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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r 05. 2024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독립영화를

씨네인디유

서대전네거리에는 서대전네거리역(지하철)이 있고, 서쪽으로 한 블록 더 가면 서대전역네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말하는 역은 기차역으로서 만약 이 코스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면 ‘서대전네거리역 3번출구-서대전역네거리-서대전역’ 으로 표기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2016년부터 인터넷 게시판에 ‘혼돈의 서대전’으로 원성이 자자했는데 2017년에 서대전네거리역 뒤에 3번출구를 추가로 표기해 조금 덜 혼란스럽게 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가끔 영화를 보러 가는 씨네인디유(cine-indi-U)는 서대전네거리와 서대전역네거리 사이에 있다. 씨네인디유, 타슈~(대전 공공 자전거) 대전이쥬~(대전이즈유 Daejeon is U, 이제는 교체되어 사용하지 않는 도시브랜드.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이 2023년부터 ‘일류도시 대전’으로 교체했다. 더 살펴보니 민선 7기 허태정 시장이 2004년부터 16년간 사용한 잇츠대전it’s Daejeon을 시민 공모를 통해 2020년부터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지역화폐인 ‘온통대전’도 ‘대전사랑’으로 디자인이 바뀌었다.)처럼 충청도 말투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이름이다. 


인스타그램으로 상영시간표를 확인하는데 프로필에 ‘대전 지역 최초이자 유일한 독립영화관’이라고 쓰여 있다. 대전역 앞 대전아트시네마가 2006년부터 운영중이고 2023년에는 한남대 앞 소소아트 시네마가 개관해서 버젓이 운영 중인데? 볼 때마다 조금 의아했지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굳이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주에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보고, 씨네인디유를 갈 때마다 좋아하는 입구 옆 나무 우편함을 그리고 싶어서 이번 주제를 씨네인디유로 정했다. 객석과 스크린은 나의 그림 선생님이 매번 지적하는 ‘소실점과 원근법’ 공부를 하기에도 좋았다. 

그림을 먼저 그리고, 발로 뛰는 취재 대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조사한다. 지난 뉴스와 블로그 포스트와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예술영화전영관 운영지원 사업 현황 및 개선 방안을 위한 연구’ 보고서까지 찾아 (대충) 읽어보았다. 아하, 독립영화관과 예술영화관이 다르구나. 대전아트시네마와 소소아트시네마는 ‘아트’가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듯 예술영화관이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모두 상영할 수 있다. 독립영화관은 ‘독립’영화만 상영할 수 있다. 그래서 아트시네마랑 씨네인디유의 프로그램 특징이 조금 달라 보였구나 싶다. 트위터나 친구에게 추천받아 보고 싶은 영화는 꼭 씨네인디유에서 하더라고. 대전아트시네마에서도 틀긴 하는데, 상영기간이 짧은 편이라 한눈파는 사이에 종영. 씨네인디유의 상영시간표는 매우 복잡하지만 다양한 영화를, 꽤 오래 틀어준다.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상영일정이 잡혀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면, 고려해서 주말에 상영일정을 잡아주기도 한다. “혹시 다음 달 일정에 주말 *** 상영계획이 있나요? 친구랑 꼭 가서 보고 싶어요” “참고해서 편성하겠습니다.” 이런 게 마을 극장이겠지. 

조현철 감독의 <너와나>,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도 씨네인디유에서 봤다. <추락의 해부>가 재미있다던데 조만간 보러 가야지. 


2019년 개관 당시 씨네인디유는 ‘마을극장 및 독립영화 생태계조성사업’에 선정되어 대전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독립영화만 상영하는 극장으로 개관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시장님이 포함되어 있을, 나는 알아볼 수 없는 중년의 남성들 여러 명이 찍힌 사진이 포함된 뉴스에서 2019년 11월 26일 개관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또 다른 데는 2020년 4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고 적혀 있는 걸 보니, 급하게 개관식만 하고 정상운영은 이듬해부터 한 걸까? 궁금하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한다. 현재는 외국 영화도 상영하던데, 국내 영화만 고집하기에는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었던 게 아닐까?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물어보고 싶을 만큼은 아니니까 역시 참기로 한다.)


2021년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관 지원사업, 2022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독립 예술 영화 생태계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같은 상업영화관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독립영화관은 어련할까. 지난주 갔을 때도 관객은 단둘이었다. 주말에 사람이 좀 많은 시간에도 열 명 남짓, 공공의 지원이 없으면 정말 운영이 쉽지 않겠지. 그런데 말이 공공의 지원이지 매년 직접 이런저런 지원사업을 찾아 공모에 신청하고, 탈락이 되기도 하고, 그런 모양새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2023 독립 예술영화 생태계 조성 사업에는 소소아트시네마가 선정되었다는데 지역의 독립예술영화관끼리 사이는 좋겠지? 대전아트시네마와 소소아트시네마는 친구 혹은 자식 같은 사이로 보이긴 하더라. 이름도 비슷하고. 


소소아트시네마는 공공의 지원을 받지 않고, 시민들의 힘으로 세운 예술영화관이라고 한다. 개관을 알리는 뉴스 사진도 관공서의 그것과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성비도 그렇고. 대전아트시네마와 씨네인디유 둘 다 집에서 가까운 편인데 아무래도 대전아트시네마는 2006년에 개관해서 시설이… 정겹다. 상영일정도 잘 맞지 않아서 못 가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쉽게 먹어지지 않았다. 가면 마음이 더 추워지거든. 호호호. 조금 멀지만 멀어봤자 금방이니까 소소아트시네마에 한번 가봐야겠다. 그래도 자전거 타면 금방인 씨네인디유가 내 동네 극장이기는 하다. 타슈 타고 가서 끝나고는 슬슬 걸어오며 여운을 느끼며 돌아오기도 좋다. 뒤편에 주차장이 있으니 차를 가져가도 된다. 


지난주엔 씨네인디유에 가서 <길위에 김대중>을 보고 왔다. 아무래도 마음에 힘이 차오르지 않아서, 웅장함을 느끼고 싶었달까. 그는 대단한 사람이고, 민주주의.. 하고 싶긴 한데 깊은 우울의 바다에서 어푸어푸 헤엄칠 힘까지는 나지 않았고 그냥 둥둥 떠다니며 풍경을 구경할 정신 정도가 났다. 오히려 집에 돌아와서 <하필 책이 좋아서>를 읽었는데, 그걸 읽으니까 가슴이 뛰긴 하더라고. 재밌어요. 추천합니다. 책을 조금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어요. 그래도 조용한 극장에서 몰입하며 영화를 보는 경험이 또 재밌으니까요. 씨네인디유도 대전아트시네마, 소소아트시네마도 자주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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