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우린 수준 높은 대화를 하고 싶다고요
격은 높이되, 벽은 낮추자
말음표게임이 점점 익어가고 있다. 모임이 무슨 열매도 아니고 익어가냐고? 생각보다 잘 운영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사실 5달째 모임을 운영하면서 요 근래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졌다. 모임이 싫은 건 아닌데, 갈 때마다 기대감보다는 의무감을 좀 더 크게 느꼈다. 그런데 다행히 최근 있었던 모임에서 다시 한번 동기 부여를 받았다. 모임에서 개인의 소비 습관에서 시작해 나라의 교육과 미래까지 걱정했다. 뜬금없는 확장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틀 없이 자유롭게 가지를 뻗어나가는 대화. 그게 말음표게임의 매력이니까.
질문카드에는 정말 다양한 질문들이 있다. 현재 보유한 질문카드는 ▲일상(1,2) ▲인생(1,2) ▲가족 ▲직업 ▲돈 등 7개인데, 한 주제당 50개의 질문이 들어 있으니 총 350개의 질문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약 여덟 주제의 카드를 더 구매할 예정이다. 그럼 약 750개의 질문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이 중에는 누군가는 평생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질문도 있을 것이다. 질문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대화의 수준은 더 높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지난주 모임에서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변화돼야 할까요?"
한국의 교육하면 역시나 나오는 단골손님은 바로 '주입식 교육'이다. 우리는 모두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사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연구하고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기보다는, 답을 맞히고 빠르게 판단하고 도전을 피하며 정해진 성공을 쫓고 실패하면 주저앉아 버리는 그런 교육 말이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 경제력 10위권에 있음에도, 어떤 학문 분야에서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노벨 평화상 제외) 또한 자체로 연구해 개발한 기술이나 산업군이 거의 없다. 순수과학, 순수문학, 순수예술, 순수수학 등 당장은 연구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언젠가 큰 부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분야의 인재를 키워내지 못했다. 정리하면, 뭔가 한 분야에 꽂힌 또라이(욕이 아니다)가 살아남기 힘든 사회라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은 순간의 유행, 순간의 부, 찰나의 명예와 권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이제는 그 사회의 분위기를 바꿔가야 한다. 정리해보면 대략 이런 이야기였다.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을 만큼 소중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앞선 내용들은 이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됐다. 풍성하고 깊은 대화. 끝나고 나서 개인적으로는 만족감이 컸다.
"수준 높은 대화는 이런 게 아닐까?"
물론 수준 높은 대화에 정해진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나에 관한 작은 질문에서 시작해, 세상과 우리 모두의 미래까지 골고루 들여다보고, 끝으로 그 사안을 나에게 다시 접목게 된다면 그게 수준 높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꼭 무슨 전문 용어와 어려운 지식이 오고 가야 수준이 높아지는 건 아니니까.
정말 좋은 대화는 참여한 모든 이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참여해 스스로 자신의 수준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대화가 끝나고 난 후 구성원들의 격이 높아지고, 서로에 대한 벽은 낮아졌다면 그건 분명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