, 이제는 정말 힘줘서 아기를 낳고, 어떻게든 길러내는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남편과 서로 가지고 있는 부담감을 대화로 나누며 육아에 있어 부부가 서로 발맞춰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귀중한 시간이 나를 단단해지게 만든다. 한 달 남은 지금은 눈앞에 해야 할 일들을 하며, 여전히 마음속에 존재하는 두려운 마음을 잠재우고 있다. 출산가방을 싸고, 아기방을 만들고, 운동, 그리고 유튜브로 공부하기! 오지 않을 자유로운 시간들을 즐기면서.... 조리원에서 나올 맛있는 밥을 기대하며... 




작가의 이전글 학생들이 나에게 자주 해주는 말은?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