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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Apr 18. 2016

한우물 파기?

오타쿠 다시 보기

“한 우물을 파는 시절은 지났다.”
“오타쿠가 대접받는다.”

정반대의 패러다임이 공존하는 듯 보인다. 과연 공통점은 무엇일까?

100세 시대. 한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고 재정적 자립을 이루는 것은 드문 일이다. 최근 모 대기업은 입사 6개월 된 신입사원을 정리 해고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역시 호시절은 지났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식음을 전폐하고 매달리는 ‘오타쿠’는 더 이상 천덕꾸러기로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결국 ‘어떤 것을 지속하느냐’ 아닐까.

타인의 기준으로 살 것인가. 순간순간 스스로 선택하며 살 것인가의 문제다. 오직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고 살라는 조언은 무책임하다. 의식주의 해결은 기본일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 학생이거나, 회사에 재직 중이지만 ‘Work-life balance’가 존재하는 행운을 지녔다면,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는 것은 ‘의무 duty’에 가깝다. 낮엔 지루해도 돈 버는 일을 하고, 밤이 오면 하고 싶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삶이다. 밤마다 시간을 쪼개 열정을 쏟는 행위를 5년 정도 반복한다면 어떨까. ‘아마추어’란 말이 어색할 것이다. 열정이 식지 않는데다 속도가 붙는다면 10년 안에 본업이 바뀔 수 있다. ‘100세 시대’라면 전문분야가 여럿일 수 있다는 얘기다.





먹고는 살 수 있는 본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심지어 좋아하는 일이라면 하늘이 돕는 게 아닐까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눈 씻고 찾아봐도 천운커녕 단발성 행운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앞서 말한 방법뿐이다.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좋아하는 것을 하라. 아니다. 우선 미칠만한 것부터 찾아라. 이것저것 변덕 부리며 시도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시작하자마자 접는 도 있고 끈질기게 붙어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만두는 것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다. 짧게 참여했다 전부 실패는 아니다.  좋아했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면, 예를 들어 갑자기 업무가 많아져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졌다면 어떨까. 그저 미루면 된다. 인생은 길어졌다. 여유 생길 때 다시 하면 되고, 다른 게 우선순위에 들어온다면 그걸 하면 된다. 밤잠을 설쳐도 피곤한 줄 모르고 매진하는 게 있다면, 그것이 불법만 아니라면 모두 의미 있다. 강수진, 박지성의 발이 그 모양이 될 때까지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독함 이전에 ‘재능’이 있었다.('재능과 창의성의 유령을 찾아서'/강창래)

미쳐서 좋아하는 것, 어떤 고통도 즐겁게(?) 이겨내는 것. 그것이 재능이다.





꼭 ‘오타쿠’ 일 필요 없다. 어떤 분야든 중간 이상이면 몇 배의 쾌락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중상인 분야가 늘어나고 반복된 경험이 쌓이면 보시절 즐길 수 있다. 더 이상 반복되는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다. 인고의 시기가 향 후 어떤 멋진 그릇을 만들어줄지 그려지기 때문이다. 과정이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면 두말할 필요 없다.


과정에 고통만 따른다면 어떨까? 관련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고통뿐인 길을 걷다 보면 최고가 되기도 어렵다. 된다 해도 인격의 문제가 생기기 쉽다. 하기 싫어 죽겠는 일을 지속해서 성공했다는 것은 오직 그 결과만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큰 보상을 원하겠는가.

최고는 니더라도 중상 수 분야가 많을수록 삶은 풍요로워진다. 그런 몇 가지를 엮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다수가 칭송하는 ‘창의성’ 아닌가.


듣고 나면 참 재수없다고 느낄 경험을 나열해보겠다. 천운을 타고나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고 미쳐서 11년을 달렸더니 전문가 소리를 듣고 있다.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분야가 그렇다. 체육교육을 전공했고 금융인으로 살기 전 6년 동안 대학생활과 트레이너를 병행했다. 이후엔 운동하는 것이 좋아 업무 외의 시간엔 '덤벨 Dumbbell'을 놓지 않았다. 헬스장에 있을 때 마음이 편하다는 가수 ‘김종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덕분에 2006년 미스터 인천 보디빌딩 대회 -80kg급 4위에 입상했다. 2003년 미식축구 국가대표 1기로 한일전을 뛰었고 지금은 사회인 미식축구 팀 ‘카니 보어스 Carnivores’의 주전 선수 겸 감독이다.

미천하지만 대학시절 실용음악 작곡 동아리에서 밴드 보컬을 맡았고, 소규모 록 페스티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가라오케 디제이 정도는 ‘투잡’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년 전부터 ‘인문학 강독 모임’에 참여하며 독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작년부터 ‘아르헨티나 탱고’에 푹 빠져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본업인 자산관리와 이전 직업인 트레이닝은 전문가고 나머진 ‘아마추어’인 셈이다. 10년 후면 어떨까? 재능이 있다면 인문학 관련 집필을 할 수도 있고, 탱고대회에 출전해 입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소한 안 하는 것보다 행복한 삶을 누릴 테고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지인들이 듣기 좋으라고 얘기해주는 다재다능함이 이유였을까? 겸손 떠는 것이 아니다. 행운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일찍 찾았고 즐기다 보니 결과가 좋았다. 목표가 최고는 아니었기에 작은 성공에 만족할 수 있었고 이 과정의 반복이 습관이 됐다. 물론 싫어하는 게 드문 긍정적인 성향도 무시할 순 없다.

기회 되면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목표의 설정이다. 주로 선택한 목표는 초보자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본업인 자산관리업무도 그렇게 시작해서, PB(Private Banker)를 발탁하거나 양성한지 9년이 됐다. 트레이너, 감독 역시 가르치는 일이다. 현재 함께하고 있는 인문학 스터디도 5년쯤 지나면 소모임을 조직해, 그동안 배운 독서의 기쁨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탱고 역시 그렇다. 아마도 2-3년 후면 일주일에 며칠은 ‘밀롱가 Milonga’에서 초보자를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차다.




정리해보자. 좋아하는 것을 추격하고, 과정을 추구하다 일정 수준이 되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 다만 그 과정을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다.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할 수 없으면 그리움을 키우며 기다리면 된다. 열정의 씨앗을 불리며.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것은 돈, 성공이 아닌 행복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알지만 실행하지 못할 뿐이다.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당장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조차 싫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전제는 ‘자발성’이다.

“난 타고난 게 없어. 최악의 DNA야.”라고 체념할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라. 그 대상을 넓혀보라. 과연 부지런해야만 할까? 잠자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오래 자면 허리가 아프다.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순간 장시간 수면에도 문제가 없는 무언가를 개발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비약일 뿐인가. 오로지 최고가 되겠다는 편협한 마음이 가능성을 닫고 창의성이 자라지 못하게 막는다.



‘행복 추격자’가 되려면 먼저 끌리는 일을 찾아라. 남의 행복을 빼앗거나 불법만 아니면 된다.


*삽화: '워니'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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