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연 Jun 30. 2020

다시, 혼자 하는 일

대표에서 프리랜서가 되는 시간



나의 일은 혼자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과 그것을 콘텐츠로 만드는 일은 상하관계도 없고, 수평적인 관계로

너는 너의 일을, 나는 나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기로 선택을 했다.   


그러고 보면

나의 꼬꼬마 시절 리더십을 운운하던 어머니는 반장을 시키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될 일이었고,  

고등학교의 동아리 활동은 나에게 또 다른 신경 쓸 거리를 만들었을 뿐이고,  

대학생 미덕중의 하나인 팀 프로젝트 매너는 일치감치 말아먹었어도 될 일이었다.


직원을 데리고 일을 하는 것은 흡사 

내 돛단배에 그를 태우는 것과 같다.

나는 그를 먹여 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노을 계속 저을 수 있도록 격려도 해줘야 하고,

효율적으로 하는지 피드백을 해줘야 하고,

성장과 휴식을 밸런스 있게 하는지 보살펴야 한다.

볼품없는 작은 조각배를 가진 선장에게 '뒤바라지' 업무가 추가되는 것이다.


근데 중요한 건 배의 사이즈였다.

이 일이 큰 여객선 정도로 대규모의 일이라면, 혹은 그 정도로 성장할 일이라면,

노가 아니라 엔진을 돌릴 기술자가 필요했고  

연료를 관리할 관리자나 여객 서비스를 담당할 사람도 필요했다.

나는 뱃머리에서 풍향을 읽으며 지휘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항구를 다닐지 가장 빠르고 안전한 항로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항구에서 좋은 와인과 안주를 맛볼 수도 있고, 싼 값에 잔뜩 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의 일은 조각배를 저어 가는 일이었다.

두 명이 앉을자리도 부족했고

바람이 안 불 때는 노를 살살 저으면 그만이고

순풍일 때는 그냥 누워서 비나 피하면 그만이었다.

우연히 물고기가 튀어 배에 올라오기라도 하면 감사해하며 먹거나 저장해두면 된다. 언제 또 식량이 생길지 알 수 없으니까.


내가 마음먹은 그 후부터 몸이 나았다.

만성피로와 신경성 위염도 나았다.

그렇게 힘들던 새벽 기상도

쉽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고

실리콘밸리의 워라밸 고수들만 한다던

아침 조깅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 10시면 잠자리에 들어

컨디션을 조절했다.

언제 갑자기 바람이 멈춰버려서

노를 저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선택을 했다.

혼자 이 조촐한 배를 몰고 가기로.


모두를 선착장에 내려주고

이제 홀로 배를 타러 가는 길이다.

누군가는 사업을 접는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프리랜서가 되기로 한다. 언제부터?

내일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