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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니타 Jan 27. 2020

나에게 맞는 운동 찾기

요가로 귀결되기까지의 그 역사.

워라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지수는 퇴근 후에 챙길 후 있는 개인적인 삶의 질이 얼마나 윤택한지로 측정할 수 있겠다.


서류상의 경력으로 올해 8년 차 직장인인 나는 4년째 퇴근 후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의 시작은 다이어트가 목적이었으나 식이조절이 8할이라는 체중감량에는 영 차도가 없었고, (지방 사이사이에 촘촘하게 근력이 붙어 왠지 나는 마블링 좋은 살치살 정도의 육질이 아닐까 싶다.) 대신에 운동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야근 후 몰려오는 회사 스트레스를 집에까지 온전히 짊어지고 와 잠들기 전까지 답답한 심장을 내리치며 내일의 출근을 기다리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엉겁결에 시작한 운동은 요가와 필라테스. 모든 대한민국 직장 여성이라면 저 두 운동을 안 해본 자가 없을 것이다. 따라주지 않는 유연성과 저질 체력 덕분에 초반 1년간은 무진장 고생했다. 주변에 척척 동작을 해내는 수강생들을 보면, 스트레스 덜으러 갔다가 부담감만 더해져서 오는 상황이 반복될 때 즈음, 운동에 재미를 붙였다기 보단 오기로 다녔다는 말이 맞겠다. 아무리 늦은 시간 야근을 해도 마지막 타임 수업에 포복자세로 기어서 갈 만큼 열심히 었달까.

더군다나 약간의 불안장애 증상을 만성적으로 달고 살던 나는, 운동 후에 말끔하게 정리되는 나의 심리상태가 참 마음에 들었다. ‘회복’의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지금의 나는 2년 차 요기(YOGI)다. 잘 따르던 필라테스 선생님이 직장인으로 전업하면서 센터를 그만두시는 바람에 반신반의하며 옮긴 요가원이 지금 다니는 이곳. 이십 대 초반에 친구 따라 체험 수업을 한 비크람 요가에 대한 충격적인 기억으로 한동안 요가원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다가, 수지타산에 맞아서 억지로 등록하게 되었다. 나름 촉망받는 필라테스 수강생으로 강사 코스까지 권유받았던 나는 자신만만하게 들어간 첫 수업에서 역시나 큰 코를 다쳤다. 지금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억지로 근력만 믿고 움직였다가는 될 자세도 되지 않는 요가는 그만큼 마음 수련과 호흡이 같이 따라줘야 하는 운동이었고, 그 사실을 몰랐던 나는 지난 일 년간 끙끙 앓으며 ‘목숨 걸고’ 요가를 다녔다. 한 번도 수업에 빠진 적은 없지만 늘 완벽하게 자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내 몸뚱이가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나랑 요가는 맞지 않는 운동이라며 허리를 굽혔을 때 손바닥 조차 땅에 닿지 않는 나의 유연성을 한탄했다.


그렇게 능력은 부족하지만 의욕은 과다한 상태로 요가를 다니다 연말이 되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있는 약속과 연일 기름진 음식, 음주로 인해 몸은 점점 붓고, 그나마 주 2회 다니던 운동마저 설렁설렁 다녔더니 무거워진 엉덩이와 함께 운태기가 오고야 말았다. ‘더 이상 요가하기 싫어... 다른 걸 찾아볼까’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싶어 요가와 관련된 에세이를 읽었다.


요가에서 비교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어제의 나이다. 사실 이 말은 매일 지치고, 힘 빠지고 작아지는 나에게 스스로 꾸준히 해주었던 말이다.

요가는 마음의 상태를 통제하는 것이다.
- 파탄잘리 <요가 수트라> 1장 2절

1온스의 수련은 수 톤의 이론과도 같다.
요가는 꾸준한 수련을 통해 몸을 길들이고 이해하는 게 다른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는 것보다 백 배는 더 중요하다.

작은 매트 위에 쌓아 올린 완벽한 나의 세계에서 숨을 마시고 내쉬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면 고통의 감각도 정신의 산란함도 없다.
원하지 않는 일들로 가득 찬 하루의 모든 시간 중 유일하게 복잡한 생각, 다른 사람의 시선, 앞으로 해야 할 일 같은 건 덜어내고 나를 위해 의식적으로 사는 잠깐의 시간. (중략) 가장 단순한 것들로만 채워진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엔 순수한 평화가 깃든다.

- 요가 좀 합니다. 발췌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요가를 통해서도 얼마나 결과에 집착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무릎 탁. 회사에서의 불만족스러운 하루, 내 맘 같지 않는 인간관계, 먹기 싫은 나이 속 늘어나는 책임감 등에서 비롯되는 나의 결과물들은 늘 초라하고 비교의 연속이다. 그랬기에, 내 의지로 시작한 운동에서 만큼은 ‘잘’ 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고단한 하루 속에서 자세 하나하나 잘 해내고 나면 묘한 성취감이 들어 힘든 줄 모르고 매트에 땀방울을 뚝뚝 흘리고도 기분이 좋았던 것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서가 아닌 내 나름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과연 운동 혹은 요가의 본질인 것일까.


못하는 것도 나, 잘하는 것도 나, 컨디션이 좋고 나쁜 것도 오늘의 나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한 시간이라는 매트 위의 시간 속에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를 관찰하며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왜 요가에 권태감을 느꼈는지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바로 주 2회의 운동을 주 5회로 바꾸었다. 매일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주기는 싫었지만 ‘나에게 집중하러 가는 시간’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한동안 요가원에 가기 싫었던 마음이 싹 해소되었다.


I love myself. 를 외치고 다니지만 진정으로 나를 아껴줄 줄 몰랐던 스스로에게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나는 요즘 매일 요가 센터에 출근도장을 찍는다. 어제는 잘 되던 자세가 오늘은 잘 안될 때도 있고, 남들보다 뻣뻣해서 쉬운 자세 조차 되지 않을 때도 물론 있지만 흘긋 곁눈질하며 옆의 사람을 보는 시간에 거울 속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에 집중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혼란했던 나의 마음과 하루 종일 누군가를 미워했던 감정을 내려놓게 된다. 내일을 다시 열심히 살 수 있는 용기마저 얻게 되는 것 같아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도 회복되는 기분이다.


머지않아 몇 시간 뒤엔 또 치열한 회사로 출근을 해야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아무튼 새해에 기분 좋게 깨달음을 얻고 한 걸음 내디뎠으면 그걸로 되지 않았나. 또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뭐 어떤가. 그 또한 나인데.


신년을 맞아서 다이어트를 위해 체력증진을 위해 다들 헬스장, 요가원, 필라테스 학원 등에 카드를 긁고 있을 것이다. 몸도 마음도 잘 따라주지 않으면서 패기만 넘치는 불량 수련생인 내가 감히 추천한다. 다들 요가 한 번 해보라고. ‘요가하면 살 안 빠지던데.’ 그 말이 돌아오기 일쑤지만. (10명 중 9명은 저 말을 꼭 한다.) 운동의 이유에는 단순히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가치들이 존재하기에.



그래서 내 새해 목표에는 늘 차지하던 ‘다이어트 하기!’가 아니라 ‘진짜 요기(YOGI)로 거듭나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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