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좋은 모임의 필수 요건
좋은 운영진, 함께의 가치
▲"말음표게임은 좋은 모임일까?"
장맛비가 내리던 밤 11시,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조금 심란했다. 모임장임에도 저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슨 소모임 하나 운영하면서 이런 생각까지 하나 싶지만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모임에 꽤 많은 애정을 쏟고 있었던 듯하다.
말음표게임의 모임원은 현재 약 160명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은 매주 25~30명. 많은 이들이 모여 대화를 나눈다. 꾸준히 사람들이 나오는 걸 봤을 때 잘 되고 있는 건 맞는 듯한데 문득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모임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신비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는 아직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몇 가지 좋은 모임의 요건들을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다. 좋은 콘텐츠(질문카드), 훌륭한 운영진, 열정 있는 모임원들, 건강한 규칙 등 말이다.
▲좋은 모임에는 좋은 리더들이 있다
말음표게임에는 운영진으로서 헌신해 주는 멋진 친구들이 있다. 사실 난 그 헌신에 비하면 그렇게 좋은 모임장이 아니다. 처음 모임을 만들었고 어찌어찌 운영을 해 왔지만 나는 모임의 규모와 분위기에만 신경을 썼지, 형식이나 피드백 등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진 못했다.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이들이 바로 지금의 운영진이다. 모임을 운영하면서 새삼 느낀다. 운영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들의 열정이 없으면 모임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참 고맙다. 모임 초기부터 함께 자리를 지키며 인원 관리, 회비 관리, 장소 예약을 맡아주고 있는 K, 힘들어다면서도 천진난만한 미소로 항상 방장을 맡아주는 B, 늘 모임에 대한 심도 깊은 피드백을 해주는 N.
선뜻 리더로 도와주겠다고 한 J, 그리고 부모임장으로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모임 전체를 관리해 주고 있는 P까지.
이 외에도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함께하고 있진 않지만 도움을 준 많은 친구들이 있다. 초기에 모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E, 그리고 모임의 로고를 만들어준 멋진 디자이너 H.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이 모임은 당신들의 흔적이 스며있는 모임이다. 그래서 더 소중히 가꾸어 가야 한다.
이 모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난 모임의 목적을 이루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운영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함께 좋은 모임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좋은 모임은 관계의 욕구를 되살린다
말음표게임을 하면서 최근 깨달은 사실이 있다. 바로
"절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는 것. 이건 개인의 생각이 아니다. '팩트'다. 다만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는 믿기 힘든 팩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말은 나를 포함한 2~30대 청년들에게 더욱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
모임에서 만난 친구 E가 있다. E는 자신을 '딩크족'이라며 혼자 살 것이라고 했다. 분명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할 때마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아쉬움은 지워버릴 수 없었다.
정말 혼자 살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걸까? 원래부터 그랬던 걸까?
물론 '혼자 사는 것'의 정의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결혼이나 동거(룸메이트) 등 누군가와 한 공간에 같이 사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말하고 싶은 건 관계의 고립.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사는 걸 말한 것이다.
우리의 몸이 결혼이나 동거를 통해 누군가와 함께 살지 말지 선택하는 건 개인의 몫이다. 오히려 이 선택은 지금보다도 훨씬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영혼)이 누군가와 함께 살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절대적인 관계의 여부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건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 우린 로봇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의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요즘 많이 말하는 "난 혼자가 좋아.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어"라는 말은 썩 멋지게 들리지 않는다.
차라리 "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 조금 의존하더라도 말이지"라고 말하는 게 더 낫다.
친구 E는 최근 누군가와 좋은 만남을 가지고 있다. 그가 여전히 딩크족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의 얼굴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화색이 돈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뭐 어찌 됐든, 난 그렇게 믿는다.
우린 절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