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며 요가 클럽>을 리드하는 배혜진 선생님 인터뷰
고민 들어주는 강아지 왈이가 소월길에 마음단련장 문을 열었습니다. 왈이의 마음단련장에서는 요가, 명상, 상담 등 다양한 마음 단련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이번에는 마음단련장 정규 클럽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글 쓰며 요가 클럽>의 배혜진 선생님을 만났어요. 요가는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선생님이 생각하는 요가는 무엇인지, 요가를 하고 글을 쓰는 데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들었습니다.
왈이의 마음단련장에서 진행되는 <글 쓰며 요가 클럽>이 궁금하시다면,
�https://smartstore.naver.com/wal8am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원래 언론고시 준비를 했었어요. 기자라는 직업만 보고서 쭉 달려왔어요. 활동을 해도 기자가 되기 위한 것들에 집중했어요.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러다 2016년쯤에 사람들이랑 미디어 스타트업을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여러 가지를 시도하던 중에 동료들과 갈등이 생겼어요. 너무 경쟁이 치열한 거예요. 결국에는 사람들이 이 과정을 다 하다 보면 성과를 내야 되고, 1등을 해야 되고, 합격을 해야 되고. 그런 경쟁에 취해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싫어졌어요.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내가 남들과 매번 비교하는 걸 알아차리게 됐어요. 그런데 제 마음이 너무 약하니까 매번 무너지는 거예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무너지고, 조금만 상처 주는 말을 해도 무너지고. 요가를 하면서 좀 더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 요가는 그 전부터도 해왔었는데, 그즈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스터디랑 하던 것 다 그만두고 요가 수련만 했어요. 5-8시간씩. 요가하면 끝나고 가만히 누워 송장 자세를 해요. 죽음 상태에 빠져드는 거죠. 그때 계속 눈물이 나는 거예요. 하루 네다섯 번의 사바사나를 하면 계속 우는 거예요. 화가 많았던 거죠. 나를 돌봐주지 못했던 나한테.. ‘내가 이걸 원하고 있어. 이게 돼야 돼.’ 이런 생각이 너무 강해서 실제로 나는 계속 힘들었는데, 몰랐던 거죠. 상처를 받아왔는데 열정으로 덮은 거죠.
'내가 열심히 안 해서 상처 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걸 몰랐어요. 모르다가 사바사나를 하고 죽음 상태에 빠져들 때 내 안의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때 아팠었는데, 그때 그 사람 미웠는데, 그때 이렇게 화를 냈어야 됐는데, 그때 편하게 있을 걸. 그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는데.'
6개월 동안 많이 울었어요. 쌓여 있던 내 안의 소리들이 올라오는 거예요. 그때 매트 위에서 그런 소리를 들었고, 누구나 내 안에 어린아이가 있잖아요. 그 아이를 처음 마주하니까 혼자서 바싹 말라있었던 거죠. 계속 방치해왔던 거예요. 아동 폭력처럼. 이론적으로는 다들 알잖아요. 나를 마주하라. 이 말을 처음으로 경험했어요. 내 안의 나라는 걸 봤어요.
누구에게 말하지 않았어도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간이었어요
요가를 하면서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나 자신이 이미 충분하구나.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그냥 살아 숨 쉬는 존재구나. 내 안의 약동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치유가 많이 됐어요. 누구에게 말하지 않았어도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간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수가 없는 거예요. 나를 알아버렸으니까.
내가 요가를 통해서 나를 만났으니까 내가 나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요가는 내가 직접적으로 사람들과 나눌 수 있잖아요. 몸이 건강해졌을 때 마음도 조금 건강해지고. 내가 이렇게 치유되는 과정을 거쳐왔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요가를 통해 나를 본 경험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요가 선생님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숨 쉬세요’ 거든요. 요가에선 호흡과 동작이 같이 가요. 한 동작에서 그 동작을 단련시키기 위해서 훅훅-하는 게 아니라 움직임 자체를 호흡과 연결하는 거예요. 계속해서 움직이는 명상이에요. 호흡이랑 감각이 계속 일치가 돼요. 호흡하면 움직이는 거예요. 나 자신이 숨 쉬는 걸 또렷하게 자각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땀을 흘리고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와요.
호흡과 동작이 완전히 일치되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때 자각이 되는 거죠. 평소에는 호흡하는 걸 의식하지 않잖아요. 호흡을 의식하면 나를 의식하는 거예요. 요가에서는 머무르고 싶어도, 더 가고 싶어도 호흡해야 하거든요.
그 속에서 나를 계속 발견해요. 숨 쉬고 있다. 살아있다. 그게 나였구나. 요가는 다른 운동이랑 다르게 호흡을 의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나 자신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요가가 요가의 전부가 아니라면서요?
