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두렵다면
그래도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이유 없는 이별은 그만
말음표게임을 운영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모임은 순항 중에 있다.
아니... 사실은 잘 모르겠다. 계속 새로운 인원이 들어오고 또 누군가는 떠난다. 처음엔 누군가의 탈퇴 알림을 받았을 때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젠 조금 익숙해졌다. 아마 처음에 마음이 그랬던 건, 나가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였다. 생각해보면, 온라인 상에서 이유를 구구절절 알려주고 나가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하니까. 하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내가 뭘 잘못했나?”
“우리 모임이 뭔가 부족한가? 별로인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별. 아무런 통보 없이 연락이 두절돼 버린 연인처럼, 그만큼 답답한 일도 없다.
아마 모든 관계가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관계에 있어 친절하고 섬세한 사람이 좋다. 감수하고서라도 상대에게 느끼는 점을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사람. 물론, 이는 생각보다 어렵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때에는 더 그렇다. 한 번 상처받으면, 다시 마음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으니까.
누군가에게 오롯이 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아니 오롯이 말고 일부라도 훤히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어쩌면,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상처가 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꽁꽁 싸맬수록 점점 더 곪아간다. 그러다 결국 그 아픔이 삶 자체에 물들어 버린다.
그러니까 조금 아플 때 털어놓자. 어떤 표현이라도 좋으니, 성숙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를 위해서 꺼내놓자.
나를 싫어해도 괜찮다.
이 모임에서 떠나가도 좋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도 괜찮다.
하지만 그냥 침묵한 채 휙 사라지지 말고, 욕이라도, 비판이라도, 아니면 작은 칭찬이라도 해주고 떠나가길 바란다. 그게 우리가 살아있는 존재로 이 세상에서 한 번이라도 마주했다는 증표이니까. 관계는 스쳐가지 않고 무수히 쌓인다. 그러니까 부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방법
지난 말음표게임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Q.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나요?
-좋아한다면 이유는?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유는?
-타인이 되어 당신을 새로운 사람으로 만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질문을 뽑은 분은 이렇게 답했다.
"음... 최근까지는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진짜 신기하게 여기 모임에 오고 나서 좀 생각이 바뀌었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가? 좋은 분들이 많아서 그런 듯해요."
그는 모임에서 자신과 아주 잘 맞는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지도 않았는데 나이도, MBTI도 취향도 비슷하다고 했다. 신기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하고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있나?
물론, 잘 맞는다는 것은 개인의 감정이라 어느 한쪽만 느낄 수도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춰준다면 다른 한쪽이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래 보이진 않았다.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 일, 집, 일, 운동, 집만 반복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좀 공허하다가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볼까' 하는 생각도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뭔가 텅 빈 마음은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 나오게 됐는데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꺼려질 때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굉장히 피곤하거나, 쓸 돈이 없거나, 굳이 만나도 배울 것이 없다고 느끼거나, 불편한 감정이 들거나 등등. 하지만 명확한 이유 없이 그 만남이 그냥 두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럴 때 문제는 명확한 이유를 모르겠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단 만나고 나면 두려움은 서서히 사라진다. 왜냐하면 두려움은 상상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현실에선 잘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우리의 상상력은 풍부하다.
그러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어디서든 일단 피하지 말고 만나면 된다. 뭘 하고, 또 만날 것인지 결정하는 건 그 다음이다. 관계도 하나씩, 하나씩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처음엔 일단 만나라. 문을 열어야 들어갈지 말지 결정도 할 테니까.
비를 쫄딱 맡고 와서 온수 샤워를 때린 후 진짬봉 하나를 끓여 먹었다. 사실, 요즘 새로운 사람 만나기가 가장 귀찮은 건 바로 나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튼 다들 말음표게임에 와서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