우리가 요가를 생각하면 매트가 있고 요가복이 있고, 기인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요가 수행자들은 이런 걸 해야 한다, 정해 놓은 8단계가 있어요. 매트 위에서 동작을 하는 건 아사나라고 불러요. 요가 수행자들에게 요구되는 여러 가지 중 아사나가 있는 거죠.
아힘사, 비폭력. 프라나야마, 좋은 호흡. 이런 것들도 있어요. 힘든 동작을 하지 않아도 숨 쉬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요가죠. 플라스틱을 덜 쓰겠다고 다짐하고 실제로 실천을 한다면, 그것도 요가라고 볼 수 있어요. 사람들과 수련을 하기 전에 청결하게 내 몸을 씻는 것도 요가일 수 있고요.
아사나도 하나의 단계일 뿐이거든요. 하지만 꼭 필요한 단계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내 내면을 볼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요. 명상을 해보세요. 계속 무너지게 되고, 졸려요. 앉아있을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하거든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게 아사나 수련인 거예요. 동작 수련을 하면서 마음을 볼 체력을 만들어가는 거죠. 과정이죠.
�‘글 쓰며 요가 클럽'은 일반적인 요가 수업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이 되잖아요. 요가하기 전에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있고, 요가를 마치고 나서는 글을 쓰고요. 요가하고 글을 쓰는 데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몸을 움직이다 보면 불편하고 힘들어요. 누워 있어도 되는데 매트 위에 올라오는 건 힘들게 하려고 올라가는 거거든요. 너무 힘들어요. 매일 해도 아프고, 힘들고, 내 몸의 한계를 봐요. 근데 그 과정에서 알아차리게 되는 게 있어요. 내가 오늘도 매트 위에 올라왔다는 것.
요가를 하다 보면 수없이 많은 한계를 발견해요. 근데 그게 나라는 걸 발견해요.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보다 잘하고 싶고, 그만큼은 해야 될 것 같다는 마음을 바라봐요. 이게 나구나. 내가 그동안 저만큼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구나를 알아차리고, 평소에 보지 못했던 나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게 돼요.
자기 틀이 되게 센 분들을 많이 봐요. 내가 이만큼은 해야지, 저만 해도 그렇거든요. 요가 강사가 됐는데 이 정도는 돼야지. 내 몸이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 안에 내 몸을 끼워 맞춰요. 정해놓은 틀 안에 내가 계속 들어가요. 그러면 화가 나고 내가 싫어져요.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도 계속 매트 위에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그래, 이게 나구나’를 받아들이게 되거든요.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쓰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그걸 남기면 그다음 날에도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지침이 되니까. 계속 글을 쓰면 머릿속으로 흘러갔던 그런 생각들을 알아차리고 붙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그날 하루만큼은 살아갈 동력이 되어줘요. 하루만큼의 양식. 다음날이 되면 몸은 제자리로 돌아오지만요.
�어떤 분들이 <글 쓰며 요가 클럽>에 오시면 좋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제가 되게 미웠어요. 할 말을 못 하는 저 자신이 답답했고. 마음껏 표현하고 싶은 욕망만 되게 많고, 눈치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내가 이 말을 하면 이렇게 판단받지 않을까? 타인의 테두리 안에서 계속 갇혀있는 분들,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분들도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두 여유가 없거든요. 하루만큼의 양분을 얻을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매트 위에 올라오셔서 넉넉히 양분을 챙겨가셨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어떤 분이든 오시면 분명 중요한 것을 얻어갈 거예요.
�수업 중 어떤 말을 제일 많이 하세요?
"몸이 경험하게 해주세요."
이 말을 제일 많이 해요. 몸을 잘못쓰다 바르게 쓰면 오히려 아프고 불편하거든요. 그 통증이 정말 아픈 통증인지, 치료되기 위한 통증인지는 아직 몰라요. 경험하게 해 주셔야 돼요.
제가 처음에 요가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왜 그렇게 해? 그렇게까지 해야 돼?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요가를 해야 살아’ 이렇게 말했었거든요. 오늘 내가 살아있게 해주는 게 요가였거든요. 시간이 지나니까 익숙해지잖아요. 지금은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돕는 것,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이 되어가고 있어요.
요가를 떠올렸을 때 할 수 없는 이유가 먼저 떠오르실 거예요.
'나는 유연하지 않아. 내 몸은 너무 무거워. 나는 남자야.'
이번에는 요가를 하는 이유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유연하지 않아서 요가를 해보는 거야. 나는 몸이 너무 아프니까 한번 시작해보는 거야.'
나 자신이 싫거나, 계속해서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 분들은 매트 위에 올라오시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수용할 수 있으실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도 모르게 계속 타인에게 고갈되고 있을 수도 있어요. 매트 위에서 나를 위한 양분을 충전하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왈이의 마음단련장에서 진행되는 <글 쓰며 요가 클럽>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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